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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물의 카페
샹크스왼손 | L:0/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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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442 | 작성일 2017-05-11 19: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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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물의 카페

실로 100년만이었다.

4대 정령왕이 모이는 년수를 말하는 것이다.

오늘은 특별히 미국이라는 인간의 나라에 한데 모여 있었다.

이프리트 - "이거이거 곤란하다고. 성과가 제로(zero)라니. 열심히 홍보는 하는거에요?"

날카로운 눈매에 붉은 눈동자가 인상적인 20대 중반의 젊은 남성이 빈정거리 듯 말했다. 그의 이름 이프리트 블라디미르, 12대 불의 정령왕이자 올해로 214년 째 불의 정령계를 이끄는 사내였다.

실피드 - "뭐 어쩌겠니. 더 이상 인간들이 관심이 없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애걸복걸할 수는 없잖아?"

약간의 펌이 섞이고 애쉬 그레이 색상이 빛나는 머리칼을 가진 여성이 이프리트의 말을 맞받아쳤다. 그녀는 유난히 다리가 드러나는 짧은 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한번 다리를 꼬니 주변 몇몇 남자들의 눈이 그녀에게 쏠리곤 했다.

그녀의 이름은 실피드 린치, 11대 바람의 정령왕이자 342년 째 바람의 정령계를 이끄는 여왕이었다.

노르스-"동감이다."

갈색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40대 남성이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실피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이름은 얀 노르스, 9대 땅의 정령왕이자 582년 째 땅의 정령계를 이끌고 있으며 역사상 가장 오래 정령왕직을 지내고 있었다.

이 셋은 이후로도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식의 대화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서 해답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들도 알 고 있었고 그저 간만의 재회에 만담을 나누는 느낌이 강했다.

다만 이 테이블엔 3명만이 앉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실피드와 이프리트 사이, 다르게는 노르스 맞은 편에 긴 웨이브 펌에 시원한 파란색이 빛나며 푸른 눈을 가진 소녀가 그들의 대화와는 상관없이 눈앞에 놓인 조각 케익만 먹고 있었다.

한참 동안 대화를 이어나가던 중 그녀의 왼편에 앉아 있던 실피드가 아무 말도 않고 있는 그녀를 보곤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실피드-"하아..."

이프리트-"갑자기 왠 한숨이십니까? 그러다간 눈가에 주름 하나 더 늘어요~"

그는 킥킥거리며 실피드를 놀렸다.

실피드-"엘리아, 이 애 좀 봐라.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인데 케익만 먹고 있잖아. 재미 없게..."

실피드의 말에 나머지 두 사람도 푸른 머리의 소녀, 엘리아에게 눈이 쏠렸다.

엘리아는 11대 물의 정령왕이지만 태어난지는 이제 52년을 넘었고 정령왕으로서는 10년을 갓 넘은 초짜 정령왕이었다.

바로 옆에서 실피드가 눈치를 주고 다른 사람들마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엘리아는 여전히 케익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마치 해부하 듯이 포크질을 하고 있었다.

이프리트-"어떡하겠습니까. 정령왕 된지 이제 겨우 10년 째에요. 선왕의 자리를 메우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실피드-"그래도 이 애 아버지는 능글맞아서 좋았는데... 하응~ 엘퀴네스님~ 저도 얼른 성불해서 만나겠사와요~"

실피드의 교태 섞인 비음에 이프리트는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옆에서 노르스는 여전히 무표정을 커피 한 모금을 삼킬 뿐이었다.

실피드-"얘, 엘리아."

엘리아-"네?"

여태껏 아무런 관심도 없던 엘리아였지만 실피드가 직접 그녀의 이름을 부르니 고개를 들고 다른 사람들을 쳐다봤다.

실피드-"물의 정령계는 어때? 계약자들 아직 많아?"

엘리아-"에... 뭐... 작년보단 좀 늘은 것 같긴해요."

실피드-"같은 건 뭐니? 정확히 몰라?"

엘리아-"네... 뭐..."

조금은 집요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엘리아는 다시 케익에 시선이 꽂혀 대답도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더 이상 상대할 가치를 못 느낀 실피드는 엘리아와의 대화를 포기하고 이번엔 노르스에게 물었다.

