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구자명 씨 = 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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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 우리 동네 구자명 씨 일곱 달 아기 엄마 구자명 씨는 출근 버스에 오르기가 무섭게 아침 햇살 속에서 졸기 시작한다.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경적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옆으로 앞으로 꾸벅 꾸벅 존다.
차창 밖으론 사계절이 흐르고 진달래 피고 밤꽃 흐드러져도 꼭 부처님처럼 졸고 있는 구자명 씨. 그래 저 십 분은 간밤 아기에게 젖 물린 시간이고 또 저 십 분은 간밤 시어머니 약 시중 든 시간이고 그래 그래 저 십 분은 새벽녘 만취해서 돌아온 남편을 위하여 버린 시간일 거야.
고단한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잠 속에 흔들리는 팬지꽃 아픔 식탁에 놓인 안개꽃 멍에 그러나 부엌문이 여닫기는 지붕마다 여자가 받쳐든 한 식구의 안식이 아무도 모르게 죽음의 잠을 향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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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화살을 당기고 있다.
-<또 하나의 문화>(19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