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꽃
들은 대로 적는다.
그 날, 나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인 카즈 생일에 친구들과 같이 카즈 집에 놀러갔다. 도중에 무와 합류했는데 왠 무는 꽃을 들고 있었다. 생일에 꽃을 가져오는 건 평범하지만 고등학생 남자가 남자 친구 생일에 꽃을 선물하는 건 좀 아니지 않느냐고 생각하며 걸어갔다. 그때는 단순히 웃기려고 그런 줄 알았지만 무는 끈질기게 "이 꽃 왜 들고온 것 같아?"라고 물어보았다. 결국 왜 들고 왔는지 듣지 못한 채 집에 도착했지만.
그래서 카즈 방에 들어가서 축하 인사를 보낸 뒤 담배를 몰래 주거나 좋아했던 그룹 CD를 주었다. 무가 그 꽃을 주었다. 그걸 본 순간 카즈가 무를 때릴 기세로 다가가더니 꽃을 빼앗았다. 그리고 버리려는 듯 창문을 벌컥 열었다.
그때 우리는 여자를 발견했다. 카즈 방 창문 너머에는 바로 맨션 벽이 있었는데 그 벽에 손도 발도 이상한 방향으로 구부러진 여자가 벽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여자는 달라붙은 채 목만 획 돌려서 이쪽을 바라보았다. 모두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 여자는 움직이지 않는 우리를 보면서 천천히 창틀에 턱을 올려놓고 들어올려고 했다.
다음 순간 무가 움직였다. 아마도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움직인 것 같다. 턱을 얹으려던 여자를 무시하고 창문을 닫아버리고는 커튼을 쳤다. 우리는 정말로 동시에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가운데 카즈가 무에게 물었다.
"꽃, 어디서 가지고 온 거야?"
무는 대답했다.
"아, 실은 오는 도중에 전봇대에 있었던 꽃다발을 가지고 왔어. 왠지 재밌을 것 같아서."
아직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당연히 꽃을 원래 있던 곳에 돌려놓아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면서 우리는 흘끗흘끗 커튼을 바라보았다. 커튼 밖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했다. 카즈가 아주 조금 커튼을 열었다. 얼굴은 아직 있었다. 창틀을 비집고 들어와 있었다.
그 순간 모두 밖으로 도망쳤다. 그대로 무를 따라서 꽃을 돌려놓고 모두 전봇대를 향해서 사과했다.
다음날 무는 세상을 떠났다. 사고를 당한 것 같다. 무가 세상을 떠나고 10일 후, 같이 있던 노리가 세상을 떠났다. 이 이야기를 한 다음날에, 이걸 말해준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지금부터 3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이걸 들려주고 세상을 떠난 건 내 형이다. 카즈는 아직 살아있다. 그렇지만 이사해서 어디에 있는지 그 이외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 전봇대가 있는 곳도, 사람이 왜 죽는지도, 여자가 누군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오늘 형 불단 앞에 평소처럼 선향을 피우고 있으니 영정사진에 비친 창문에서 얼굴만 쏙 내밀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황급히 뒤돌아보았더니 사라졌지만, 나는 이후 어떻게 되는 걸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으면 또 전하겠다.
들어줘서 고맙다.
참고 : http://nazolog.com/blog-entry-5473.html
이 이야기는 읽으면 저주 받는다 라는 이야기중 일종 이라고 합니다.
[출처] [호러테러][괴담] 꽃|작성자 진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