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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 - 김현승
사쿠야 | L:97/A:61
3,794/5,330
LV266 | Exp.71%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107 | 작성일 2020-03-10 01: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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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 - 김현승

내 이름에 딸린 것들

고향에다 아쉽게 버려두고

바람에 밀리던 플라타너스

무거운 잎사귀 되어 겨울 길을 떠나리라.

 

구두에 진흙덩이 묻고

담장이 마른 줄기 저녁 바람에 스칠 때

불을 켜는 마을들은

빵을 굽는 난로같이 안으로 안으로 다스우리라.

 

그곳을 떠나 이름 모를 언덕에 오르면

나무들과 함께 머리 들고 나란히 서서

더 멀리 가는 길을 우리는 바라보리라.

 

재잘거리지 않고

누구와 친하지도 않고

언어는 그다지 쓸데없어 겨울 옷 속에서

비만하여 가리라.

 

눈 속에 깊이 묻힌 지난해의 낙엽들같이

낯설고 친절한 처음 보는 땅들에서

미신에 가까운 생각들에 잠기면

겨우내 다스운 호올로에 파묻히리라.

 

얼음장 깨지는 어느 항구에서

해동(解凍)의 기적 소리 기적처럼 울려와

땅 속의 짐승들 울먹이고

먼 곳에 깊이 든 잠 누군가 흔들어 깨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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