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많은 죄를 지었다.
아마 내가 지은 죄는 그 어떤 손길로도 지울 수가 없을듯 하다.
아마 순결한 예수 그리스도 마저 불가능할 듯 하다.
너무나도 무겁고 많은 죄이기에
너무나도 힘겨운 기억이기에
그가 짊어지던 숨쉬는 나무십자가보다 무거운
수천 수만개의 못으로 만들어진
아프고 따갑고 무거운 십자가를 내 등에 짊어지고
십자가의 양 끝에 박힌 두 손바닥을 모아 기도를 해본다.
"이 죄를 끝내려 하거든 우선 나의 생부터 마감하게 해주시오."
그렇게 피냄새와 쇠냄새가 뒤섞인 합장을 하고 난 뒤에 인간의 눈에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 죄를 끝내려 하거든 시간을 되돌릴 수 밖에 없다."
이천여개의 못으로 짜여진 무거운 십자가를 등에 짊어진 사람은 묻는다.
"시간을 되돌리려면 어떻게 하면 되오?"
귓가에 너울거리는 목소리가 대답한다.
"이미 늦었다는것을 모르겠는가."
"동문서답이군."
"나는 이것을 우문현답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