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연 - 김승기
붉디붉은 깨달음을 얻고서도
온몸 가득 가시를 둘러쳐야 되겠느냐
지금껏 물 속에서
고행을 이루어 오지 않았느냐
번쩍, 영혼을 울리는 깨침이어도
밀려드는 번뇌
그렇게 무섭더냐
오랜 수행을 했어도
어느 순간 불꽃 튀듯이 찾아온 깨침이기에
지켜나갈 수행이 또 필요하겠지
그렇더라도 이젠
가시를 거두게나
아득한 물바다 한가운데를
헤엄치는 개구리 한 마리쯤 뛰어오를
쉼터 하나는 마련해 두어야
하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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