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닦는 귀신
파란불 사건 이후로 고참들이 말해 주는 괴기스러운 얘기들이 단순히 동생을 놀려주기 위해서 지어낸 것이 아님을 알고 앞으로 남은 군 생활이 아득하게만 느껴지던 것도 잠시... 바쁜 일과 속에서 고참들에게 들었던 얘기들을 거의 잊어버릴 때쯤 겪은 일입니다.
동생의
보직은 자주포 운전병 이었습니다. 때는 11월 중순경의 대대전술 훈련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고, 훈련을 마치고 부대에 복귀한 동생은 휴식시간을 갖던 중 깜빡 잊고 내일 있을 차량운행 준비 한 가지를 빠뜨린 게 생각나 내무반에서 나왔습니다.
차량기지는 부대 외곽에 위치한데다 가끔씩 귀신이 목격 된다는 소문이 돌아 낮에도 사람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곳이었지만, 불같이 화를 낼 사수의 모습이 떠올라 동생은 어쩔 수 없이 차량기지로 향했다고 합니다.
자주포 운전병중 제일 막내인 동생은 주차위치도 차량기지에서 제일 끝 쪽 견인포를 세워 놓는 곳 바로 옆자리라서 차량기지 앞쪽에 위치한 초소와는 거리가 좀 되었기 때문에 더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대략 저녁 8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지만 차량기지 안에 달려 있는 조그만 야간은 불빛들이 오히려 칠흑 같은 암흑보다도 더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고 11월 바람치고는 너무나 차가운 바람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가뜩이나 무서운 느낌의 동생을 더욱 주눅 들게 하였죠.
운행일지 점검까지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차량에서 나오던 동생이 견인포가 세워져 있는 곳에서 사람의 형체 같은 것이 어른거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기지초소에 있던 근무자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동생 쪽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포주변에서 계속 어른거길래 이상하다고 여긴 동생은 조금 더 앞으로 다가가 보았답니다.
거의 얼굴윤곽이 보일만큼 접근해서 누구냐고 묻는 동생의 질문에 그 사람은 묵묵부답으로 포만 열심히 닦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동생이 속으로 '저누마도 나처럼 사수한테 혼나는 게 무서워서 이 밤중에 포를 닦고 있나? 근데 왜 묻는 말에 대답은 없는 거야 기분 나쁘게...' 생각하면서 가까이 가려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더랍니다.
사람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원을 그리듯이 걸레질을 하면 분명히 팔이나 어깨 하다못해 손목이라도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들이 전혀 없이 사람은 그냥 횡으로 왔다 갔다 하고 걸레만 원운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걸레가 혼자 빙글빙글 돌며 닦는 것처럼... 그리고 그 사람이 입고 있던 군복도 얼룩무늬가 아닌 예전에 착용하던 민자무늬 군복.
눈앞에 있는 물체가 사람이 아닌 귀신이라는 생각이 든 동생은 그 자리에 몸이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온몸에 솟는 소름과 함께 심장은 터질듯이 쿵쾅거리고 비명이라도 질렀으면 좋겠는데 목구멍이 꽉 막힌 듯 아무 소리도 나오질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가위에 눌린 듯 꼼짝을 못하고 있는데 뒤에서 동생을 부르는 소리와 함께 사람의 인기척이 났습니다.
그러자 거짓말 같이 앞에서 열심히 포를 닦고 있던 그 사람의 형상이 사라지면서 가위에서 풀린 것처럼 동생도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이윽고 동생에게 다가온 근무자가 묻더랍니다.
"10분이면 끝난다더니 30분이 넘도록 안나오고 뭐해? 점호시간 20분 조금 더 남았는데 점호준비 안하고 농땡이 피우려고 하는 거야 뭐야?"
귀신을 보았다고 무서워서 도저히 혼자 못가겠다고 근무자에게 매달리는 동생에게 그 근무자가 말했습니다.
"너도 포 닦는 귀신 본거야? 그런데 너보고 같이 닦자고는 안했어? 대꾸를 안 하거나 안 닦는다고 하면 무섭게 노려보면서 다가온다고 하던데..."
