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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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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119 | 작성일 2020-09-08 06: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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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소리


제가 사는 곳은 시골이라 학교에서 집까지 30분 정도 걸렸는데 길가에는 가로등이나 민가가 전혀 없었습니다. 도중, 냇물과 다리, 그리고 다리를 조금 지나면, 논 둑 위에 제가 어릴 때부터 방치되어 있던 2~3평 남짓한 폐가가 한 채 있었습니다.

사실

말이 집이지, 나무 판자로 지은 조악한 건물이었습니다. 당연히 인기척도 없고 불이 켜지거나 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밤이 되면, 그 길가는 항상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습니다.

중학생이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둥. 둥. 둥. 둥…

밤에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그 길가를 걷는데, 어디선가 북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길가엔 민가가 없었기에 북소리가 들려올 곳은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어머니께 "북소리 들리지 않아?" 라고 물었지만 어머니와 동생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후 고등학생이 되자,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그 길을 혼자 걷게 되는 일이 잦아 졌습니다. 가끔 길가의 다리를 지나거나 폐가를 지나칠 때 북소리를 듣고 했는데 당시 저는 어딘가에 있는 절에서 치는 북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혼자 집에 걸어가는 길이었습니다. 길 중간에 다리를 건너는데, 그날도 북소리가 들렸습니다. 별 생각 없이 지나려는데 다리 밑에서 아기 울음 소리까지 들리는 겁니다.

다리 밑은 사람이 있을만한 공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해도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있을 리 만무하였습니다. 저는 고양이 소리를 잘못 들었겠지 라고 생각하며 지나쳤는데,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한번도 눌리지 않았던 가위에 눌리기 시작했습니다.

1~2년 후, 언니와 대화하다 제가 겪었던 북소리 이야기를 하였는데, 놀랍게도 저희 언니도 저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제가 북소리와 아기 울음소리를 들었던 다리 위에서, 언니는 북소리와 함께 여자의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이윽고 저는 "북소리는 절에서 난 것 아니야?" 라고 물었는데, 절에 자주 다녔었던 언니가 하는 이야기에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절은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산속에 있었고, 뿐만 아니라 절에는 북이 아예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폐가라고 생각했던 다리 근처 낡은 집은 마을에 초상이 났을 때 꽃상여나 기타 물건을 보관해오던 곳집이었다고 합니다.

과연 제가 들었던 북소리는 어디서 들린 거였는지, 또한 울음소리는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세월이 지나 길가에 가로등이나 건물이 여럿 생겼지만, 길가에 있는 낡은 곳집은 함부로 부수면 안 된다고 하여,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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