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구더기
"어딜 근본도 없는 개잡것이."
할아버지는 내가 막 8살이 되었을때 어머니를 내쫒으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2년째 되었을때인데, 어머니가 바느질을해 벌어다주는 돈으로 입고먹는 주제에 어린나이에도 그 모습이 참 꼴같잖았다. 할아버지는 여자가 자신을 먹여살린다는것에 자존심이 상하신듯 했다. 사소한일에도 화를내시는일이 부쩍 잦아지시더니 급기야 연탄을 제때 갈지않았단 이유로 어머니는 집에서 쫒겨나야 했다. 1주일뒤에 할아버지가 얼어죽으신뒤, 옆집에서 고구마를 훔쳐먹으며 삶을 연명하던 나는 엄마를 찾기위해 고구마 다섯개를 챙기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옆집 아이중 첫째가 갑자기 부엌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다섯개밖에 못챙긴게 못내 아쉬웠다.
좀체 발걸음이 떨어지지않아 내가 살던 집으로 들어가보았다. 할아버지가 죽고난후로 잘들어가지 않아
기분이 약간 이상했다.
엄마가 있을땐 그나마 온기가 느껴졌던 집은 할아버지의 시체가 썩는 냄새가 대신하고 있었다.
"자존심만 쌔가지고."
구더기가 들끓는 할아버지의 시체에 침을 뱉었다. 침주위로 몰려드는 구더기들을 보고있자니 묘한 기분이들어 한참을 그자리에 서있었다. 나는 양손에 한가득 들고있는 고구마를 내려놓았다. 역겨우면서도 어딘가 귀여운느낌이 드는 구더기를 한마리집어 손바닥에 올리자, 구더기는 힘차게 요동쳤다. 난 이구더기가 만약 책에서본 코끼리만 하다면, 이구더기의 발버둥에 집이 뭉개졌을거라는 상상을 했다. 번외지만, 나는 고구마와 구더기를 번갈아보았다. 갈등하다 나는 고구마도 아낄겸 손바닥 위에 올려진 구더기를 입에 털어넣었다. 한마리여서 그런가, 별느낌은 나질 않았다. 너무 작아 이빨로 씹기 힘들정도이니. 조금꺼려졌지만 할아버지의 배에 손을 넣고 움켜쥐었다. 썩은내가나는 고약한 살점사이에 구더기가 박혀있었는데, 왜 그때 침을 꿀꺽 삼켰는지 모르겠다.
구더기의 맛을 알아버린 지금에야 이해가 간다. 할아버지의 시체에있던 구더기를 남김없이 긁어먹고 난후엔
일부러 고양이나 개따위를 죽여 마루에 널어놓곤 했다. 어머니를 찾을거라는 다짐따윈 날아간지 오래였다.
고양이에서난 구더기, 개에서 난 구더기 등등 여러가지것들을 먹어보았지만 사람에서난 구더기가 가장 맛있었다.
그래서 난 사람을 죽였다. 그대신 내가 싫어하는 사람만 죽였다.
앞에 빌어먹을 경찰나으리가 역겹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저놈도 날 죽이고 싶겠지.
아,참. 얼마전에 어머니를 보았다. 얼마만에 보는것인지, 너무도 반가웠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어머니.
어머니도 날 사랑하시는지 나와 경찰외엔 출입금지인 이곳에 버젓이 함께 있다.
그리고, 영원히 함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