부대 내에서도 포 닦는 귀신에 대해서 도는 말이 많았다고 합니다. 예전에 포사격 연습중 사고로 숨진 병사의 원혼 이라는 소문에서부터 포의 청소상태가 불량하다며 가한 고참의 구타로 숨진 후임의 원혼이라는 소문까지.
하지만 누구도 그 귀신에게 얽힌 사연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해주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차량기지는 부대 외곽에 위치한데다 가끔씩 귀신이 목격 된다는 소문이 돌아 낮에도 사람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곳이었지만, 불같이 화를 낼 사수의 모습이 떠올라 동생은 어쩔 수 없이 차량기지로 향했다고 합니다.
자주포 운전병중 제일 막내인 동생은 주차위치도 차량기지에서 제일 끝 쪽 견인포를 세워 놓는 곳 바로 옆자리라서 차량기지 앞쪽에 위치한 초소와는 거리가 좀 되었기 때문에 더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대략 저녁 8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지만 차량기지 안에 달려 있는 조그만 야간은 불빛들이 오히려 칠흑 같은 암흑보다도 더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고 11월 바람치고는 너무나 차가운 바람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가뜩이나 무서운 느낌의 동생을 더욱 주눅 들게 하였죠.
운행일지 점검까지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차량에서 나오던 동생이 견인포가 세워져 있는 곳에서 사람의 형체 같은 것이 어른거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기지초소에 있던 근무자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동생 쪽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포주변에서 계속 어른거길래 이상하다고 여긴 동생은 조금 더 앞으로 다가가 보았답니다.
거의 얼굴윤곽이 보일만큼 접근해서 누구냐고 묻는 동생의 질문에 그 사람은 묵묵부답으로 포만 열심히 닦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동생이 속으로 '저누마도 나처럼 사수한테 혼나는 게 무서워서 이 밤중에 포를 닦고 있나? 근데 왜 묻는 말에 대답은 없는 거야 기분 나쁘게...' 생각하면서 가까이 가려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더랍니다.
사람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원을 그리듯이 걸레질을 하면 분명히 팔이나 어깨 하다못해 손목이라도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들이 전혀 없이 사람은 그냥 횡으로 왔다 갔다 하고 걸레만 원운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걸레가 혼자 빙글빙글 돌며 닦는 것처럼... 그리고 그 사람이 입고 있던 군복도 얼룩무늬가 아닌 예전에 착용하던 민자무늬 군복.
눈앞에 있는 물체가 사람이 아닌 귀신이라는 생각이 든 동생은 그 자리에 몸이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온몸에 솟는 소름과 함께 심장은 터질듯이 쿵쾅거리고 비명이라도 질렀으면 좋겠는데 목구멍이 꽉 막힌 듯 아무 소리도 나오질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가위에 눌린 듯 꼼짝을 못하고 있는데 뒤에서 동생을 부르는 소리와 함께 사람의 인기척이 났습니다.
그러자 거짓말 같이 앞에서 열심히 포를 닦고 있던 그 사람의 형상이 사라지면서 가위에서 풀린 것처럼 동생도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이윽고 동생에게 다가온 근무자가 묻더랍니다.
"10분이면 끝난다더니 30분이 넘도록 안나오고 뭐해? 점호시간 20분 조금 더 남았는데 점호준비 안하고 농땡이 피우려고 하는 거야 뭐야?"
귀신을 보았다고 무서워서 도저히 혼자 못가겠다고 근무자에게 매달리는 동생에게 그 근무자가 말했습니다.
"너도 포 닦는 귀신 본거야? 그런데 너보고 같이 닦자고는 안했어? 대꾸를 안 하거나 안 닦는다고 하면 무섭게 노려보면서 다가온다고 하던데..."
부대 내에서도 포 닦는 귀신에 대해서 도는 말이 많았다고 합니다. 예전에 포사격 연습중 사고로 숨진 병사의 원혼 이라는 소문에서부터 포의 청소상태가 불량하다며 가한 고참의 구타로 숨진 후임의 원혼이라는 소문까지.
하지만 누구도 그 귀신에게 얽힌 사연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해주지는 못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