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바람소리 - 신석정
대바람소리
들리더니
소소한 대바람소리
창을 흔들더니
소설(小雪) 지낸 하늘을
눈 머금은 구름이 가고오는지
미닫이에 가끔
그늘이 진다.
국화 향기 흔들리는
좁은 서실(書室)을
무료히 거닐다
앉았다, 누웠다
잠들다 깨어 보면
그저 그런 날을
눈에 들어오는
병풍의 `낙지론(樂志論)'을
읽어도 보고……
그렇다
아무리 쪼들리고
웅숭거릴지언정
― `어찌 제왕의 문에 듦을 부러워하랴'
대바람 타고
들려오는
머언 거문고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