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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원피스의 여자 3
나가토유키 | L:57/A: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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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03 | 작성일 2020-11-22 23: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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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원피스의 여자 3

이제 모두 끝난 것 같다.

경식이에게는 허튼 짓 말고 한동안 공부만 하라고

몇 번이나 주의를 주고, 우리는 헤어 졌다.

아직 가지고 있을 그 여자의 금 부치는 어떻게 처분하든 상관치 않으련다.

몸도 피곤하고,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있었다.

집에 가서 한동안 푹 쉬고 싶었다.

이후에 직장이나 다시 알아 봐야 했다.

 

태워준다는 경식이를 마다하고,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버릇처럼 TV를 켜고, 냉장고 물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킨 후

TV 시청에 전념하였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고, 잡념도 날려버리고 싶었다.

 

언제 잠들었을까 TV 방송은 모두 종료되어 “치...치...치...”

소리를 내며 아우성을 치고 있었고

형광등도 그대로 켜져 있었다.

수도꼭지 물은 덜 잠궜는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똑...똑...똑...” 일정하게 귀를 시끄럽게 하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기가 엄청나게 귀찮았지만 TV를 끄고

거실을 지나 세면장으로 나갔다.

세숫대야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수도꼭지를 힘주어 잠그고 물이 또 떨어지는지 잠시 기다렸다가 이내

방으로 들어와 형광등을 끄고 다시 몸을 뉘었다.

시계를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아직 한밤인 것 같았다.

잠시 누워 이리저리 잠이 들기를 기다리며 몸을 뒤척였다.

 

“똑...똑...똑...”

“아..이런 썅...귀찮게스리!!!”

수도꼭지가 말썽인가보다. 힘줘서 잠근 것 같은데도

물방울이 떨어진다. 평소 때라면 무시해도 될법한데..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못 참을 것 같다.

다시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

세면장으로 나가 수도꼭지를 있는 힘껏 잠그고

물이 또 덜어지기를 기다렸다.

 

다행이 이번에는 조금 오래 기다렸지만

물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서 누워서 잠을 청했다.

잠이 쉽사리 들지 않는다.

잡생각이 몰려올 것 같다.

눈을 감고 빨리 잠이 들기 위해 숫자도 새어본다.

 

어느 순간... 창이 열렸는지 새벽 찬바람이 스며드는 것처럼

스산한 기운이 맴돌았다.

이불을 끌어올려 몸을 움크리고 옆으로 돌아 누었다.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불어 들어왔지만

또다시 일어나 창문을 닫기는 싫다.

 

“똑... 똑... 똑...”

‘젠장... 정말 안 도와주네...’ 짜증이 한껏 났다.

찬 바람은 참을 수 있어도 물소리는 못 참겠다.

“똑!!!...똑!!!....똑!!!....똑!!!...”

그런데 갑자기 이상하게도 이번에 떨어지는 물소리는 머리를 울린다.

찬바람도 더 불어와 코끝이 시리다.

난 갑자기 소름이 쫙 끼쳤다.

눈을 뜰 수 없었다. 눈 뜨기가 겁이 났다.

웅크린 자세로 옆으로 돌아 누운 내 앞에 뭔가가 있는 것 같다.

뭔가가 나를 찌르듯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뭔가 내 앞에 있다는 것을 눈치챔과 동시에

내 앞에 어떤 것이 입김을 불어내듯 찬바람을 내 얼굴로 불어낸다.

“흐....으......으....으....”

“뚝!!!!....뚝!!!!.....뚝!!!!....뚝!!!!....”

더불어 물 떨어 지는 소리도 더욱 커졌다.

 

나는 나도 모르게 감은 눈이 파르르 떨렸다.

내 앞의 존재에게 겁을 먹은 나는 그 존재를 확인해야 했다.

다행이 아무것도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심정으로

눈을 떠 앞을 확인해야 했다.

난 한 순간 눈을 확 떴다.

 

“허..헉..!!!!” 다행이다. 다행이 아무것도 없다.

내가 너무 예민해졌나 보다.

“휴....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정면으로 돌아눕는 순간

“헉...!!....으...윽....윽!!”

나도 모르게 공포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내 눈앞에는 썩은 진물을 흘리고 있는 아기시체가

내 눈 바로 앞에서 나와 나란히 누운 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가위눌려 몸을 못 움직이듯이 눈을 돌릴 수도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흐믈흐믈한 얼굴 피부에서 떨어지는 썩은 진액이 내 얼굴에 떨어진다.

