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꽃으로 밀어내는 - 강연옥
제 속으로 푹푹 파 들어가며 흐르지 못하는 웅덩이 물은 어디에 머물러도 고요하다. 그러다가 흙길을 달려온 바람이 언덕에 다다를 즈음 차마 오르지 못하고 제 몸을 빗물에 씻으면 웅덩이에는 한 방울 두 방울 파문을 일으키는 아픈 물꽃들이 피었다가 이내 진다.
비 그치면 꽃 진 자리 흔적도 없다. 파란 하늘을 투영할 수 없이 검어져만 가는 물밭. 흙냄새 천천히 잠재우노라면 굵은 빗줄기를 자르려는 듯 풀잎은 퍼렇게 날이 서가고 제비는 벌써 처마 밑에 집을 다 지었다. 때가 됐나보다.
웅덩이에 장대비 죽창처럼 내리 꽂는 날에 필연(必然)으로 피어오를 백련(白蓮)의 심장 여는 소리, 고인 흙탕물 속에서 덤덤한 침묵이 고요를 물고 하얗게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둠 속에서 오래 견딜수록 눈이 빛나듯 웅덩이 속 아픔을 꽃으로 밀어내는 백련(白蓮)의 그윽한 마음 열리는 소리 --------- 울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