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인칭 + 대명사 (9) 어둠 + 상자
수견식 | L:0/A:0
31/110
LV5 | Exp.28%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558 | 작성일 2013-04-23 01:58:37
[서브캐릭구경OFF] [캐릭컬렉션구경OFF] [N작품구경OFF]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인칭 + 대명사 (9) 어둠 + 상자

2011년 9월 17일 월요일 + 주택가에 있는 한 원룸

오후 아홉 시 + 달이 구름에 가려져 있다.

 

 

연효는 왜 산으로 올라가는 게 좋은 지에 대해 얘기한다. 여기엔 컴퓨터도, 텔레비전도 심지어 라디오도 없으니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다고.

 

‘이런 일이 이곳에서만 일어나는지, 우리나라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지 아직 아무 것도 알 수 없다’고 연효는 말했다. 맞는 말이다. 어쩌면 전 세계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근데 왜 산으로 가야 하는데?

-일단 며칠간 먹을 건 있는데, 물이 없잖아. 거긴 일단 물이 있고, 높은 곳에서 보면 대충 상황을 볼 수 있으니까. 무기……로 쓸 만한 게 있는 곳도 알고 있어. 뭐 별 건 아니지만. 숨기도 용이하고, 도망가기에도 편해, 산은.

 

내게는 확실히, 별다른 방법이 없다. 부모님은 한 달 뒤에나 돌아오실 테고 집에 혼자서 있는다고 해도 아니, 집까지 혼자 가는 것도 위험할 지 아닐 지 장담할 수 없다. 뭔가 외부와 연락을 하려면 집에 놔둔 핸드폰이 절실히 필요한데, 그리로 가는 길에는 나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무엇’들이 가득할 지도 모르니까.

 

이 녀석과 산에서 있는다……라. 나는 힐끗 연효를 바라본다. 신기하게도 이 녀석은 참 침착하다. 마치 재난 영화에서 나오는 ‘상황에 익숙한 베테랑’ 역을 맡은 것 같달까. 아니면 날 겁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저러는 건가.

뭐,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예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비실이는 아닌 것 같으니까. 멋대가리 없는 건 여전하지만 말야.

 

연효는 플래시를(아까의 슈퍼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큼지막한 건전지들도. 대체 어느새?) 챙기고 이리저리 빛을 비추어 본다. 왠지 익숙해 보이는 그런 일련의 동작들을 보고 있자니 아주 눈곱 만큼이긴 하지만 믿음……그래, 의지가 된다. 쳇, 의지가 된다구. 어쩐지 잔뜩 투정을 부리고 싶다. 너는 왜 그렇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음 일을 계획할 수 있냐고.

 

망원경(원래 가지고 있던 거라고 했다)을 챙겨 넣고, 연효는 대충 짐을 다 쌌다고 했다. 내 몫의 가방을 보니, 에게, 내가 들고 다니는 백도 이것보다는 무겁겠다 싶다. 이 자식, 아무리 여자이기로서니 날 무슨 성냥개비로 안담?

 

“야, 그냥 반반으로 나눠.”

 

“무거울 텐데?”

 

“아, 조용히 하고 그냥 달라구. 그런 배려는 필요 없네요.”

 

녀석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더니 자기 배낭에서 물건들을 빼네 내 쪽으로 담기 시작한다. 먹을 것, 옷가지들, 세면 용품, 여자 속옷……잠깐, 뭐?

 

“야, 이건 뭐……?” “며칠 걸릴지 모른다고 했잖아. 옷은 뭐 네가 불편한 대로 내 걸 입는다 쳐도 이건…….”

 

“뭐? 이거 어디서 났는데?”

 

아까 슈퍼에서. 당연하단 듯이 나를 쳐다본다. 아, 이놈, 대체 그 짧은 시간에 뭘 그리 많이 생각하고 집어넣은 거람. 아니 그보다…….

나는 슬쩍 속옷의 사이즈를 확인해 본다. 75……B. 이 자식. 어떻게 알았……. 고개를 홱 쳐드니 놈은 고개를 돌리고 괜히 더 들고 갈 게 없는지 살피는 기색을 낸다. 망할…….

 

 

“준비됐지?”

 

여하튼, 결국 밖을 나서기로 한다. 연효는 한 손에 나무로 된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에겐 플래시를 맡긴다. 불을 끄고, 커튼을 닫는다. 순식간에 방은 캄캄해진다. 슬며시 손을 뻗어 녀석의 배낭을 잡는다.

 

“그런데, 있잖아. 저거……. 시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저건 어쩔 건데?”

 

“어쩌겠어, 놔둬야지. 지금 저걸 처리하는 것보다…….”

 

샤르륵. 연효가 말하는 도중 갑자기 모래를 뿌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뭐지? 뒤를 돌아본 우리는, 죽어있던 ‘그것’의 몸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나를 닮은 ‘그것’의 팔이, 다리가, 온 몸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희미해지더니 마침내 한 줌도 되지 않을 것 같은 까만 가루가 바닥에 내려앉는다. 꼭 푸석한 빵 덩이가 망치에 맞아 바스러지는 것 같이.

 

“무슨…….”