“뚝....!! 뚝....!! 뚝....!! 뚝....!!”

그 진액이 내 머리를 뚫고 들어오듯

떨어지는 물 소리가 머리를 파고 들었다.

 

너무나 무섭고 오한이 들어 온몸은 식은 땀 범벅이 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마저 흘러내렸다.

 

그런 상태로 얼마나 흘렀는지...

“아응!!!...아응!!!....아으응...!!!”

아기 울음소리가 귓속을 파고 들었고

갑자기 참을 수 없을 만큼 가슴을 쥐어 짜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누군가가 내 심장을 파내려 가슴을 강하게 움켜지는 것 같았다.

“으으윽으....으흐흐흑윽윽윽..” 고통의 신음이 내 입을 비집고 나왔다.

고개를 내려 아래를 확인 할 수도 없었다.

너무나 고통이 심해 까무러칠 정도였다.

 

‘이 무슨 악연인가’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애초 그 여인의 차에 오르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그 식당에서 그 여인에게 관심조차 주지 말았어야 했다.’

‘이게 어찌 나에게만 원한을 가질 만한 일인가...

애초 그 여인이 계획했던 일 아닌가..’

끝내 너무 강한 고통에 오기가 생기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흑흑흑흑.....흐흐흐흐 흑흑흑흑....”

이제 여인의 흐느끼는 소리도 같이 들린다.

공포는 직면하게 되면 조금씩 적응되기 마련인데...

고통을 동반해서 인지 전혀 적응되지 않는다.

공포가 극에 달해 내 정신을 갉아 먹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났을까

멀리서 교회의 타종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타종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 졌다.

새벽 예배 시간을 알리는 타종소리가 찬송가의 음률에 따라 흘러 나왔다.

 

종소리가 울리자 아기의 모습은 서서히 눈앞에서 사라졌고,

더 이상 물 떨어지는 소리, 아기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가슴을 쥐어짜는 고통도 순간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그제서야 몸이 움직이는 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때 내 가슴 언저리에 앙상하고, 살이 떨어져 너덜너덜한 손이

스르르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난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 형광등을 켜고,

미친놈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면

다시 뭔가가 나타날까 봐 경계했다.

잠시 후 정신을 가다듬은 나는 급하게 옷을 입고,

아직 컴컴한 새벽이었지만 집 밖을 뛰쳐 나왔다.

더 이상 두려워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 길로 집 근처 편의점에 들려

계산도 안된 소주병을 까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후...하...” 정말 미칠 것 같다.

“아저씨 계산하고 드세요!!!” 아르바이트 학생이 짜증을 낸다.

난 대답도 없이 주머니에 든 천 원짜리 몇 장을 던져 주고

편의점을 나왔다.

 

살면서 남들과 다르게 몇 번이나 귀신을 보았지만

이번만큼 치명적이고 공포스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정말 제명에 못살 것 같다.

‘일단 경식이를 만나야 해’

난 택시가 서는 길까지 달려가 급히 택시를 잡았다.

 

경식이네 도착할 때쯤 되어서

‘이 새벽에 어른들도 다 주무실 텐데...

밖에서 날 밝을 때까지 좀 기다릴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그것보다 더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경식이네 대문 에 다다르자

경식이 어머님의 울부짖는 소리가 대문 밖까지 들렸다.

“아이고!! 경식아!! 경식아!! 왜 그러니!!!!!! 아이고 경식아!!! 눈 떠봐라!!!”

 

난 직감적으로 사단이 난 것을 눈치채고

대문을 힘껏 밀어봤으나 문이 잠겨있었다.

어쩔 수 없이 담을 훌쩍 넘어 마당으로 들어갔고

현관문을 열면서

“어머님!! 무슨 일이에요!!? 경식아!! 왜 그래!!?”하며 뛰어 들어갔다.

어머님과 아버님은 갑자기 들이 닥친 날 보고 또 한번 놀라셨지만

이내 나란걸 아시고 안심 하시고는

“아이고 민호야!!! 우리 경식이 왜 이러냐!!!!?

니가 어떻게 좀 해봐라!!! 아이고 경식아!!!”

