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 곽재구
샘 - 곽재구
새벽이면 샘으로 갑니다
강변의 나룻배는 아직
지난밤의 깊은 꿈에서 깨어나지
않았답니다
한참 자라
키가 어깨쯤 이른 갈대숲도
하루 종일 갈대숲에 놀던 바람도
아직은 지난밤의 깊은 방황에서
깨어나지 않았답니다
조금씩 짙은 어둠이 풀리고
몇 그루 백양나무가 지난밤의 꿈처럼
서 있는 곳
새벽이면 당신은 그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습니다
깊게 팬 큰 눈
눈부시게 하얀 살결
난 무릎을 꿇고
한없이 포근한 당신의 가슴에
찰랑찰랑 이마를 묻습니다
그리운 이여
당신을 만나고 돌아가는 내 마음속에
언제나 푸른빛의 샘
하나 있습니다
어떤 고통과 어떤 굴욕도 이겨내는
눅눅하고 끈적한 기쁨 하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