실피드-"그쪽은 어때요? 땅의 정령은 꽤 괜찮은 걸로 아는데."

노르스-"유럽이란 곳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계약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긴 했다."

실피드-"헤에~ 농사라. 그래도 그쪽은 정령들을 어떻게든 이용하긴 하나보네요."

노르스-"그래도 언제 줄어들지 모른다."

실피드-"우린 계약자가 아무도 없다못해 오히려 줄었어요. 우리 애들은 실직자라고요."

이프리트-"저도 줄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계약자가 단골이라서요. 우리 애들 자주 소환하더라고요. 전 그런 계약자들만 믿고 있습니다~"

실피드-"뭐야, 그럼?! 우리 쪽만 망한거야?!"

이프리트-"에이~ 망하다니요. 그래도 여름 땐 바람의 정령들이 인기라고요. 우리는 여름만 되면 아무도 소환 안해요!"

실피드-"무슨 한 철 장사라도 하는 줄 아니? 우린 엄연히 정령들이야! 인간들을 위해 존재하고 인간들에 의해 존재되는! 장사꾼이 아니라고! 그리고 네 녀석 말대로라면 여름엔 우리가 흥행해야 되는거잖아? 근데 왜 우린 여름에도 계약자도 없고 소환도 없냐고!"

이프리트-"쯧쯧... 그렇게 사업자 정신이 없으니까 장사가 안되죠. 시대가 변했습니다. 우리가 고객을 유치해야한다고요. 언제까지 인간의 환상 속에만 존재하기엔 우리들이 존재할 수 없어요."

이번엔 이프리트의 말에 노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피드-"인간한테 빌어야 하다니... 못해! 안해! 절대!"

이프리트-"하아..."

실피드의 완강한 태도에 이프리트는 절로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과학과 문명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 정령은 인간의 환상이 아니라 실존하던 존재들이었다. 인간들의 삶 곳곳에 파고들었고 인간과의 친밀도를 통해 정령들의 존재를 인정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인간들이 더 이상 정령들에 대해 필요성을 못 느끼자 정령들은 자연스레 잊혀져 갔다. 어느 순간 정령은 판타지에만 존재하게 되었고 그 실체를 믿는 인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문제는 인간들의 믿음이 사라지자 정령들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정령은 귀신이나 괴담과도 같은 거라서 인간들의 믿음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물론 실제로 귀신이 존재하는지 인간들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입에 오르고 내린다는 건 부분적으로나마 존재성을 믿기 때문이었다. 정령들은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령계는 위기였다. 이대로라면 정령계는 진짜로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었다.

100년만의 모임은 바로 이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의논하고자 모인 자리였다.

하지만-

실피드-"못해! 절대 난 인간 따위에게 극복하지 않을거라고!"

이프리트-"고집 피우지 마요. 안그럼 망한다니까?"

노르스-"..."

정령왕들이 모이면 항상 이런 식이었다. 워낙 각자의 개성이 강하고 고집이 있는 지라 의견 통합이 이루어졌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엘리아-"냠..."

단 한사람만 여유로울 뿐.

엘리아 만큼은 정령계가 위기에 처하든 말든 케익의 달콤함에 소리없이 감동하고 있었다.

이프리트와 실피드가 한참 동안 말씨름을 하는 동안 노르스는 엘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노르스-"물의 정령왕, 그대는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엘리아-"저요? 저는-"

그녀는 물고 있던 케익을 넘기고서 대답을 이었다.

엘리아-"저는 장사하고 싶어요!"

이프리트/실피드/노르스-"...?"

순간이었지만 굉장히 임팩트 있는 그녀의 단 한마디였다. 그 순간만큼은 싸우던 이프리트와 실피드도, 물어본 노르스도 침묵하고 말았다.

비수처럼 날아든 정적에 엘리아만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일 먼저 입을 열은 것은-

실피드-"뭐어?!"

역시나(?) 그녀였다.

실피드-"장사? 어머어머! 얘가 대체 뭔 소릴 하는 거래?! 얘야! 장사라니! 너 엄연히 정령왕이야! 정령왕이라고!"

