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도, 화창한 날
파아란 하늘 속 흰 구름 희끗희끗 묻어 있는 날
멀리 논두렁
일하는 사람 하나 둘 나와 있는 날
아스팔트 길 질주하던 코뿔소 한 마리
모내기 한 논에 처박혀 있다
무릎 꿇고 코 박은 채 엎어져 있다
주인이 잠시 조는 사이
날아가는 나비에 한눈파는 사이
에라 모르겠다 뛰어들었을까
질주의 정글에서 벗어나
싯푸른 모와 몰랑몰랑한 흙에 입 맞추고 싶었을까
쉬고 있다
사고 후의 고요함에 햇살만 눈부시다
집 나와 떠도는 산들바람이
쉬는 김에 아주 그냥 푹 쉬라고
건듯거리고 있다
- 조재도, 화창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