[신게문학][bgm] 라헬의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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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EkqgT
"'죽음이란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그대여 사랑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밤은 바람이 불어오는 창가에 앉아 책 속의 마음에 드는 구절을 하나 소리 내 읽었다.
이 구절은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말 중에서도
가장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말 중 하나일 거라고 밤은 생각했다.
언젠가 자신도 진심에서 우러나온 이런 아름다운 말을 라헬에게 해주고 싶었다.
책을 덮은 밤은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확인하려 벽에 걸린 아날로그 시계로 시선을 돌렸다.
12시 10분이 조금 지난 시간. 아차 이미 라헬과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다.
급하게 의자에서 일어난 밤은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 부엌으로 향했다.
밤은 미리 재어놓은 고기와 씻어놓은 채소를 써서 뚝딱 몸에 좋은 스프와 다른 요리 하나를 완성했다.
나름대로 신경 써서 식탁에 요리를 차려놓은 밤은 라헬의 방으로 향했다.
정중하게 문을 두드렸다.
"라헬 점심 먹자."
대답은 없었다.
올라오는 미약한 불안감을 누르며 몇 초 정도 기다린 밤은 다시 문을 두드렸다.
"라헬 맛있는 거 차려놨어. 같이 먹자."
"…… 안 먹어…."
다시 잠시 기다리자 그런 미약한 목소리의 대답이 들려왔다.
라헬의 목소리를 들은 밤은 손잡이를 돌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라헬은 침대에 앉아 창으로 그 너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은 라헬의 옆에 손을 잡고 앉았다.
"내가 혼자 먹으면 외로워서 그래. 같이 먹어줘."
"… 거짓말 하나도 외롭지 않으면서…."
"아니야. 라헬이 없으면 난 항상 외로워. 알잖아. 사실 방도 같이 쓰고 싶었다는거…."
"… 그것도 거짓말이야. 넌 그때 나를 감시하려고 그런 거 였잖아."
"그런 말 하지 마…. 너도 사랑해서 그런거였다는거 알잖아."
"…… 거짓말…."
억지로라도 데리고 나올 수 있지만, 밤은 그것이 자신이나 라헬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알았어. 그러면 차려놓을 테니까 나중에 꼭 먹어줘. 오늘 정말 맛있게 만들어졌거든…."
결국 미동도 시선조차 주지 않는 라헬에게 그리 말하고 밤은 밖으로 나왔다.
밤은 홀로 자신이 차려놓은 식탁 앞에 앉았다.
하지만 우울증이 한층 더 깊어진 것 같은 라헬을 보고 자신도 식욕이 싹 가시는 것을 느꼈다.
밤은 걱정됐다. 아무리 좋은 치료를 받아도 좋은 공기를 맡아도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는 라헬과
혹시 저러다 라헬이 잘못되면 홀로 남겨질 자신이.
밤은 식사를 포기하고 테라스로 가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깊게 연기를 빨아들이며 밤은 차라리 배신당했을 때가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때는 자신이 어떻든 라헬만큼은 건강했으니까.
밤은 한숨과 같이 연기를 내뱉으며 차리리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생각했다.
다시 라헬의 방으로 가 몇마디 대화 아닌 대화를 나눈 밤은 서재로가 아무 책이나 뽑아들고 독서를 시작했다.
30분 정도 읽었을까. 다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찾은 밤은 버릇대로 소리 내 읽었다.
"'사람들은 항상 기적을 바라지만 그 어떤 기적도 조금은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잠시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던 밤은
"제발 그러길."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서재에서 잠이 든 밤은 일어나 시간을 확인했다.
3:25 라헬이 그나마 의욕을 보이는 산책하러 갈 시간이었다.
앉은 채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켠 밤은 일어나 라헬의 방으로 향했다.
"라헬 산책가자."
이것만큼은 라헬도 의욕을 보이는 것을 밤은 알고 있었기에
안심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역시나
"…… 응…."
그런 짧은 대답이 들려왔고 밤은 문을 열고 들어가 방 한편에 있는 부유 휠체어를 작동시켰다.
밤은 라헬을 그곳에 앉혔다.
그리고 휠체어의 손잡이를 잡으며 밤은 하루 중에 이런 시간이 있음에 작은 행복을 느꼈다.
일주일에 한 번 몇 년 동안 밤이 정리해 놓은 숲의 산책코스만 수십 가지였다.
밤은 그중에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물었고 라헬은 뜬금없이 바다를 보고 싶다고 말하였다.
난감했다. 이곳은 77층의 숲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숲.
나무는 하늘로 뻗어 구름에 닿을 정도고 그냥 작물마저도 보통 나무의 높이였다.
그런 곳에 바다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일단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 알겠다 대답한 밤은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심히 고민했다.
밤은 그런 말도 안되는 요청을 어떻게든 해줄 수 있는 우렉 마지노와 백련 중에서도 한참을 또 고민했다.