 

경식이는 쓰러져 눈을 뒤집고 흰자를 드러내며

입에는 개 거품을 가득 물고

숨을 급하게 몰아 쉬면서 온몸을 미친 듯이 떨고 있었다.

 

난 군에서 익혔던 응급처치법을 응용해

머리를 돌려 놓고 주변의 수건으로 입안의 이물질을 급히 제거하고

기도가 막히지 않게 수건을 목에 바쳐 놓고는

온 몸을 힘을 주어 주무르기 시작했다.

 

내 모습을 보더니 아버님도 달려들어 반대편을 주물러 대셨고

어머님도 같이하려 했지만

“어머님은 라이터랑 바늘 좀 찾아주세요!!!”

“그래 그래 그래 오냐...!”

나의 부탁에 따라 급히 안방으로 들어가셨다가

잠시 후 바늘과 라이터를 찾아 들고 오셨다.

 

어릴 적 내 할머니는 나나 주변 사람이 기절을 할 만큼 놀랐거나

경끼 할 때 마다 신체 주요 부위 몇 곳을 바늘로 따곤 하셨는데

직접 해보진 않았지만 할머니께 배운 적이 있어 급한 마음에 시도해볼 참이었다.

 

재빨리 라이터로 바늘을 소독하고

열손가락의 손톱 밑을 차례로 찔러서 피를 내려고 했다.

그런데 얼마나 경끼가 심한지 어지간히 찔러도 피가 안나 왔다.

 

좀 과감하게 바늘을 찔러 넣고서야 검게 죽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손을 다 따고 난 후

발톱 위쪽에 바늘을 찔러 10개의 발가락을 다 따고

잠시 반응을 기다렸다.

원래 할머니는 코와 입술 사이 인중까지 찌르는 거라고

가르쳐 주셨으나 차마 잘못 될까 겁이 나서

그것까진 시도하지 못하였다.

 

잠시 후 경식이의 떨림은 멈추었고, 이윽고 숨소리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제 경식이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에... 휴... 병원에 안가 봐도 괜찮을까?”

얼마나 놀라셨는지 머리를 산발하신 경식이 어머님은 한숨 쉬듯 물어보셨고,

경식이의 상태를 보니 혈색이 많이 좋아 진 것 같아

“괜찮을 것 같은데..잠시만 기다려 보시죠...?”하고 안심시켜 드렸다.

 

“어머님.. 경식이가 갑자기 왜 그러죠?”

“아니 새벽에 갑자기 경식이가 비명을 지르길래 잠을 깨서 방에 들어가 보니

머리를 부여 잡고, 몸부림을 치고 있지 않겠니?

그러더니 갑자기 저렇게 쓰러지고 경끼를 하는구나...에 휴...

우리 장남 몸에 큰 병 생기면 안 되는데...에휴...”

연신 아들걱정에 한 숨을 쉬시는 경식이 어머님을 뵈니

고향에 계신 어머님이 그리워졌다.

“그런데 민호야... 경식이가 비명을 지를 때... 이상하게

애기 울음소리 같은 것이 같이 들리는 것 같던데... 내가 잘못 들었겠지?”

 

나는 어머님의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얻어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여기도 왔었구나!! 이를 어쩐다!!?’

 

“근데..민호야 넌 새벽에 어쩐 일로 우리 집을 다 오게 됐니?”

“아...새벽에 눈이 떠져서 근처까지 운동 왔다가 생각나서 와봤어요...

집 앞에 오니 어머님 비명이 들리길래... 담을 넘고 들어왔습니다.

죄송해요...어머님...”

“죄송은 무슨...너도 많이 놀랬겠구나...에 휴...”

 

아침 해가 뜨고 햇빛이 창문으로 막 들어오기 시작할 때쯤

경식이는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잠을 자는 듯 하다.

“경식아!! 일어나봐!! 경식아!!”

“으....으....음....”

경식이는 겨우 눈을 띄며 주변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를 봤는지

벌떡 일어나 나를 부여 안고 울기 시작했다.

 

“아이..ㅆ발...어어어엉....으아아앙...”

잠에서 깨어나자 말자 미친 듯이 울어대는 경식이 때문에

모두 당황했지만 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이 가능했다.

 

난 경식이 등을 두드리며

“괜찮아...괜찮아.... 내가 방법을 찾을게...”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았는지 경식이 울음소리는 잦아 들었다.

