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 시비에서
서산대사 시비에서
여보게 친구!
살아 있는게 무언가?
숨 한번 들이 마시고 마신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순간
들여 마신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모금도 가졌던것 버릴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것인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것 저것도 내것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져도
저승길 가는데는 띠끌하나 못 가지고
가는 법이려니
쓸만큼 쓰고 남는것은 버릴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것쯤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밭에 자네 추억 씨앗뿌려
사람,사람 마음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조각 뜬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조각 뜬구름이 스러짐이라
뜬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가지 만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위의
한점 눈(雪)이로다
논의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라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 묘향산 원적암에서 칩거하며 많은 제자를 가르치던 서산대사께서 85세의나이로 운명하기
직전 위와 같은 시를 읊고 나시고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잠든 듯 입적 하셨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