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엔 리본을 달고 - 박 철
가슴엔 리본을 달고
- 박 철
아이의 가슴에 예쁜 리본을 달아주고
들판에 나가 마음대로 뛰놀게 한다
저쪽에서 구름이 밀려와 이쪽으로 가고
구름 사이로 하늘도 밀려가고
아이는 논둑길을 넘나들다 이내
나의 곁에 와 앉는다
가을걷이 일찍 끝난 빈 들판에
따뜻한 초겨울의 맑은 날씨만 남고
작은 바람에 아이의 리본이 흔들린다
30년이 되었구나
그땐 무엇이 나의 가슴에서
저렇게 예쁜 모습으로 흔들렸을까
아버지도 나의 가슴에 무언가를 달아주고
저기로 가 마음대로 놀아라
논둑에 앉아 먼 하늘가로 이렇게
긴 한숨만 내쉬었을 텐데
구름 가는 사이
30년이 지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