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혁-흰 버티컬을 올리면 하얀
성동혁-흰 버티컬을 올리면 하얀
1
당신의 군락에선 똑바로 설 수 없다 넘어지는 흰 가로등을 보며 나는 여러 겹의 카디건을 입었다 묵상도 하얗게 눈을 감아도 하얗게 어젯밤 나의 소파도 하얗게 푹신이란 부사도 하얗게 하얗게 나는 적어 두었다
2
우산꽂이에 우산이 꽂혀 있었다 하늘에선 구름의 가지치기가 한창이었다 비가 후드득 주머니에 붉은 손을 숨겼다 우산 쥘 손이 없어 비를 맞는다 자꾸 발끝으로 흘러내리는 물들이 핑크 핑크 레드. 나는 붉은 숲에 살던 붉은 난쟁이
3
내게서 발현되는 붉음이 당신에 대한 쿠데타같이 보여 숨기려 했지만, 내가 붉고 네모난 색을 떠올렸을 때 건물은 무너졌다 붉은 먼지가 보도블록 틈까지 붉게, 앉았다
4
하양, 내가 지정할 천연기념물 일 호. 역사는 혼색(混色)으로 개혁되었다 하양과 빨강 명도로 그려지는 도시의 끔찍한 문명이 나로 인해 시작되었다니
5
발이 닿는 곳마다 붉게 오염되던 당신의 군락이 그립다 나의 군락에선 나의 발자국을 볼 수 없어요 붉고 붉어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 붉은 투명 인간 그대여 당신의 흰색은 더욱 아름다워요 망명도 안 되는 나의 붉은 군락에서 나 좀 없애 줘요
6
나의 군락에선 똑바로 설 수 있다 사람들은 믿지 않았지만 난 가끔 당신의 하얀 생일에 초대받는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