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일 좋아하는 짝사랑시 이상의 '이런 시' 中에서
이런 게시판이 있는 줄 처음 알았네요.
안 김에 짝사랑 소재 시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라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짝사랑을 고상하고 아름답게 잘 표현한 시입니다.
오랫동안 마음에 둔 사람이 있으나 이루어질 수 없는(그 대상의 호감을 살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는커녕
상관하지 않고 계속 사랑하리라 다짐하는 모습이 슬프면서도 아름다워 보입니다.
사실 이 시는 원래 사랑 시는 아닙니다. 본래 전문은 이렇습니다.
역사(규모 큰 토목·건축 공사)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끄집어 내어놓고 보니/도무지 어디서인가 본 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일꾼)들이 그것을 메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 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나가 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길가더라.// 그날 밤에 한(큰)소나기 하였으니 필시 그 돌이 깨끗이 씻겼을 터인데/ 그 이튿날 가보니까 변괴(괴이한 일)로다, 간데온데 없더라.// 어떤 돌이 와서 그 돌을 업어갔을까./ 나는 참 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작문을 지었다.//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라.//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어떤 돌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 보는 것만 같아서/ 이런 시는 그만 찢어 버리고 싶더라.
돌에 대한 인상을 표현한 것 뿐인데 이렇게 서정적일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6월10일에 스크랩을 해놨는데 아직도 시가 생생히 기억나네요. 그만큼 인상적인 시라는 거겠죠.
의도치 않게 2D덕들의 마음을 정말 잘 표현하지 않았나(?)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모 캐의 열렬한 덕으로 유명한데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제 최애캐 ㅅㅋㅈㅋ가 생각납니다...
ㅅㅋㅈㅋ를 생각하는 제 마음이 딱 저렇습니다.
여러분은 생각나는 캐가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