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씌인건 누구인가
230 :恵ちゃん:2009/04/12(日) 04:02:18 ID:7K0gFBXLO
남자 3명 여자 1명으로 심령 스팟에 갔다. 알 사람은 다 아는 [아무개 터널]. 등장인물은 나, K, S, M(여성)이라고 해두겠다.
처음에는 나와 S와 M이 모여 놀다가 분위기를 타서 심령 스팟에 가자고 의견을 내었다. 그러나... 차가 없다. 나와 M은 면허조차 없고 S는 는 면허밖에 없었다. 거기서 차와 면허 둘 다 가지고 있는 K를 꼬시기로 했다.
K하고 오랜만에 만난지라 차 안에서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심령 스팟 이야기가 나오면 K는 즉시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운전만 할 뿐이다. 이 녀석이 영감이 있다는 소리는 금시초문이다. 우리를 겁주려고 그러는 거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K를 무시한 뒤 S와 M하고 이야기했다.
잠시 후 [아무개 터널]에 도착했다. 그러자 K는 터널 앞에서 차를 세웠다.
"도착했어. 그럼 갔다 와."
아무래도 K는 혼자 차에 남아있을 모양이다.
"뭐? 왜 차에서 안 나오는 건데? 너 겁 먹은 거지?"
"좋을대로 생각해."
내 도발에 K가 어떻게 보면 K다운 말로 받아쳤다.
K는 옛날부터 완고해서 이 이상 말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 K 이외 3명이서 터널 속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231 :恵ちゃん:2009/04/12(日) 04:20:37 ID:7K0gFBXLO
터널 속에 들어간 우리는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걸 깨달았다. 눋는 냄새, 비릿한 냄새, 땀 냄새, 전부 다 아니다. 이 세상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가 아니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몸을 움직이는 방법을 잊어버릴 정도였다. 발을 앞으로 내딛지 못하고 모두 돌아가려고 하던 그 순간이었다.
팍.
불이 꺼졌다.우리는 한달음에 달려나갔다.
차에 올라탄 우리는 빨리 출발하라고 닥달했지만 거기서 K는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
"아아... 시동이 안 켜져. 누가 씌였네."
우리 3명은 얼굴을 마주보았다. 나, S, M. 이 3명 중 한 명이 씌였다?
"일단 한 명 내려줄래? 그렇지 않으면 모두 못 돌아가는데."
K가 말하자 S가 어이없다는 듯 소리쳤다.
"뭐...이런 산 속에서 걸어가라는 거야?"
"그럼 모두 걸어서 돌아갈래? 미리 말해두지만 놈들은 화난 상태야."
"놈들이라니... 진짜냐고..."
K가 한 말에 나는 좌절했다. 놈들이란 분명히 유령을 말하는 거겠지.
232 :恵ちゃん:2009/04/12(日) 04:31:26 ID:7K0gFBXLO
"빨리 도망치는 게 나아. 일단 '화자' 너부터 내려."
K가 귀찮다는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나는 생각했다. 산기슭까지 얼마나 걸리지? 애당초 씌였다는 건 이 이후에 내 인생은 깜깜하다는 건가? 나 죽는 건가? 싫다. 그건 싫다. 미안하지만 S나 M에게 빙의해라. 남에게 떠넘기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최악이었지만 우정을 생각할 여유 같은 건 없었다.
나는 천천히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냄새가 지독하다.
그리고 K가 다시 시동을 건다. 여기서 시동이 걸리면 내가 씌인 셈이고 인생길이 황천길인 게 확정이다.
234 :恵ちゃん:2009/04/12(日) 04:44:09 ID:7K0gFBXLO
K가 시동을 걸지만 아무래도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 같다. K는 차 안에 돌아오라고 손짓했다. 나는 안도했다. 사형에서 종신형을 받은 기분이었다.
"'화자'는 괜찮은 것같네. 다음은 M, 밖으로 나가봐."
마치 K는 사형 선고하는 말투였다. M은 울면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시동은...
걸리지 않는다.
다시 K는 M에게 손짓한다. M은 분명히 나랑 같은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남은 S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도라에몽처럼 새파랗다.
"그렇다는 건..."
"그런 셈이지. 자, 내려줘."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다. 이 자식. 이제 됐다. 아까 나는 우정을 잠시 잊었지만 오명을 씻기 위해, 아니 명예를 되찾기 위해 나섰다.
235 :恵ちゃん:2009/04/12(日) 04:52:23 ID:7K0gFBXLO
"S, 나도 내릴게."
"뭐? 아니, 그치만..."
"혼자서는 위험해, 같이 돌아가자. K는 M을 부탁할게."
말한 직후에 후회가 밀려왔다. 나까지 씌이면 어떡하지. 뭐 됐어. 생각하는 건 귀찮다. 나와 S는 밖으로 나왔다.
"그럼, 살아있으면 다시 만나자."
다음 번에 만나면 저주해서 죽여주마. 이때 나는 그렇게 맹세했다. K는 시동을 건다. 하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는다. 빨리 가, 이 쓰레기. 뭐하는 거야. 그때 K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걸 깨달았다. 나는 문을 열고 K에게 물었다.
"야, K. 뭐하는 거야?"
K는 허둥대면서 이렇게 말했다.
236 :恵ちゃん:2009/04/12(日) 05:00:46 ID:7K0gFBXLO
"걸리지 않아... 시동이 걸리지 않아!"
아까까지 냉정한 어조랑 완전히 딴판이었기에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그때 S가 말했다.
"혹시, 씌인 건 K, 너 아니야?
"뭐?"
"일단 너 내려봐. 내가 시동 걸어볼게."
부오오옹.
너무나도 쉽게 걸렸다...
"설마 날 버리고 갈 생각은 아니지?"
목숨 구걸하는 죄수 같은 말투다. 하지만 우린 망설이지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살아있으면 다시 만나자!"
우리는 K를 놔두고 마을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