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애니메이션 10화 감상
![](https://img.chuing.net/i/eJJpHeH/Screenshot_20200908-180709_ on.jpg)
진모리 vs. 박일표
서한량, 박무진 vs. 네피림
이번 화의 볼거리라면 역시 이 둘이었다는 것은 자명하다.
MAPPA와 Production I.G라는 유명한 회사들이 함께 만든 화수여서 그런지, 액션과 카메라 워크는 전설로 남은 5화처럼 이번 10화도 엄청난 퀄리티였다.
캐릭터들의 동세가 딱딱한 느낌이 한 번도 들지 않았고 마치 비단이 바람에 나부끼는 것처럼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이번 10화 제작을 위해 모션 캡처 기술을 제공해 준 Production I.G의 기술력에도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 참고로 Production I.G가 올해 가을에 선보이게 될 노블레스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회사다.)
근데 이 명작 애니메이션의 유일한 단점인 13부작이라는 분량 제약으로 인해서 시청자들에게 설정을 이해시키는 방식은 자연스럽지 않았다.
애니메이션도 제갈택이 녹스와 협력 관계라는 것을 밝혔지만, 제갈택이 페이롱 처단하는 과정이 좀... 그랬다.
페이롱: 젠장. 진모리 녀석...(페이롱이 여기까지 지껄이고 있는 사이에 제갈택과 제갈택의 부하들이 헐레벌떡 페이롱에게 뛰어온다.) 야! 너희는 뭐 하고 있었어? 도와줄 거면 빨리 도와주던가!
제갈택: 야, 쓰레기. 난 너 같은 놈과 동료가 된 적 없다. 정보가 필요해서 함께 움직였을 뿐이지.(이 말만 남기고 제갈택이 다짜고짜 죽인다.)
원작은 다짜고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죽인 이유가 페이롱이 실패한 버러지이기 때문이라는, 최소한 제갈택의 무자비함을 보여주는 합당함이 있었고 어색하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애니메이션에서는 도대체 왜 친히 쓰레기에게 찾아오는 수고를 했는지 와닿지 않는다. 자신은 페이롱 같은 쓰레기와 같은 편이 아니라는 것이라도 증명하고 싶었나 보다.
'정보가 필요해서 함께 움직였을 뿐인 쓰레기'를 죽이기 전에, 제갈택은 심문을 해서 뭐라도 정보를 캐낸 다음에 죽인 것이 아니다. 제갈택은 갑자기 '지가 부하들까지 대동하고 헐레벌떡 뛰어와 놓고는' 갑자기 다짜고짜 지가 할 말만 남기고는 죽이고 가는 수고를 한 것이다. 그 이유가 원작처럼 제갈택의 무자비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이지도 않고 같은 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하고 싶어서 땡깡을 피운 것 같이 느껴졌다.
애니메이션에서 녹스는 '특정한 신'만을 섬긴다고 밝혔다. 차력을 혐오하는 이유도 비녹스 인원들이 쓰는 차력들은 자신들이 섬기는 그 특정한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녹스에게는 차력사뿐만 아니라 차력으로 나온 신까지 적이다.
참고로 원작은 차력사들이 쓰는 신들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차력사들이 건방지게 신의 힘을 마구 다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교리의 녹스 신도들이 쓰는 차력은 (상만진 빼고는) 사무라이라느니, 애벌레라느니, 크라켄이라느니 하는 하나같이 통일성이 없는 것들이다. 녹스가 섬기는 특정 신 외에는 차력으로 나오는 신조차도 적이라면, 녹스 인원들의 차력은 어느 정도의 유사성이나 통일성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비녹스 인원들의 차력들이 다 제각각인 것과 녹스 인원들의 제각각이고 잡다한 종류의 차력이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
그리고 진모리가 원작처럼 난염각을 쓰기는 하는데 진 회축으로 진 역축을 흡수해서 진모리의 다리를 감싸는 회오리의 힘을 높혀서 화염에 대항한다는 자세한 과정이 나온 원작에 비교하면 애니메이션에서는 정말 뜬금없다.
그냥 갑자기 박일표 덕에 깨달았다고 말하고는 아무런 설명이나 원리를 묘사하지 않고 쓴다.
5화에서도 청룡의 각을 갑자기 쓰기는 하지만, 최소한 한대위도 청룡을 묘사하는 기술이 있으니 진모리가 네(한대위) 덕분에 깨달아서 청룡의 각을 구상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난염각은 박일표 덕분에 깨달았다고 말하기에는 시청자들이 그렇게 느낄 만한 과정조차 하나도 없어서 정말로 뜬금없다.
그렇다면 그냥 박일표가 아니라, 진모리가... 가령, 장장미와 싸우다가 문득 갑자기 깨달았다고 해도 알 바 아니지 않을까? 애니메이션의 난염각은 진 역축을 흡수할 필요도 없는데.
그래도 제작진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13부작이니까 각색이 필연적이고, 때문에 어색함도 필연적이다.
오히려 액션에서 누구에게나 자랑할 만한 정도의 퀄리티를 뽑아내는 것이 굉장하다고 느낀다.
양국 다 성우 연기도 호평이 많아서 다행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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