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아트 온라인 인피니티 워 2 일본 본토 전 (43)
“왜 이런 몸으로 돌아다니나?”
“저 친구가 속 썩여서요.”
주인의 안타까운 질문에
나키 육장이 웃으며 던진 대꾸였다.
“모처럼 왔으니까 짭조름하게 간 맞춰서 부탁합니다.
밖에 애들도 배불리 주시고.”
“알았어요. 시간 좀 걸려요.”
키리토를 힐끔 본 내외가
나키 육장을 잘 다독인 다음에 나갔다.
잠시 후에
주인 양반이
따뜻한 우롱차가 담긴 컵 세 개를 들고 와 놓아주었다.
“오래 다니셨나 봐요?”
“야전 때.
울적할 때면 와서 하루씩 자고 가고 그랬다.”
“나키 육장님도 울적하실 때가 있으세요?”
“왜?
난 감정도 없냐?”
뭔가 죄를 지은 것 같아서
키리토는 뒷머리를 쓸었다.
키리토가 멋쩍게
우롱차가 담긴 컵을 볼 때였다.
미안하다는 얼굴로 키리토를 보던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코드 에이라고 있습니다.”
라고 입을 열자
그 뒤를 잇듯이
나키 육장이 아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새로 누군가가 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지휘관이 오면 따르지 않는 거지.
보상도 별로 없는
특수군 생활에서 자존심을 지키는 방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나도 없애지 못했다.”
말을 마친 나키 육장이
도움을 청하는 얼굴로 키쿠오카 일등육좌를 보았다.
“키리토 군...
아니 저 분에 대한 사항을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해가 생긴 모양입니다.
우선 훈련지를
제 1 보통과 대대로 바꾸고
대원들 전원 교체하겠습니다.”
키리토는
나키 육장을 똑바로 보았다.
“육장님.
제가 아무 말 없이 돌아선 것은 잘못한 일인 것 같습니다.
육장님이 여기까지 오실 때까지 전화를 받지 않은 것도 잘못이구요.”
키리토는
우롱차를 단숨에 마신 뒤
나키 육장과 키쿠오카 일등육좌를 보았다.
“제가 말없이 돌아온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죽을 수 있는 일에 아무것도 모른 채 나와 있었고,
전원 모두 사람을 향해 총을 쏴 본 경험이 없는 대원들이었습니다.”
나키 육장이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코드 에이가 어떤 건지는 모릅니다.
다만,
명령에 따르지 않는 대원과
경험이 부족한 대원은
실력에 상관없이 사고가 난다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실력을 인정받으려면
대원들 팔 하나쯤은 부러트려야 하는데
그래놓고 나면
어차피 작전은 틀어집니다.
이런 상태에서
계속 훈련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흐흠.”
나키 육장의 한숨이 길게 나왔다.
“키리토 군.
...아니 장군.
정말 그 짧은 순간에 지금 같은 판단을 한 건가?”
“솔직히 반은 감각이고,
나머지 반은 이런 종류의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번에는
키쿠오카가 키리토를 보았다.
“이런 건 방법이 없습니다.
특수전은 지휘관과 대원들이 똘똘 뭉쳐도 어려운 건데
그렇다고.......
대원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봐야
어차피 실력을 보기 전에는 받아들이지 못할 게 아닙니까.”
잔인한 평가였지만,
키쿠오카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설명을 하든, 안 하든,
눈으로 본 것이 없는 상태에서
키리토와
그의 동행인 둘은
그저 고등학생 두명에
평범한 세일즈맨처럼 보이는 중년 남성일 뿐이다.
장기전으로 준비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함께 훈련하며 손발을 맞추고,
그동안 고개를 숙이면 된다.
그러나
당장 다음 주부터 작전이 시작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
불신이 쌓인 상태라면,
죽으러 가라고 등 떠미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분위기가 가라앉자
나키 육장이 걸걸하게 입을 열었다.
“이 얘기는 그만하기로 하자.
잊어.
일단 잊고 스키야키 잘 먹고 돌아가서 생각하면 돼.”
“알겠습니다.”
키리토도 뒤에 매다는 성격이 아니라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났다.
“정말 좋네요.”
양도 푸짐해서 두 그릇씩 먹고 나서야 바닥이 보였다.
배불리 먹고 젓가락을 놓았다.
누군가가
프랑스식 만찬과 이 스키야키 중 하나를 택하라면
바로 스키야키를 찍었을 거다.
식사가 끝나자 테이블을 치웠고, 또다시 우롱차가 들어왔다.
“난 한숨 잘란다.”
나키 육장이 뻔뻔스럽게 몸을 옆으로 뉘이더니
등에 받쳐준 베개를 머리로 옮겼다.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알아서 해.”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웃으면서 눈짓을 했다.
그렇게
네 사람은 밖의 파라솔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