 

경식이는 이런 일이 처음 이었으리라

워낙 겁이 많아 내가 예전에 귀신을 몇 번 봤다고

귀신 경험을 해준다는 말만 꺼내도 놀라 자빠지던 놈이었다.

 

경식이가 진정되자 그제서야 안심한 듯

부모님은 안방에 들어가 못다 잔 잠을 주무셨다.

 

한참 침묵이 흘렀다.

“여자랑...아기랑...?” 나의 간단한 질문에

경식이는 고개를 끄떡인다.

“으..음...” 난 침울성을 썩인 신음을 뱉었다.

그 여자와 아기가 우리를 찾았다.

 

“민호야!! 어떻게 하지? 나 정말 무서워 미칠 것 같아...”

나도 무섭기는 마찬가지지만 이 녀석처럼 경끼를 할 정도는 아니니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도 정신을 차려야 했다.

“일단 너랑 나랑 당분간 같이 있자”

그제서야 경식이는 안색이 펴는 것 같았다.

 

못다 잔 잠을 오전에 조금 자고...

그나마 걱정이 되어 선잠을 잔 우리는

컴퓨터 통신을 통해 퇴마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냥 ‘소금과 팥을 준비해라’, ‘기도를 해라’, ‘염불을 외라’ 등

상식적인 이야기뿐 그럴싸한 얘기는 전혀 없다.

전혀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우리는 이처럼 현실에서 겪고 있는데 말이다.

 

시간은 쏜 살 같이 지나가고 또 어둑어둑 해는 지고 있었다.

해가지니 자연스레 우리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말수도 줄어들고, 주변을 경계하듯 두리번거렸다.

저녁은 먹는 둥 마는 둥하고 경식이 방으로 들어와

맨 정신으로 있긴 힘들어 술을 마셨다.

 

밤은 깊어 갔지만 두려운 마음에 잠은 청할 수 없었다.

비운 술병은 하나 둘 늘어나고, 귀신에 대한 긴장감도

술기운은 이길 수 없는지

우리 둘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내가 왜 누워있지?’

‘언제 잠이 들었지?’

눈을 떠보니 불은 꺼져있었다.

새벽에 부모님께서 불을 끄신 것 같다.

옆에 경식이도 누워있었는데

부모님께서 친히 이불을 덮어주고 가셨나 보다.

 

그런 생각을 할 무렵

등줄기에서부터 예의 오한이 들기 시작하여

머리 뒤끝이 버쩍 서는 소름이 끼친다.

 

직감적으로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식은땀이 흐리기 시작했다.

경식이 방문은 미닫이 문으로

여름에는 날이 더워 문을 열어 놓고 발을 쳐놓고 잠을 잔다.

 

어느 순간 발 건너편 대청마루 쪽으로 희미한 형체가 생겨난다.

그 형체는 마당에서 대청마루로 들어와 한쪽 다리를 세우고

우리를 등지고 돌아 앉아 뭔가를 하고 있다.

 

잠결에 처음에는 어머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더 집중하여 바라보니 아니다...아닌 것 같다.

난 시선을 땔 수가 없었다. 시선을 돌리거나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면 그 형체가 내 쪽으로 ‘획!’ 돌아볼 것 같다.

 

내 뒤쪽에 자고 있는 경식이는 아직 모를지도 모른다.

아니 경식이도 눈을 뜨고 저것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시선은 고정한 체 손을 조금씩 조금씩 경식이 쪽으로 움직였다.

경식이가 보고 있다면 뭔가 신호를 주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도록...

정말 천천히 이불 밑으로 손을 조금씩 움직여 경식이가 누워 있는 곳으로

이동하다가 순간 내가 덮은 이불과

경식이가 덮은 이불 사이가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왔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게 아니었다.

 

경식이를 손으로 찌르거나 만지려면

이불과 이불 사이 공간을 지나가야 할 텐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왠지 나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저 무엇인가가 내 쪽으로

몸을 돌릴 것 같아 더 이상 손을 더 진행시킬 수 없었다.

 

그렇다고 두려움에 떨면서 그냥 그 형체를 계속 쳐다 보고

있는 것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 심장은 미친 듯이 고동치고

온몸이 긴장되어 바짝 힘이 들어갔다.

