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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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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119 | 작성일 2020-09-28 09: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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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손가락

저는 체대생으로 동아리 합숙훈련을 자주 갑니다. 하지만 훈련은 두 번째이고 다들 술을 마시러 가는 분위기로, 그 날도 훈련을 마치고 술을 한잔씩 하고 있었습니다. 새벽까지 마시다 보니 문득 대화가 무서운 이야기로 흘렀고 다들 자신이 겪었거나 알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잠밤기에 읽은 괴담들을 풀어놓으며 제법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는데, 선배 중 한 분이 자신이 겪은 일이라며 이 이야기를 듣고 일어나는 일은 책임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물론 다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이윽고 선배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선배는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강가에서 처음 보는 할머니께서 뭔가 찾고 계셨다고 합니다. 강가에 홀로 있던 선배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뭘 찾으세요? 라고 물었는데 할머니는 말씀하지 않으셨고, 계속 선배가 물어보자 그제서야 대답하셨다고 합니다.

"손가락"

과연… 할머니의 오른 손에는 새끼손가락이 없었습니다. 꿈이라서 그런지, 선배는 왠지 거부감이 들지 않았고 이상한 사명감에 할머니를 도와 강가에서 손가락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 곁에서 손가락을 찾고 있는데, 왠지 할머니 자신은 손가락을 찾을 생각이 없는 듯 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마침 손가락이 강에서 흘러오는 걸 찾아낸 선배는 기쁜 마음에 할머니에게 소리치며 손가락을 전했는데, 할머니는 왠 일인지 기쁜 표정이 아니라 불쾌한 표정으로 뭔가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선배는 꿈에서 일어났는데 선배가 말하길,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나와 같은 꿈을 꾸게 된다고 했습니다. 자신도 자신의 선배에게 들었다고 하며 한두 명의 예외는 있었지만 다들 손가락을 잃은 할머니의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다들 믿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끝으로 다들 잠에 빠졌는데… 다음 날 아침 모두들 황당한 표정으로 일어났습니다.

…다들 그 꿈을 꾼 것입니다.

저 역시 그 꿈을 꾸었습니다. 강가에서 손가락을 찾는 할머니를 보았는데, 왠지 모르게 꿈이라는 게 인식되어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숨을 돌리고 있었는데, 패스트푸드의 햄버거에서 새끼손가락이 나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다들 강가에서 할머니를 보고 어떻게든 손가락을 찾은 듯 했습니다…만, 동아리의 가장 막내는 꿈에서 손가락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막내는 손가락을 도저히 찾을 수 없어 할머니에게 손가락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할머니는 무척이나 기뻐하며 웃었다고 합니다. 기분 나쁠 정도로 웃는 할머니의 얼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름 후… 모두들 할머니 꿈을 잊고 있을 무렵, 동아리 막내는 선풍기에 손을 다치는 사고 당했습니다. 선풍기가 갑자기 넘어지는 바람에 막내의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는데, 살짝 따끔했는데 바로 손가락을 빼어 손톱이 반쪽으로 갈라지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문득 할머니 꿈이 생각났습니다. 어쩌면 할머니는 새끼손가락 전부를 가져가려고 했던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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