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이런 이야기 했었냐??
작가 이사야마 하지메 인터뷰 번역본입니다. 더욱 깊이 이해하실 수 있을것 같아 첨부합니다.
Q. 시간시나 구에서 벌어진 결전. 그곳에서는 엘빈의 죽음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이사야마 하지메 : 그곳에서 엘빈이 죽을 것이라는 전개는 미리부터 정해두고 있었습니다. 엘빈과 리바이에 대해서는 항상 대등한 관계로 그리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었지요. 엘빈이라는 남자는 과거 ‘진실을 알고 싶다’는 어쩌면 다소 순진한 동기와, 아버지를 죽게 한 계기가 본인에게 있다는 데에서 기인한 속죄의식에 떠밀려 조사병단에 입단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어느덧 조직의 조타권을 잡는 입장이 되었고, ‘꿈을 쫓는 소년’으로서의 자신과 ‘책임을 지는 어른’으로서의 자신이라는, 두 가지 정체성 사이에서 흔들리게 되죠. 그런 스스로의 고뇌를 해소하기위해, 인류의 미래라는 거짓된 목적과 관심사를 만들어낸 그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방법을 배우게 됐죠. 그는 결코 그 거짓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Q. ‘인간성을 버릴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졌던 남자가 정작 자신의 꿈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은 몹시 역설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이사야마 하지메 : 리바이 역시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리바이는 줄곧 엘빈의 곁에 머물며, 그가 내걸었던 인류의 미래라는 목적을 자신이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이타적인 행동으로 파악했습니다. 그러고선 그것을 스스로의 삶의 사명으로 삼았죠. 그래서 엘빈에게도 늘상 ‘사명에 충실할 것’과 ‘냉철한 판단을 할 것’을 요구해왔어요. 바로 자신이 그러하듯이요. 그래서 엘빈의 목표라는 것이 실상은 그 자신의 개인적인 꿈으로 가득찬 이기적인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던 순간, 그는 강렬한 배신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 편으로는, 불가해한 남자라고 생각했던 인간에게, 실제로는 ‘꿈을 쫓는 순진한 아이’같은 새로운 일면이 있음을 느끼고, 적잖은 충격을 받게 되었죠.
Q. 말씀하신대로 위대한 영웅도 실제로는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리바이는, 그 후 엘빈에게 꿈을 포기하고 죽어줄 것을 요구하죠. 잔인한 결정 아닐까요?
이사야마 하지메 : 이렇게 말씀을 나누면서 당시의 일을 떠올렸는데, 그 장면을 그릴 때 ‘인간은 어떤 수를 쓰더라도 자신의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본성을 드러낸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엘빈에게는 시간시나 구에서의 결전에서 짐승거인에게 궁지로 내몰렸던 순간이 바로 그 때였죠. 거기서 그가 보인 것은 서둘러 지하실로 가 유년시절부터 줄곧 이어져온 오랜 꿈을 이루는 것과, 마지막까지 짐승거인과 싸우며 조사병단의 단장이라는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 사이에서 고뇌하는 유약한 인간군상이었죠. 리바이는 그런 엘빈에게서 마치, 누군가 자신에게 ‘꿈을 포기하고 죽어줘, 라고 말해달라’라고 말해주길 호소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누군가 자신의 등을 떠밀어주었으면 한 거죠. 리바이의 그런 한 마디는 엘빈으로 하여금 다음의 미래를 생각하고 꿈을 포기할 수 있게 만들었고, 사명을 중시하는 한 명의 어른으로 거듭나게 합니다.
Q. 하지만 마지막 순간 엘빈의 뇌리를 스쳤던 것은, 자신의 꿈이 시작된 아버지과의 교실이었습니다. 그 정경은 그에게 있어 행복했던 걸까요?
이사야마 하지메 : 어떨까요…. 그 답을 알지 못한 채 죽었다는 느낌입니다. 어쩌면 그 답을 모른 채로 두는 것을 엘빈 스스로가 선택한 것일지도 모르죠. 다만 후회가 아예 없었다고도 할 수는 없을테지요. 어쩌면 일말의 후회가 남아있었을지도요. 당시엔 ‘우리 모두는 항상 무언가의 노예였다’는 유언을 염두하면서 그리고 있었습니다. 엘빈에게 있어서 그 무언가는 엘빈 본인의 꿈이었을 것이고, 그가 살아있는 한 거기에서 자유로워지는 일은 없었겠지요. 그 족쇄에서 풀려나는 유일한 방법은 죽음 뿐이었습니다. 리바이는 엘빈의 소생을 포기하고 그를 놓아줌으로써, 엘빈은 그 자신의 죽음으로써 노예적 상황에서 해방되었던 것입니다.
Q. 그렇다면 리바이는 필시 엘빈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로군요?
이사야마 하지메 : 그렇습니다. 리바이가 엘빈의 생사를 결정하게 되는 순간, 그의 결정에는 케니와의 경험이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리바이는 무척 어린 나이에 케니와의 이별을 경험했고, ‘케니가 떠난 것은 자신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트라우마를 계속해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케니와 적으로서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리바이는 어린 시절부터의 마음을 다해 임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마지막은 지하동굴이 붕괴된 것을 원인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고 중태에 빠진 케니의 모습이었지요. 뿐만 아니라 케니는 자신의 연명을 위해 거인화 주사를 사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을 리바이에게 맡기고 숨을 거두었죠. 리바이의 입장에서 그것은 몹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평생을 이기적으로 살아온 케니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한 행동이 그토록 이타적인 선택이었다는 것 자체가요. 그 때의 경험 덕에, 리바이는 엘빈을 소생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인간으로서 엘빈과 마주하여, 엘빈을 위해 그의 죽음을 선택해주게 됩니다. ‘때때로 꿈은 마지막까지 실현되지 않는 것이 행복하다’라는 오랜 말을 기억합니다. 그 말은 ‘마지막까지 꿈을 쫓아 나아가는 것’이 그 사람에게 가장 좋은 삶임을 나타내고 있는거라고, 엘빈의 최후를 그리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정리하면, 엘빈은 의식 불명으로 죽어가는 와중에 어린시절 역사수업 중 아버지께 질문을 하는 기억으로 돌아갑니다. 본인 인생에 가장 중대한 분기점이 되는 순간이자 가장 한맺히는 기억이었을테니, 생의 마지막 순간에 어린 자신으로 돌아가있는 장면의 연출이 절묘합니다. 아버지와의 약속이라던 꿈이 그를 속박하는 사슬로 변해버린지 오래임을 보여주는 대목이죠. 그렇기에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리바이의 팔을 밀쳐버리는 장면은 마치 노예가 속박을 풀고 자유로워지는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어쨌든 리바이는 인류를 위해 엘빈을 살리려 했지만, 그를 한 인간으로서 이해했기에 결국에는 엘빈을 위해 그를 평안히 놓아줍니다. 엘빈도 마지막에는 동료들처럼 심장을 바친 셈이죠
엘빈 리바이 관련된 코멘트를 했었나본데 처음봤다 ㄷㄷ 짜임새가 장난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