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기타의 붉은 줄 하나
클래식 기타의 붉은 줄 하나 / 김윤하
한밤중, 방구석에 세워놓은 클래식 기타가
쓰러지는 소리에 눈을 떴다
톡, 가는 신음소리 나더니
기타 줄 하나가 끊어졌다
간유리 창을 통해 들어온 여린 불빛을 받으며
끊어진 기타 줄은 저를 어쩌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줄 끊어진 클래식 기타를 등 돌려 세워놓았다
제풀에 쓰러져 줄 끊어진 이유를 나는 안다
나도 한때는 그리움 쪽으로 몸 많이 기운 적 있었다
슬픔이 진하면 저 기타도 줄 끊어지듯
그가 떠났을 때
그를 향한 팽팽한 붉은 마음 줄 하나가
내 속에서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바람 불지 않아도 오래도록 발걸음이 흔들렸다
한밤중, 끊어진 기타 줄을 갈아 준다
줄감개를 조이며
기타 줄의 상태를 가장 좋은 소리에 맞춘다
내 손끝이 가물가물 멜로디를 더듬거린다
그가 즐겨 부르던 노래가
둥글게 퍼지는 현의 떨림이 어둠 속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