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은 - 박건삼
라일락 꽃향기 사라지고
아카시아 흰 꽃 늦은 봄바람 불어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면
계절의 여왕은 당신의 포로
갓난아기 손같은 은행잎이
백일 지난 아기의 웃음으로 퍼지면
연두빛은 초록으로 달려가고
파도가 꿈꾸는 철 이른 바닷가엔
이중섭의 유화 속으로 개헤엄 치는 아이들이 즐겁다
진달래 꽃 필 무렵에 오마던 그 약속이
오월 단오 창포 꽃 하도록 가뭇없는데
설레며 살아온 계절, 탓한들 한번 가버린 님이 올까만
붉은 꽃잎 떨어진 오후
애잔한 열정을 유혹하는 당신은
차라리 장미의 붉은 입술이다
첫 소나기 지나간 오후 무지개 걸린 산하
반쯤 먹다 남은 솜사탕 같은 구름 한 점 산허릴 휘감고
찬란한 유혹으로
잃어버린 청춘을 꼬드기는 당신은
오만해도 아름다운 이름
모란꽃이 피면
어디선가 성미 급한 매미가 파도를 부르고
황포돛배가 사라진 무심한 한강 위로 유람선이 흐른다
유월이여!
당신은 얼마나 큰 마법의 가슴이길래
계절의 여왕을 포옹하고 구룡포 가는 길
노고지리 치솟는 오월의 푸른 보리밭을
저리 고운 황금빛으로 바꿔
꿈꾸는 푸른 바다마저 춤추게 하느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