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균 - 3·1날이여! 가슴아프다
조선독립만세 소리는
나를 키워준 자장가다
아버지를 여읜 나는
이 요람의 노래 속에 자라났다
아 봄은 몇 해만에 다시 돌아와
오늘 이 노래를 들려주건만
3·1날이여
가슴아프다
싹트는 새 봄을 우리는 무엇으로 맞이했는가
겨레와 겨레의 싸움 속에
나는 이 시를 눈물로 쓴다
이십칠년전 오늘을 위해
누가 녹스른 나발을 들어 피나게 울랴
해방의 종소리는 허공에 사라진 채
영영 다시 오지 않는가
눈물에 어린 조국의 깃발은
다시 땅 속에 묻혀지는가
상장(喪章)을 달고 거리로 가자
우리 껴안고 목놓아 울자
3·1날이여
가슴 아프다
싹트는 새 봄을 우리는 무엇으로 맞이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