그렇게 고민하며 걷다 두 번의 번복 끝에 밤은 몰래 백련에게 포켓으로 문자를 보냈다.
[백련씨만 믿고 이 문자를 보냅니다.
백련씨. 지금 라헬이 바다를 보고 싶다는데 어떻게든 안될까요?
일단 좌표를 보낼게요. 가능하시면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참고로 20분 안에 도착합니다.]
그런 요점만 적은 내용의 문자를 보내고 혹시 들켰을까
밤은 라헬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도 눈치채지 못한 듯 시선을 숲과 하늘에만 돌리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그러다 문득 불안해진 밤은 혹시 이르게 도착할까 싶어 아주 조금 속도를 줄였다.
몇 분 정도 걸었을까.
밤이 백련에게 좌표를 보낸 그 구역에 앞으로 몇 걸음만 더 가면 도착했다.
밤은 차오르는 불안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잠시 걸음을 멈췄다.
"…… 여기야?"
밤의 동요를 눈치챈 것인지 라헬이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그리 물었다.
"… 응. 기대해."
라헬이 걷지 못하게 된 후 안전한 생활을 위해 월하익송에 들어간 이후로 백련이 보여준 신뢰에 자신에 대한 라헬의 신뢰를 건 밤은 그렇게 말했다.
시야를 가리는 나뭇가지를 넘어서 밤은 원래 절벽 지역이었던 곳으로 들어갔다.
"……와우…."
원래 나무와 암석만 가득한 절벽 지역을 보고 밤은 자신도 모르게 그런 감탄사가 나왔다.
밤과 라헬의 시야에는
늦은 밤 별을 훔쳐와 푸른 곳 어딘가에 몰래 숨겨놓은 것 같은 반짝이는 바다가 보였다.
아마 신수로 만든 환각이겠지.
밤은 속으로 안심과 환호를 번갈아 하며 티내 지 않게 기뻐했다.
밤은 라헬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려 시야를 돌렸다.
하지만 라헬은 별로 기뻐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저 미묘한 아니 어딘가 쓸쓸한 표정이었다.
싸한 느낌을 받으며 밤은 라헬에게 물었다.
"라헬이 보고 싶다던 바다야. 어때?"
라헬은 여전히 기뻐하는 기색 없이 대답했다.
"… 누구야?"
"응?"
"여기 원래 바다 아니었잖아. 전에는 분명 나무밖에 없었어. 그러니까 널 도와서 여기를 이렇게 만든 사람 누구냐고."
화내는듯한 책망하는듯한 목소리였다.
밤은 되물었다.
"…… 라헬이 바다 보고싶다고 했으니까 백련 씨한테 부탁했어. 왜… 그래? 혹시 마음에 안 들어?"
"…… 짜증 나."
라헬은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듯한 밤을 한번 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뒤 말은 없었다.
그런 라헬을 보고 밤은 난감했다.
평상시에 산책할 때는 화를 잘 안 내는데 왜 이러지?
밤은 영문을 모르겠으니 이유를 묻기로 했다.
"라헬 이유라도 말해줄 수 있어? 그러면 다음부터는 절대로 안그 럴게."
이번에 라헬은 풀이 죽은 목소리였다.
"…… 밤은 나 말고도 친구가 많구나. 그런데 왜 나 같은걸 신경 써?"
아차… 밤은 눈치챘다.
라헬이 저러는 이유는 단순했다.
아마 라헬이 산책하러 가기 전 밤에게 바다를 보고 싶다고 한 건 단순한 심술이었을 것이다.
그저 자신의 가라앉은 기분을 밤한테 푼 것뿐이었다.
하지만 밤은 어떻게든 라헬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고 결과 다른 사람에게 부탁했다.
지금 라헬은 밤에게 집착심이 있다. 아끼지는 않지만 남이 관심을 가지는 건 싫은 그런 집착심.
또한 밤이 자신을 놓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라헬은 차라리 밤이 실패하길 바랬을 것이다. 그러면 마음 놓고 토라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밤은 남에게 기대서라도 자신의 심술을 받아주는 걸 성공하였다.
결과 라헬의 지금 심정은 질투 짜증 우울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매우 불안정했다.
밤은 정말 난감했다.
"… 라헬. 난 그냥 네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그런 건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나 빼놓고 친구랑 연락하고 싶었을 수도 있잖아."
"아니야. 정말 그런 게 아니야. 이제 라헬이 싫으면 다른 사람한테 부탁 같은 건 안 할게. 기분 풀어."
대답은 없었다. 이런 대답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도 모르겠다.
밤은 들리지 않게 숨을 내뱉었다.
라헬은 잠시 바다를 보더니 미묘하게 크게
"…… 지루해."
그렇게 말했고 그것은 이제 돌아가자는 신호였다.
복잡한 기분의 밤은 그저 이 상황을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 백련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라헬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바다도 라헬이 보고싶다고 한거라 ㅇㅇ
다리는 단편이라서 세세하게 설명은 안했는데
카라카한테 찔려서 못걸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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