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바다 - 신동엽
줄줄이 살뼈는 흘러내려 강을 이루고
산과 바다는 마음밭을 이랑 이뤄 들꽃을 피웠다.
칠월의 태양과 은나래 젓는 하늘 속으로
신주알 향기 푸른 치마폭 찬란히 흩어져 가고
더위에 찌는 울창한 원생림(原生林)
전쟁이 불지르고 간 황토배기 벌판에
한가닥 바람길이 열려 가느른 꽃뱀처럼
노래가 기어오고 있었다.
오월의 숲속과 뻐꾸기 목메인 보리꺼럭 전설밭으로
황진이 마당 가 살구나무 무르익은 고려땅 놋거울 속에
아침 저녁 비쳐들었을 아름다운 신라 가인(佳人)들.
지금도 비행기를 바라보며
하늘로 가는 길가에
고개마다 나날이 봇짐 도시로 쏟아져 간
흰 젖가슴의 물결치는 아우성을 들어 보아라.
해가 가고 새봄이 와도 허기진 평야
나무뿌리 와 닿은 조상들의 주막 가에
줄줄이 태고적 투가리들이 쏟아져 오고
바다 밑에서 다시 용트림하여 휘올라
어제 우리들의 이랑밭에 들꽃 피운 망울들은
일제히 돌창을 세워 하늘을 반란(反亂)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