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익어야한다 - 임영준
하늘이 드넓게 번진다
푸른 너울을 감고 산이 익는다
억겁을 도는 물도 익는다 .
지천에 흩날리는 향기에
나도 익는다
빈 가슴으로 서성이던 바람이
농익은 것들을 마구 들이키더니
불그죽죽 흐느적거린다
대취해 틈이 벌어진 곳마다
입김을 불어 넣는다
익을만한 것은 모두 익힌다
또 익어야 비로소 고개를 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