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雪(야설) - 김시습
어제 늦게 흐린 구름 컴컴하더니
오늘밤에 상서로운 눈 퍼 붓는다.....
솔 덮어 가벼운 것 수북하더니
대 때리면 가늘게 우수수한다
촛불 심지 자르며 아담한 시(詩)이루었고
기울어진 평상도 꿈에 들기는 넉넉하다
깨어진 창에 나는 조약돌 부서지고
괴벽(壞璧)은 휘장을 흔들어 댄다
병풍에 기대면 등잔 불꽃 짧고
통에 꽂으면 물에 잠겨서도 탄다
한 그릇 녹여서 茶 달이는데
야반지경 적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