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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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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141 | 작성일 2020-08-27 18: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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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

제가 백일휴가 때 겪은 일입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는 서울에 위치한 대학교로 낙산공원을 옆에 두고 있습니다. 낙산공원이 경치가 좋고 인적도 드문드문해서 술 마시기 딱 좋은 곳이라 입대 전부터 동아리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했는데, 백일휴가 나온 날도 낮부터 그곳에서 동아리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저녁

8시가 넘었을 무렵, 몇 분 전만 해도 안 보였던 여학생이 언뜻 보였습니다. 매혹적인 빨간 원피스의 여자. 저는 제 다음기수로 들어온 동아리 후배로 알았고, 곧 관심을 접고 다시 술을 마셨습니다.

밤 11시. 막차시간이 되어 사람들과 헤어졌습니다. 저도 친구와 함께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 역으로 향했는데, 아까 빨간 원피스 여학생이 제 뒤를 따라오는 것이었습니다. '혹시 제가 나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건가' 라는 헛된 생각을 했는데, 4호선에서 5호선 환승역인 동대문 운동장 역까지 따라오는 그 여학생을 보니 저의 그런 생각은 점차 커져만 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5호선 방화 행 열차가 들어오는 순간, 제 뒤에 있던 그 여학생이 갑자기 지하철 앞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저는 끔찍한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아 바로 뒤로 돌아 귀를 막고 쭈그려 앉아있었고, 등 뒤에 피가 묻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때 저랑 같이 가던 친구가 말했습니다.

'너 뒤로 서서 뭐하냐? 화장실 가고 싶어?'
'무슨 헛소리야, 방금 여자애 뛰어 내린 거 못 봤어?'
'여자애는 무슨 여자애? 너 단단히 취했구나.'

방화 행 열차에서 사람이 내리고 열차가 지나간 뒤, 지하철역 바닥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멀쩡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뿐이었다면 제가 취해서 헛것을 본 걸로 생각하고, 기억에서 잊혀졌을 겁니다. 제가 이 일을 아직도 기억하는 건 집에서 돌아왔을 때입니다.

그 날 학교 갈 때 입고 한번도 벗지 않았던 오리털 점퍼를 벗고 하얀 색 와이셔츠를 벗을 때…… 하얀 색 와이셔츠엔 새빨간 피가 흥건해있었습니다. 물론 저한텐 상처 하나 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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