그녀는 벌떡 일어나서 엘리아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며 소리쳤다.

반면 이프리트는-

이프리트-"푸하하하!!! 역시! 그 아버지의 그 자식이란 건가... 크크큭! 아, 좋아좋아~ 아~~~주 맘에 들어!"

옆에서 박장대소하고 있을 뿐, 오히려 엘리아를 귀여워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노르스는 여전히 침묵.

실피드-"이 애가 미쳐도 미쳤지... 장사라니! 인간들 하는 장사를 하겠다고! 돈이나 받으면서 물건 팔아먹는?!"

이프리트-"왜요~ 멋있고 좋구만. 진정한 고객 유치랄까. 난 진짜 맘에 들어!"

실피드-"야! 넌 이런거 동조해주지 마! 애 진짜 이상해져! 노르스 님! 뭐라고 좀 해봐요!"

노르스-"음... 나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노르스는 의외로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결국 속터지는 건 실피드 혼자였다.

이프리트-"엘리아 양, 장사가 뭔지는 알고 얘기하는거지?"

엘리아-"예! 물론요! 인간들에게 돈을 받고 원하는 물건을 주는 행위잖아요!"

이프리트-"뭐...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실피드-"으으... 얘가 아직 어려서 그래. 엘리아? 인간 세상에 정령왕이 끼어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아무리 너희 아버지가 방탕했다곤 해도 인간 세상에 끼어들진 않았었다고. 이런 건 아버지가 원하는 일이 아니잖니?"

실피드는 어떻게든 엘리아를 뜯어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해맑게 웃으면서-

엘리아-"어머니는 인간이었는데요?"

실피드-"..."

이프리트-"푸하하하! 그렇긴 하지! 엘퀴네스 님이 실피드 누님 청혼을 걷어차고 인간이랑 결혼했잖아? 그렇게 보면 엘리아보단 한 발 더 앞서긴 했었네. 크크크..."

실피드-"우, 웃지마! 그, 그래도 엘퀴네스 님은 날 귀여워 해주셨다고!"

이프리트-"아아~ 알다마다요. 엄~~청 귀여워 해주셨죠."

이프리트는 이글거리는 눈빛과 함께 그녀를 놀리는 데 정신없었다. 영문을 모르는 엘리아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프리트의 놀림에도 실피드는 계속해서 엘리아를 설득했다.

실피드-"얘야. 지금 우리가 정령계를 어떻게 되살릴까 고민하잖니? 그런데 장사라니. 너 하고 싶은 걸 할때가..."

엘리아-"아뇨, 실피드 님. 물론 제가 하고 싶은걸 하는 거지만 저 나름대로 고민해봤어요."

실피드-"에?"

어린 애마냥 순수하게 빛나기만 하던 엘리아의 눈빛이 어느새 강렬해졌다.

엘리아-"이프리트 님 말대로 우린 인간에게 구걸할 정도로 상황이 힘들어요. 인간들은 우릴 잊으려고 하죠. 그럼 인간들에게 우리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어요. 쉽게 말해 다다갈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인간들과 가까워 질 수 있을까 고민을 했고 그 결과, 제가 장사를 한다는 거였어요."

이프리트-"호오~ 나름 논리적이고 똑부러지는데?"

의외의 답변에 이프리트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실피드도 반박하지 못한 입만 떡하니 벌려 어이없게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이프리트-실피드 누님, 어떡할래요?"

실피드-"하아..."

그녀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고 팔짱을 끼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실피드-"내가 뭐라한다 한들 다른 정령왕의 결정을 가로막을 권한은 없으니... 그냥 존중해줘야지."

이프리트-"노르스 형님은요?"

노르스-"나도 바람의 정령왕과 똑같은 생각이다."

이프리트-"나도 뭐... 똑같은 생각이다. 물의 정령왕님이 그렇게 판단하셨다면 존중해줘야지. 다만..."

엘리아-"다만...?"

이프리트는 엘리아의 귓가에 대고 조그맣게 속삭였다.

이프리트-"사업잘되면 나도 좀 끼워줘라."

엘리아-"네! 당연하죠!"

이프리트까지 동의를 하고 나서 엘리아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로서 정령왕들의 현실 적응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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