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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칭 + 대명사 (1) - 바나나 +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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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635 | 작성일 2013-04-15 09: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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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칭 + 대명사 (1) - 바나나 + 송이

2011년 9월 23일 토요일 + 부산 망미구에 있는 산. 해발 357M.

오전 일곱 시 십칠 분. + 해가 막 떠올랐다.

 

  눈을 떴다. 소나무 숲 사이로 쪼개져 들어오는 햇볕을 맞으며 기지개를 편다.

산에서 지내는 데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평소 아침 운동 삼아 자주 올랐지만, 이 산의 이름 따위는 아직 모른다.

 

  “일어났냐.”

 

  선영이가 나를 내려다보며 졸린 눈을 비빈다. 사람의 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른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 꼴을 보니 딱 그런 것 같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라면 우린 강의실에서 들어오는 서로를 향해 인사도 없이 데면데면하게 쳐다보고 있었겠지.

 

  “밑에는 좀 어때? 특별한 거 뭐 보이던?”

 

  밑이란, 말 그대로 이 산 밑을 말하는 것이다. 선영이는 고개를 젓는다.

 

  “아직 잘 모르겠어.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잘 안 보여. 해가 떴는데도 불을 켜놓은 채로 있는 세대가 꽤 있는 걸로 봐선…… 그대로이지 않을까 아마.”

 

  망원경을 넘겨받는다. 품질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물건이고, 밑은 온통 아파트 단지라 시계가(視界) 좁았다. 선영이 말대로 밖을 나돌아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돌아다니는 사람은 경비로 보이는 사람들 뿐. 아니, 사람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거지. 겉으론 봐서는…….

 

  “그렇겠네. 일단 좀 더 머물러 봐야겠어.”

 

  이 일이 벌어졌을 때는 어디로 몸을 숨길 지 무척 고민했었다.

 

  좀비 영화라든가 뭔가 인간에게 위험이 되는 괴물 들이 나오는 매체에서, 산은 고려할 만한 피난처가 아니었다. 산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피신처를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누군가’가 다가오는 걸 막는데 취약하며, 먹을 것을 구하기도 무척 힘들다. 물론 야생 동물을 사냥한다든지 산에서 나는 버섯 등을 먹으면 되지 않겠냐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별다른 도구가 없이 있을 지도 없을 지도 모르는 동물을 사냥하는 것은 다큐멘터리 채널에 나오는 서바이벌 전문가의 이야기다. 애초에 도구가 있다 하더라도, 고작 이 작은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에 체력을 다 소진하는 보통 사람들로는 무리다.

 

  버섯?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버섯 종류는 다섯 손가락으로도 충분히 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버섯들은 대게 이런 산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버섯 뿐 아니라 산에서 자생하는 많은 식물은 먹을 수 있을 지 없을 지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설령 그런 풀 몇 포기를 식량의 전부로 삼는 것은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물 좀 줄래?”

 

  하지만 좋은 점 하나가 있다면, 등산객이 일반적으로 찾는 곳이라면 물을 구하기 쉽다는 것이다. 사실 안정적인 식수원이라는 점이 내게는 가장 매력적이었다. 약수터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니…….

 

가방을 열어 바나나를 꺼낸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바나나를 씹고 삼킨다. 갈변 현상이 적당히 일어나 있어 달콤하다.

 

  “바나난 몇 개 남았어?”

 

  걱정스러운 듯 선영이가 묻는다. 가방 안 봉지를 들쳐보니, 반송이 정도 남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진 않고, 애매하게 “며칠 먹을 것쯤 있다”고 해두었다. 바나나 외의 식량은 초콜릿 바, 떠먹는 요구르트, 햄 몇 줄 뿐. 상할 우려가 있는 요구르트와 햄을 먼저 해치우고 나니 바나나가 며칠간 주식이 돼버렸다.

 

  “어디, 바나나 열리는 나무는 없나.”

 

  딴에는 웃겨보겠다고 한 소리지만, 선영인 다 먹은 바나나 껍질을 신경질적으로 던져버린다. 이렇게 얘기하면 마치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 하는 것 같겠지만, 여자와 단 둘이 있다고 해서 만화나 재난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사랑이 싹트는’일 따위 바라지도 않는다. 단지, 몸을 데우는 데 뭔가가 필요했을 뿐이다. 바나나의 것과는 다른 열량.

 

“가보자.”

 

   가방을 등에 메고 피신처를 나설 준비를 한다. 피신처라고 해봐야, 뭘 거창하게 만든 건 아니고 족구 하는 아저씨들이 족구장 옆에 지어놓은 작은 판잣집을 쓰고 있을 뿐이다. 어쨌거나 별다른 캠핑 장비도 없는데 땅바닥에서 한뎃잠을 잘 순 없는 노릇이니. 평소 때 이곳을 지나다니면서 봐두길 잘했다.

 

   이곳은 (비교적) 쾌적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 말고도 여러 장점이 있다. 정상 부근이라 시야가 좋은 점도 그렇고, 창고 같은 공간에는 망치 등의 공구나 여러 자재를 쓸 수 있다는 점이 한 몫 했다. 간단한 소독약이나 붕대를 갖춰 놓기도 했으니 이 산에서는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겠지. 퀴퀴한 냄새는 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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