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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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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95 | 작성일 2020-03-29 0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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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소녀

벌써 5~6년전 일입니다.



당시 저는 중학생이었는 데 학교 규율에 의해, 귀 밑 3센티의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학교에 다녔습니다. 언니도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역시 단발 머리였죠.



어느날이었습니다. 그날은 토요일 저녁이었는데, 언니와 저는 안방에서 책을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잠이 든 우리를 엄마는 깨우지 않으셨기 때문에 그대로 일요일 아침이 밝았죠.



일요일이라 좀 느긋하고 잠을 자고 깨어난 저는 잠이 막 깬 상태에서 일어나지는 않고, 눈만 뜬 채로 방안을 둘러 보았는데 아침 9~10시쯤이었음에도 두꺼운 커텐 탓에 방안은 조금 어두웠습니다.



그 당시 안방에는 베란다로 통하는 창가에 전화기를 올려 놓는 높은 테이블과 의자가 하나 있었는데 언니가 그 의자에 앉아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습니다.



고개를 숙였기 때문에 단발 머리가 얼굴로 내려와서 얼굴은 못 봤지만 집에 단발머리를 한 사람은 언니와 나, 둘 뿐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언니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전화기가 있는 테이블 근처의 의자에 앉아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저는 그대로 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언니라고 추정되는 인물이 내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는 갑자기 일어나서 발치에 있는 베개를 제 얼굴에 던졌습니다.



저는 좀 얼떨떨한 기분이 되었지만 몸이 이불 속에 묻혀 있는 상태였기에 움직이고 싶지 않아서 얼굴에 던져진 베개를 옆으로 치우고 그대로 잠깐 누워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언니는 내 옆을 지나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가면서 문을 닫힐듯 말듯 하게 아주 약간 열어 놓고 갔습니다. 원래 문 상태는 꽉 닫혀 있었는데 나가면서 완전히 닫지 않아서 좀 짜증났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러고 1~2분 동안 누워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화가 나는 것입니다. 쳐다 봤다고 해서 베개를 얼굴에 집어 던진 것에 대해서요. 그래서 그 즉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가 보니 엄마가 문 바로 앞에서 다림질을 하고 계셨습니다. 일단 작은 방으로 가서 언니에게 방금 왜 나에게 베게를 던졌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반응만 보이길래, 저를 놀리려고 그러는 줄로 알고 엄마에게 물어봤습니다.



문 바로 앞에 계셨기 때문에 문 밖으로 누군가 나오면 엄마와 만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엄마, 방금 언니가 안방에서 나오지 않았어?"



"아니. 그 방에는 너 혼자 자고 있었잖아."




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 또 하나는 그 단발 머리의 소녀는 긴 갈색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언니는 반바지 같은 것을 입고 있었습니다. 주말에는 어디 나가지도 않는 사람이라 자기 전에 입은 옷을 아무런 이유 없이 갈아 입을리가 없는데 말입니다.



그 후로는 두번 다시 그 단발 머리 소녀를 본 적이 없고 누구인지 역시 아직도 모르겠지만, 의자에 앉아서 누군과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그 소녀의 일은 지금도 생각할 수록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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