 

지금은 뒷모습만 보이며 뭔가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언제 갑자기 해코지를 할지 모른다.

 

용기를 내어 경식이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경식이의 손을 잡았다.

경식이의 손에 강한 힘이 들어가는 것을 봤을 때

경식이도 깨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경식이의 손을 잡음과 동시에

뒤로 돌아앉아 있던 여인의 목이 서서히 뒤로 돌아가며

우리를 바라봤다.

너덜너덜 찢어진 피부에 얼굴 뼈가 다 들어나고

두개골 한쪽이 심하게 함몰되어 있다.

눈꺼풀은 없어져 두 동공만 덩그러니 충혈된 눈으로 우리 쪽을 바라본다.

“쉬.....쉿.....”

우리에게 조용 하라는 양 ‘쉬’소리를 내더니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가면....히히히히...”

괴기스러운 눈은 우리에게 고정한 채 웅얼거리면서

우리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양 머리를 좌우로 갸우뚱거린다.

급기야 턱과 머리의 위치가 완전히 아래위로 바뀌기를 빠르게 반복한다.

 

그 흉물스런 모습에 공포감이 더해져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경식이의 손이 과격하리만큼 떨린다.

경식이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있는지

“으...으...으....윽 으...으...으”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경식이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이내 그 여인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우리가 누운 자리 바로 위에 나타나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안고 있는 아이는 예의 그것처럼 썩은 진물을 흘리고 있었다.

 

여전히 우리 바로 앞에서 여인이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우리를 바라볼 때

“아..앙!!!...으아앙!!!!....응애...앵!!!!”

고막이 터질 듯 아기가 울기 시작했고

그 여인의 인상이 더욱 괴팍해지고 괴기스럽게 변하면서

“너희가....너희가!!!!...우리 애기를 울렸어....!!!!”

“이제야...생각났다!!!! 너희가!!!... 우리 애기를!!!! 괴롭혔어!!!!!!”

 

그 여인의 앙상한 한쪽 손이 내 가슴으로 다가오더니

심장 부위를 강하게 내려치고,

너덜 한 손가락을 구부려 가슴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으으으아....으으으아...악...” 고통에 신음칠 때 옆의 경식이도

나와 같은 상황인지 부여잡은 내 손이 부러질 만큼 힘을 주면서 비명을 질러대었다.

서로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을 때 그 고통 속에서도

경식이네 부모님이 우리의 비명을 듣지 못했을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난...으으윽! 당신.... 당신... 아이를....흐헉....괴롭히지 않았소...으으윽”

신음 소리에 나의 항변이 썩여 나왔다.

“거짓말!!! 거짓말!!! 너희가 우리 애기를 아프게 했다!!!!

크크크... 히히히히힉... 그 대가로... 그 대가로..!! 고통스럽게 죽어라!!!! 히히히히 킥킥킥”

“응애애애앵!!!....아응...응앵...애애애앵.....!!!!!”

귀신이 된 여인은 소리치면서 미친 듯이 웃어 대고,

아기의 울음소리도 고막을 찢을 것 같이 귓속을 울려댔다.

 

광기와 공포,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 치던 우리가 서서히

기력이 빠져가 신음소리도 내지 못할 때쯤

새벽 여명이 밝아 오고 있었고, 이윽고 그 귀신의 형체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점점 고통이 사라짐과 동시에 몸도 움직일 수 있었다.

나는 스프링 팅기 듯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빠르게 조명을 밝혔다.

경식이는 기절하진 않았지만 기진맥진하여

힘도 못쓰고 신음만 하고 있었다.

“경식아...정신차려!!! 경식아!!!”

“으으...응...응...너무...너무 무서워...흑흑...너무 고통스러워..흐흐흐흑

민호야...어떻게 하냐...우리 정말 죽을까?..흐흐흐흑”

“괜찮아...괜찮아...방법을 찾을 꺼야...경식아...”

나는 경식이을 달랬지만 나라고 뾰족한 답이 있을리 만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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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3
나가토유키
2020-08-15 0-0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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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기는 현관문 [1]
나가토유키
2020-07-25 0-0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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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내가 시달린 귀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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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대문 밖에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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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3 0-0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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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끝에 [1]
유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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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흔한 도시괴담 2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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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파타에서 들은 무서운 얘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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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9 0-0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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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 우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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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1 0-0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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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인식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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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7 0-0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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