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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이야기 5
에리리 | L:60/A: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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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123 | 작성일 2019-09-14 21: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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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이야기 5

난 어릴때부터 별의 별것을 다 보고 살아왔어.

 

다섯살 때 부모님이 일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게 되셔서

 

언니랑 오빠랑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살았어.

 

할아버지 댁에서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살았는데, 할아버지는 원래 의사셨어.

 

근데 옛날부터 영감이랄까.

 

그런게 굉장히 강한 분이셨어.

 

그런것 때문에 의사 일이 힘드셔서 마흔되기도 전에 의사를 그만두실 정도였어.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집안 자체가 전부 그런편이래.

 

우리 집안이 좀 간이 큰편이라 신경안쓰고 살긴하지만 어릴때라 그런지 할아버지와의 일화들이

 

지금껏 살아오는 내내 불쑥불쑥 기억이 나곤해 .

 

옛날에 성황당이였던 버려진 사당 옆을 지나가는데, 할아버지가 나를 묘한 눈길로 보시는거야.

 

너무 알 수 없는 눈빛이길래

 

"왜 그러세요?"

 

라고 여쭤봤더니 할아버지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버려진 사당을 보시며

 

"인사하고 가거라"

 

라고 하시는거야. 어린 마음에 그냥 그런가보다 싶어서 꾸벅 인사를 했지.

 

이 일이 있고나서부터 할아버지가 절이나 여행갈 때 날 많이 데리고 가주셨어.

 

솔직히 7살 이전 기억은 충격적인 일이나 인상깊었던 일들 빼곤 거의 기억이 안나잖아.

 

근데 5살 때 유일하게 명확히 기억나는 일이 하나 있어.

 

중복날 할아버지랑 손을 잡고 절에 다녀오는 길이였어.

 

마을 저수지를 지나는데 내 또래애들이 억새풀이 막 자라난데서 술래잡기하고 노는거야.

 

그래서 그냥 그 애들 노는것을 보는데, 할아버지가 멈춰서더니

 

"너 뭐 보는거니?"

 

하고 묻는거야, 그래서 할아버지한테

 

"애들이 놀고 있어서..."

 

하고 손가락질 했더니 할아버지가 또 묘한 눈길로 날 보시는거야.

 

언니랑 오빤 초등학생이였고 , 어린 내가 그 시골구석에서 뭐하고 놀겠어.

 

그래서 부러운듯이 애들 노는것을 한참 보는데, 할아버지가 가자면서 막 손을 끌었어.

 

그러다가 남자애 하나가 날 딱 쳐다보는거야.

 

흠칫 놀라서 그냥 있는데, 남자애가 날 스윽 응시하고는 다시 애들한테로 뛰어갔어.

 

그런 뒤 집가는 내내 할아버지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으셨어.

 

그리고 그날 밤에 난생 처음으로 가위에 눌렸어.

 

웃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저수지에서 봤던 그 애들이 내 몸위에 서 있는거야.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키득키득 웃으면서 여자애들, 남자애들이고 전부 웃으면서 날 내려다보고 있었어.

 

그런데 하나같이 다들 눈이 없더라.

 

"넌 몇살이니?"

"이름이 뭐니?"

"우리랑 놀래?"

"뭐하고 놀래?"

"너랑 놀면 좋을거같아"

"니 목을 조르면 재밌을거야"

"니가 죽으면 더 재밌겠지!"

"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

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

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키득"

 

라며 다들 재밌는 놀이라도 하듯 이야기하며 쳐다봤어.

 

어릴 때 겪은거라 그런지 지금도 가끔 그 목소리가 들리는 악몽을 꿔.

 

할아버지는 그것들이 초동이라고 하시면서 물에 빠져 죽은 아이들이라고 하셨어.

 

물에 빠졌기 때문에 눈이 없었던걸까?

 

할아버지는 그 다음 날 바로

 

"그 애들은 순수해서 더 무서운 존재고,

끈질긴거야"

 

라고하시며 내 머리를 단발로 잘라버리셨어.

 

아무튼 머릴 자르고 나서 할아버지가 초하룻날 밤이면 깨끗한 물에 창포로 머릴 감긴다거나

 

머리맡에 나무토막이나 물을 답은 접시를 두는 일이 많아졌어.

 

손이나 발에 염주나 옥을 채우기도 하셨고 말야.

 

내가 무언가를 보는구나 하고 제대로 깨닫고 구별할 무렵은 초등학생 4학년이였어.

 

할아버지가 니가 보는 '그것'들은 다 따지고보면 니 친구의 할머니고,

 

니 부모님 친구분, 어머니 다 그런분들이라며 널 해칠 일이 없다고,

 

니가 그것들을 볼 수 있으니 반갑다며 나 좀 살려달라고 그러는거라고 누누이 이야기해주셔서

 

사실 지금도 공포에떨고 그렇진 않아.

 

그래서 그렇게 두려움에 힘든 적은 없었어.

 

가위 눌릴 때 내 허벅지를 쥐어뜯는 여자나 목을 조르면서 배시시 웃고있는 모르는 아저씨도 그렇다고 치는 편이지.

 

그런데도 그런 내가 제일 무서웠던 것이 있다면 ,

 

혼자 집에 있을 때 가끔씩 보이는 손과 발. 그리고 머리카락이였어.

 

막 전체가 보여지는게아니라 열린 문틈이나 서랍, 창문, 복도 끝 모퉁이

 

그 사이사이로 손과 발. 머리카락이 보였어.

 

세수를 하는데 세면대 밑의 발이나 머리카락이 보인적은 많았고, 잘 때 뒤척이다가 옆으로 돌아누웠을 때

 

내 베게 옆에 놓여진 손이나 발, 머리카락이 보이면 차라리 내가 꿈꾸나보다 하고 넘어가겠는데

 

그냥 부엌에 가려고 복도를 지나가는데 열려진 장지문 사이로 턱하니 놓여진 손이나

 

물마시려고 식탁 옆 냉장고 쪽으로 가는데 식탁 의자 아래 놓여진 발은 정말이지 무서웠어.

 

차라리 아예 몸 전체가 다 보여지면 몰라도 그런식으로 보이니까 소름이 돋다못해 어깨가 으슬거릴 정도였어.

 

할아버지는 그게 '그들'이 못다가져간 흔적이라면서 소금물 한동이를 집 중앙에 걸어두시더라.

 

기억은 잘 안나지만 그 뒤로도 아주 가끔씩이긴 했지만 보이긴했어.

 

이게 도대체 무언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는데다 들은적도 없어.

 

내가 20년이 넘도록 정보를 얻고 듣고 읽고 하면서 습득한 것들중에 이런건 정말이지 없었어.

 

할아버지는 여전히 아무말도 안하시고 그냥 무시하라고만 할뿐.

 

지금도 1년에 한두번은 보는것같아.

 

그걸 만지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어.

 

컴퓨터 하려고 앉는 순간 책상 밑의 발을 보고 말았지말야.

 

지금 다시 내려다보면 없어져있을거야.

 

어디론가로 가서 의사 아래든 , 장롱 아래든,

 

또 다시 다른 누군가의 눈에 띄길 기다리고 있을거야.

 

'틈'이라는 것은 '열림'과  '닫힘'의 경계에 있기 때문에 '그들'이 모여들어.

 

문지방도 비슷한 개념인거야.

 

문이나 창문, 서랍은 아예 확 열어젖혀두든지 아니면 꽉 닫아.

 

그 사이로 보이는 머리카락에 놀라질 않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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