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가구의 힘 - 박형준 -
서시 | L:53/A:602
1,499/1,930
LV96 | Exp.77%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 | 조회 105 | 작성일 2019-08-05 20:59:18
[서브캐릭구경OFF] [캐릭컬렉션구경OFF] [N작품구경OFF]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가구의 힘 - 박형준 -

가구의 힘
- 박형준 -







얼마 전에 졸부가 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나의 외삼촌이다.
나는 그 집에 여러 번 초대받았지만
그때마다 이유를 만들어 한번도 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방마다 사각 브라운관 TV들이 한 대씩 놓여있는 것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닌지 다녀오신 얘기를 하며
시장에서 사온 고구마 순을 뚝뚝 끊어 벗겨내실 때마다
무능한 나의 살갗도 아팠지만
나는 그 집이 뭐 여관인가
빈방에도 TV가 있게 하고 한 마디 해주었다.
책장에 세계문학전집이나 한국문학대계라든가
니체와 왕비열전이 함께 금박에 눌려 숨도 쉬지 못할 그 집을 생각하며
나는 비좁은 집의 방문을 닫으며 돌아섰다.

가구란 그런 것이 아니지
서랍을 열 때마다 몹쓸 기억이나 좋았던 시절들이
하얀 벌레가 기어 나오는 오래된 책처럼 펼칠 때마다
항상 떠올라야 하거든
나는 여러 번 이사를 갔었지만
그때마다 장롱에 생채기가 새로 하나씩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집의 기억을 그 생채기가 끌고 왔던 것이다.
새로 산 가구는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만 봐도
금방 초라해지는 여자처럼 사람의 손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먼지 가득 뒤집어쓴 다리 부러진 가구가
고물이 된 금성라디오를 잘못 틀었다가
우연히 맑은 소리를 만났을 때만큼이나
상심한 가슴을 덥힐 때가 있는 법이다.
가구란 추억의 힘이기 때문이다.
세월에 닦여 그 집에 길들기 때문이다.
전통이란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것 …….
하고 졸부의 집에서 출발한 생각이 여기에서 막혔을 때
어머니가 밥 먹고 자야지 하는 음성이 좀 누그러져 들려왔다.
너무 조용해서 상심한 나머지 내가 잠든 걸로 오해 하셨나.

나는 갑자기 억지로라도 생각을 막바지로 몰고 싶어져서
어머니의 오해를 따뜻한 이해로 받아들이며






깨우러 올 때까지 서글픈 가구론을 펼쳤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1991)-

개추
|
추천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5 | 댓글 2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2194 시 문학  
멸입(滅入) - 정한모
크리스
2020-02-11 0 102
2193 시 문학  
만순이 - 고 은
크리스
2020-02-08 0 102
2192 시 문학  
사랑의 결실 - 오보영
순백의별
2020-01-30 0 102
2191 시 문학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 이외수
에리리
2020-01-26 0 102
2190 시 문학  
당신은 - 한용운
크리스
2020-01-25 0 102
2189 시 문학  
새벽 편지 - 곽재구
에리리
2019-12-20 0 102
2188 시 문학  
소 낙 비 - 윤동주
사쿠야
2019-11-30 0 102
2187 시 문학  
꽃밭의 독백 - 서정주
에리리
2019-11-21 0 102
2186 시 문학  
가슴엔 리본을 달고 - 박 철
크리스
2019-11-07 0 102
2185 시 문학  
고사(古寺) 1 : 조지훈 시
크리스
2019-10-19 0 102
2184 시 문학  
풍경 - 김춘수
퍼퓨마
2019-10-01 0 102
2183 시 문학  
누구나 그렇게 서른이 된다 - 편채원
깜짝이야
2019-09-24 0 102
2182 시 문학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 시
크리스
2019-09-07 0 102
2181 시 문학  
산에 언덕에 - 신동엽
에리리
2019-09-05 0 102
2180 시 문학  
울릉도(鬱陵島) : 유치환 시
크리스
2019-08-25 0 102
2179 시 문학  
역 - 한성기
에리리
2019-08-20 0 102
2178 시 문학  
호주머니-윤동주
멜트릴리스
2019-08-18 0 102
2177 시 문학  
당신만큼-이해인
멜트릴리스
2019-06-22 0 102
2176 시 문학  
북청 물장수 - 김동환
에리리
2019-06-02 0 102
2175 시 문학  
세월이 가면 - 박인환 [1]
대갈맞나
2018-12-11 0 102
2174 시 문학  
서연정의 <선물>
유희나
2020-06-16 0 102
2173 시 문학  
사랑하기 때문에 - P. M 윌리엄스
에리리
2020-06-15 0 102
2172 시 문학  
가을에 - 정한모
에리리
2021-05-25 0 101
2171 시 문학  
해 - 박두진
에리리
2021-05-19 0 101
2170 시 문학  
자모사 - 정인보
에리리
2021-05-01 0 101
      
<<
<
321
322
323
324
325
326
327
328
329
33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