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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이야기
playcast | L:39/A: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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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111 | 작성일 2020-10-03 13: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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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이야기


1998년 즈음인가,
대학교 3학년 때지 싶은데,
길거리에서 한두살 정도 나이가 적어 보이는 한 여자애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그녀의 말인 즉슨,
그녀의 꿈속에서 나를 몇 번이나 만난 적이 있고,
꿈 속에서는 꽤 친해졌다 어쩌고 하는 이야기 였다.
꿈에 나오는 사람이 실제로도 있다니,
깜짝 놀랍고,
또 너무 기뻐서 이렇게 말을 건다고 했다.
나는 이게 무슨 해괴한 장난인가 싶기도 하고,
그때 서서히 유행하던 무슨 종교 단체의 포교 수법이나 뭔 사기가 아닌가 싶어서 도망치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는 무슨 밴드를 하고 있었고,
공연 리허설을 하는 날이라고 해서 구경하러 한 번 오라고 하기에,
나는 찾아가서 연습하는 모습을 봤다.
그러다가 권유에 따라 공연도 몇 번 구경을 갔는데,
그 이후로,
갑자기 그녀가 접근하기 시작해서,
번호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집에 전화를 걸어 오는가 하면,
대학 강의실이나 학과로 찾아오기도 했다.
너무 지나친 행동 아닌가 싶어서,
불러 놓고 차분히 따졌더니,
그녀는 미안하다고 했고,
그 이후로 그런 행동은 없어졌다.
그리고 점차 그녀와 만나는 기회도 없어졌고,
그녀와는 멀어져서 연락도 끊어지게 되었다.
그런 그녀가 다시 떠오르게 된 계기는 10년이 넘게 흐른 바로 지난주 일요일.


아내가 학창시절 자신의 앨범을 보기 시작하더니,
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나에게 소개해 주고 있었다.
사진 중에는 하이랜드 파크 인지 뭔지 하는 곳에서 찍은 사진이 몇 장 있었는데,
대학 1학년 때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갔을 때 찍은 사진이라고 했다.
그 중에 한 장에,
아내와 아내의 친구의 사진 뒤의 배경에 있는 많은 사람 중에,
단 한 명의 사람이 정확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 얼굴은 다름 아닌 옛 그녀였다.
아내가 말했다.

"우리가 사진 찍으려고 하는 딱 그 때,
뒤에 지나가던 사람들 중에 이 여자가 갑자기 홱 돌아보기에,
그대로 이렇게 이 사람은 꼭 일부러 찍은 것처럼 그대로 찍혔어.
좀 무서운 표정 아닌가?"

그리고나서 사진을 넘기는 데,
나는,
마치 시간의 저편에서 그때 그녀가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는 듯 해서,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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