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 신동엽
그녀는 안다
이 서러운
가을
무엇하러
또 오는 것인가……
기다리고 있었다
네모진 궤상(机上) 앞
초가을 금풍(金風)이
살며시
선보일 때,
그녀의 등허리선
풀 맥인
광목 날
앉아 있었다.
아, 어느새
이 가을은
그녀의 마음 안
들여다보았는가.
덜 여문 사람은
익어가는 때,
익은 사람은
서러워하는 때.
그녀는 안다.
이 빛나는
가을
무엇하러
반도의 지붕 밑, 또
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