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원했던 신의탑의 전개(연구, 장문)
물론 처음부터 신의 탑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1부는 그래도 재미있었다는 게 보통의 중론이죠.
하지만 지금은 베댓에서 까지 종종 비판글이 올라올 정도로 내용의 질이 떨어졌습니다.(알다시피 베도는 정말 똥망작이 아닌 이상 칭찬글만 올라오기 마련입니다.) 그건 확실하다고 봐요.
그럼 1부의 매력은 무엇이었고 2부 때는 왜 그것이 안 느껴질까요.
1부가 재미있었던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첫째, 1부의 등장인물들은 독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둘째, 1부에는 탑의 신비하고도 잔혹한 분위기가 있었다.
이 이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저는 이 두가지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2부 들어서서는 이 두가지 이유가 사라집니다.
우선 1부의 주인공들이 사라지고, 2부의 주인공들이 등장했다는 것.
이미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던 캐릭터들을 퇴장시키고 새로운 캐릭터들을 부른다는 것은 창작자에게는 굉장히 조심해야할 일입니다.
당연히 1부에 준하는, 혹은 그 이상의 캐릭터들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죠.
하지만 작가는 2부 캐릭터의 컨셉은 '평범하지만 지내다보면 매력이 느껴지는 캐릭터'라고 말합니다.
글쎄요? 작가님에게는 매력이 느껴질질 몰라도 전 아무런 매력도 안느껴졌습니다. 그냥 3류 소년만화에 나오는 여느 캐릭터와 다를 바가 없었거든요.
우선 자왕난, 소년만화에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인 능력이 부족한 열혈캐릭터입니다.
프린스, 별 대단한 능력도 없으면서 자기 집안을 믿고 주인공을 일단 무시하고 보는, 이 녀석도 대표적인 흔한 캐릭터죠.
연이화, 처음엔 주인공을 싫어하다가 점차 좋아하게되는, 그러면서 츤츤거리는 전형적인 츤데레 캐릭터입니다. 이것도 식상해요.
이미 2부 초반 주요 등장인물 중 3명이 아웃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캐릭터들도 딱히 매력적이진 않네요.
이미 캐릭터 설정은 완전히 실패한 겁니다. 그냥 흔한 소년만화의 구도가 되어버렸죠.
게다가 이들은 대부분 무능력합니다. 압도적인 힘으로 매력을 보여준 1부 캐릭터와는 다른 설정이죠.
물론 2부 때 등장인물이 1부처럼 강해야한다는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1부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진 이유 중 하나는 난관의 시험에 굴하지 않는 그들의 강한 힘이었습니다. 작가님이 이걸 파악하고 계셨다면 2부에서 등장인물들을 약하게 만들 때 조심해야 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1부보다 강해진 주인공 밤을 띄워주는 역할로 밖에는 안보입니다.
이들은 강한 밤과 팀을 이룸으로써 매력 하락의 정점을 찍습니다. 독자들이 보기엔 쩌리들이 고렙한테 버스타는 것으로 밖에는 안보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이런 캐릭터들이 탈락하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이타적인 주인공의 성격은 1부 때와는 변함이 없었으니까요. 변한 건 주인공의 실력. 1부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해졌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죠. 주인공에게는 그들을 구할 '힘'이 생겼다는 겁니다. 예, 이 때부터 소위말하는 쩌리 캐릭터들이 탈락하지 않고 주인공은 독자들이 지겨울 정도로 이 모든 캐릭터들을 끌고 가기 시작하게 된 겁니다.
호와 같은 비중있는 캐릭터들도 탈락하는 1부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1부 때는 비중있는 조연도 탈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탑의 잔혹함을 보여주고 독자들로 하여금 등장인물 누군가가 또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부여했습니다. '탑의 시험'이라는 게 얼마나 냉정한지도 잘 어필했습니다. 그래서 게임을 치룬다는 설정에 더 쉽게 빠져들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위기가 닥쳐도 "에이, 그래도 쟤네들 또 안 죽겠지 뭐."라는 생각 뿐입니다. 그래서 게임이라는 설정도 딱히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는 거구요.
게다가 게임이란 건 일단 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해야 독자들이 게임 룰이라는 틀 내에서 작품을 보며 생동감 있게 관찰할 수 있는 건데, '퍼그'라는 게임 룰을 신경도 안쓰고 그냥 무시해버리는 존재가 나타나면서부터 더 심각해졌습니다. 어차피 다 살아날거라는 게임의 결과가 보이고, 거기다 지켜지지도 않을 복잡한 룰을 독자들이 신경쓸 리가 없죠.
이게 1부의 매력중 하나인 '탑의 신비하고도 잔혹한 분위기'를 없앤 주요 요인이라고 봅니다.
(2부 초반에 그 중국집 배달하는 애(이름도 기억이 안나네)가 죽긴 했습니다만, 알다시피 주인공 밤에게는 별 영향을 안 줬습니다. 2부 메인으로 내세운 자왕난에게 영향을 주었죠. 그럼 자왕난이 2부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느냐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한마디로 지금 돌이켜보면 그 캐릭터는 왜 죽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원하는 전개는 비중있는 쩌리 캐릭터도 억지로 끌고가며 적당히 강화시키고 끝내지 말고 적절한 시기에 탈락시키며 1부 때 처럼 스토리를 끌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주인공이 강해져도 상관 없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아무리 강해도 아직 탑의 절반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즉 강해져 봐야 거기서 거기라는 거죠. 주인공이 강해졌음에도 탈락하는 조연 캐릭터가 있어야함은 당연한 겁니다. 만약 그런 전개였다면 1부의 탑의 잔혹하고 신비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을 거라고 봅니다. 독자들에게 앞으로 누가 또 탈락할지 모른다는 적절한 긴장감을 주기도 했을 거구요. 동시에 주인공은 그걸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 하는 기대감을 주는 효과도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주인공 밤은 누군가를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해 '나는 아직 약하다'라고 절망하겠지만, 작가님이 공인하신대로 이 만화는 소년만화풍이기 때문에 그 절망을 극복하고 주인공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좋았을 거 갔다는 생각입니다. 이는 소년만화 명작 중 하나인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스토리 진행 방식이기도 하죠. 거기서 주인공인 에드가 하는 대사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악마도 아니야. 그렇다고 신도 아니야. 그저 인간이다, 단 한명의 소녀조차 구하지 못한, 인간이라고!!"/ "이런 중요한 때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데 뭐가 연금술사냐... 뭐가 연금술사냐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런 절망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게 되죠.
저는 밤도 이런 말을 하는 캐릭터가 되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단 한명의 조연도 탈락시키지 않고 다 끌고 올라갑니다. 거기다가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인지 단순히 작가 자신이 만든 탑의 세계관이 얼마나 넓은 지 자랑하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계속 추가되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또 매력적이지도 않구요.
......다들 아시는 점일수도 있겠지만 안타까워서 올려봅니다. 제가 보기엔 가장 큰 문제는 작품의 매력이 스토리가 아니라 넓은 세계관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작가님에게 있다고 봅니다.
2부 때도 잘만 만들었다면 일본의 몇몇 명작들에 비빌만한 진짜 명작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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