 

그리고 우리는 눈앞의 ‘그것’이 사라지는 것보다 더 이상한 사실을 깨닫는다. 모든 불을 끄고 커튼도 닫은 방. 어둠에 아직 눈이 익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눈앞의 ‘그것’은 아주 선명히 보이는 채로 사라졌다. 눈앞에 있는 까만 가루도 마찬가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방 안에서 ‘까만’ 가루는 아주 또렷하게 보인다. 지금. 연효와 나는 그 이상한 광경을 빨려 들어가듯 보고 있다. 온통 까만 이 방 안에서, 그 어둠에 파묻혀야 할 까만 가루는 스스로 빛을 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칠흑 같다’는 표현을 떠올린다. 방 안의 어둠에 더 어두운 옷칠을 한 것처럼, 까만 가루는 온통 까만 속에서 까만 색의 광택을 낸다.

뜬금없지만 나는 초등학교 과학 시간 때 만들었던 ‘어둠상자’를 떠올린다. ‘오늘은 우리가 어떤 과정을 통해 물체를 볼 수 있는지 알아보겠어요.’ 아이들에게 안대를 주며 눈을 가리게 하던 선생님의 목소리도.

 

“……자.”

 

“가…….”

 

그 때 내 어깨를 치는 손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린다. 연효는 내 어깨를 돌리더니, 작게 말한다.

 

“가자.”

 

개추
|
추천
0
반대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수견식
이 게시판은 멸망하지 않았습니다.
닌겐노 게시판와 튼튼
2013-04-23 02:06:42
추천0
[L:23/A:416]
종이
대학입시가 끝나면 부활할겁니다
2013-04-23 23:06:36
추천0
[L:23/A:416]
종이
가자, 새벽의 나라로.
2013-04-23 23:06:05
추천0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5 | 댓글 2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744 창작  
자살방지대책위원회 - 프롤로그 [2]
아르크
2012-12-07 0-0 530
743 창작  
비밀글입니다 구름위의 사람들 -25-(공모전 문제로 잠시 비밀글로 돌립니다) [2]
슛꼬린
2012-12-07 0-0 213
742 창작  
심리학도생과 실어증그녀 -10화- [3]
깎깎
2012-12-07 0-0 516
741 창작  
[이벤트]산타에 대해서 알아 ? [7]
판다
2012-12-06 0-0 538
740 창작  
바퀴벌레vs개미;;(제목은 수정 언제간말이죠...) [4]
롤랑롤랑
2012-12-06 0-0 615
739 창작  
비밀글입니다 구름위의 사람들 -24-(공모전 문제로 잠시 비밀글로 돌립니다) [3]
슛꼬린
2012-12-06 0-0 167
창작  
인칭 + 대명사 (9) 어둠 + 상자 [3]
수견식
2013-04-23 0-0 558
737 창작  
[이벤트 추리 소설] 전능(완성) [6]
절대존재
2012-12-02 0-0 557
736 창작  
비밀글입니다 구름위의 사람들 -23-(공모전 문제로 잠시 비밀글로 돌립니다) [1]
슛꼬린
2012-12-02 0-0 196
735 창작  
비밀글입니다 구름위의 사람들 -22-(공모전 문제로 잠시 비밀글로 돌립니다) [1]
슛꼬린
2012-12-01 0-0 183
734 창작  
SAO - 연쇄PK사건 1화 [5]
센스민트
2012-12-01 0-0 618
733 창작  
[이벤트] 저번에쓴거 퍼옴 -루돌프의 진실-[브금] [7]
슛꼬린
2012-12-01 0-0 532
732 창작  
이런 게임 플레이를 하는 너는 틀림없는 변태 -1 [1]
삼철
2012-12-04 0-0 554
731 창작  
페이트세이버 Fate Savior(운명의구세주) 1.5화 [2]
darklord
2013-01-30 0-0 492
730 노하우 공유  
노하우랄까... 여튼 해보시면 느끼실듯! [12]
슛꼬린
2013-03-21 0-0 809
729 창작  
푸른 하늘에 춤추는 연분홍빛 소나기 제 1장 4부
YCC
2013-04-02 0-0 648
728 창작  
이런 게임 플레이를 하는 너는 틀림없는 변태 -3
삼철
2012-12-05 0-0 537
727 창작  
이런 게임 플레이를 하는 너는 틀림없는 변태 -2
삼철
2012-12-05 0-0 549
726 창작  
언제나 넌 . [6]
깎깎
2012-12-05 0-0 458
725 창작  
자신에게 고백한 남자가 있다? - 2화 - [6]
사브리나
2012-12-01 0-0 676
724 시 문학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 용혜원
에리리
2021-01-10 0-0 142
723 시 문학  
진달래꽃 - 김소월
크리스
2021-01-10 0-0 151
722 시 문학  
너 거기 햇빛으로 있어라 - 최일화
순백의별
2021-01-10 0-0 182
721 창작  
하늘 아래에서(Under Sky)- 에필로그 [5]
수삼
2013-01-06 0-0 510
720 창작  
야설 아닙니다. [7]
백귀
2013-01-05 0-0 618
      
<<
<
381
382
383
384
385
386
387
388
389
39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