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가 날리는데 - 박얼서
눈부시게 화창한 봄날
꽃비가 날리는데
묻는 말에 대답도 없이
흐느끼며 날리는데
돌연한 상여 하나가
벗꽃이 만발한 그 속을 지나며
비를 맞는다
꽃비를 맞는다
영혼 저 멀리 앞세우고
비를 맞는다
꽃비를 맞는다
새하얀 터널을 빠져나와
먼 길 떠나시는 임이여
이젠 다시는
그대의 봄
만날 수 없는 아쉬움에
그대와 우리 사이
기약 없는 슬픔에
함께 비를 맞누나
꽃비를 맞누나
오늘의 봄 아쉬워
못내 아쉬워
오늘처럼 길 떠나기 좋은 날
하염없는 방랑자 꽃나비 되어
빗속을 저토록 흐느끼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