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옛날 귀신
지금은 유학생이지만
촏잉때부터 중학생까진 부산에서 쭉 살았다요.
남천동에서 초등학교 1학년 1학기까지 살다가
2학기때 범어사 밑에 경X 아파트로 이사를 갔어
근데 부산사람들은 알겠지만 범어사 밑에 그 아파트 단지들 산 속에 거의 고립되어 있는 수준이거든ㅋ
학원 갈려면 봉고차 타고 몇십분 걸리는 곳이고
산골 속에 있으니까 밤 되면 막 여름인데도 서늘하고 그래
하필이면 내가 살았던 그 아파트는 바로 앞에 저수지가 있어서 더 으스스했지
그 집 들어가고 나서 초3? 까지는 별 일 없었는데 나 초등학교 4학년 들어가고 나서
언니가 (언니는 나냔이랑 다섯살 차이 그르니까 중3이었음) 계속 귀신을 본다는 거야
처음에 언니가 귀신을 본게
냔들 자다가 가끔씩 깨면 그냥 침대에 누워서 멍때릴 때 있자나 언니가 그러고 있었대
그러다가 무심결에 침대 앞에 방문을 봤는데
뭔가 허연게 서 있더래 그래서 뭐지? 하고 제대로 볼려고 눈을 찌푸리는 순간에
그 허연게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하고 침대가로 달려와서는 언니 위에 올라타더래ㄷㄷㄷ
그러곤 곧바로 가위가 눌려서 숨도 안 쉬어지고 한 몇분 동안 그 허여멀건한 거랑 사투를 벌이다가
새끼손가락에 힘줘서 가위에서 깼대.
그리곤 곧바로 엄마 방에 달려가서 울었거든 언니가
난 지금도 생각난다 언니의 그 처절한 울음소리를
근데 그러고 나선 언니가 계속 귀신을 보거나 느끼는거임
창문 분명 열고 잤는데 똑똑똑 소리가 들린다던지
바로 옆에서 귀신이 귓가에 바람을 넣는다던지 그런 것들....
그래서 엄마가 언니 방 벽에 백호랑 달마대사 그림 붙이고 난리도 아니었음둥
신기한게 그림들 벽에 걸고 나니까 귀신이 언니 방에 더이상 안 나타나더라고
엄마도 귀신을 한 번 보셨는데
엄청 환한 대낮에 엄마가 오랜만에 집에 계셨었대
주말인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족들 아무도 없고 엄마 혼자 침대에 누워있었대
근데 주무시다가 깼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왼쪽을 슬쩍 보셨는데 저 멀리 있는 화장대에 누가
앉아 있더래. 다리를 흔들면서
너무 소름이 끼치는데도 엄마가 그냥 계속 보고 있었대 뭐지? 하고
근데 그 앉아 있는게 엄마가 자기를 보는걸 알고 앉아있는 채로 계속 다리를 흔들흔들 거리다가 상
체를 확 굽혀서 엄마를 쳐다보는데 얼굴에 눈코입이 없더래
그걸 보자마자 엄마가 너무 놀래서 이불을 확 뒤집어 썼는데 그 귀신이 침대 옆에 소파에 살짝 앉
더래 (느껴지잖아 기척 같은거..)
중요한건 완전 대낮에 햇빛 쨍쨍했다는거
그래서 엄마가 어떻게 하지? 이불을 걷고 소리를 칠까 어떡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발 밑에
서 쥐가 두다다닥 하고 올라오는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그런 쥐떼들 같은게 발 밑에서부터 올라오
더니 머리 꼭대기에서 딱 멈추더래
엄마가 무서워도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귀신에 진짜 홀리겠구나 싶어서
이불을 걷으면서 "누구야!!!!!"하고 소리를 꽥 질렀대
그러니까 아무것도 없더라는거....
엄마가 원래 기가 센 편이라서 그 때 이후로 귀신을 보시지는 않았어
근데 그 귀신이 이젠 우리 남동생한테 해코지를 하는거야
나 4학년 당시 내 동생 한 살이라서 기어다닐 때였어
나랑 내 동생이랑 일하시는 분 이렇게 세 명이서 집에 있었는데 나 문제집 풀고 있는데 동생방에서
와장창하고 깨지는 소리가 나는거야
놀래서 달려가보니까 걔 방에 엄청 커다란 갈색 나무 장롱이 있었는데 거기에 붙어있는 유리 창문
한쪽이 산산조각 나 있는거야
그 산산조각 난 파편들 바로 옆에서 동생은 기어다니고 있고
근데 일어서지도 못하지만 만약 동생이 일어섰다고 해도 닿지 못하는 높이에 창문이 달려 있었거
든
생각해보니까 너무 아찔한거야 만약 잘못되서 동생한테 이게 쏟아졌으면 정말...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이게 한 번으로 끝나면 그냥 뭐 나사가 풀렸겠지 그러고 말았을건데
이 일 있고 바로 다음날에 하나가 더 터졌어
나 학교 간다고 아침 먹고 있는데 엄마 표정이 안 좋으시길래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여쭤보니까
엄마가 엄청 불길한 꿈을 꿨대
꿈에서 동생이 사방이 암흑인 곳을 혼자 걷고 있더래 그러다가 자기 앞에 엄마가 있는 걸 알고 "엄
마!!" 하고 달려오는데
갑자기 옆에서 엄청나게 뾰족한 기둥이 나타나서 동생 머리가 거기에 박히더래ㄷㄷㄷ
그 얘기를 하면서 동생 조심시켜야 된다고 아주머니한테 부탁 하고 나가셨거든
근데 점심때 쯤인가 학교에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
동생이 정수기 밑에서 놀고 있는데 정수기에서 갑자기 뜨거운물이 나와서 애 화상 입었다고
지금 병원 데리고 가고 있다고...
그 얘기 듣고 나니까 진짜 귀신이 하는건갑다 우리 가족은 다 그렇게 생각했어
그래서 어느날 신기 있으신 분을 집에 모셔서 물어봤어
근데 그 분이 문 열고 신발장에 들어오자마자 엄청 화 난 목소리로 "여기에 있는 부적 누가 뗐어!!"
이러시는거야
그래서 우린 뭐지? 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맨 처음 이사할 때 부정 타지 말라고 현관에 붙여
놓는 부적을 아빠가 이사하는 날에 뗐던 적이 있었거등
그 때 아빠가 부적 구겨서 쓰레기통에 넣으셨거든 필요없다고
그리고 나서 아빠랑 할아버지랑 맥주 사러 가시는데 30분 지나도 안 오셔서 나가봤더니 엘레베이
터에 갇혀 계셨던 일이 있었어...
그 때 그 부적 때문에 귀신 들어왔다고 그러시는거야
지금 집에 애기 귀신 하나랑 여자 귀신 하나 있다고
집 이곳저곳에 부적 붙이고 이래서 어느정도 나아졌다? 근데 제일 소름끼쳤던 일은 그 집 팔고 온
가족이 미국을 간 후였음
나 중1 되서 미국으로 갔는데 간지 일주일 후? 쯤에 친할머니한테서 전화가 온거임
통화가 이랬대
엄마 - "어머니 잘 지내세요?"
할머니 - "내야 잘 지내지...."
엄마 - "어머니 목소리가 왜 그러세요"
할머니 - "야야 니네 집에 새로 든 사람 심장마비로 죽었단다...."
참고로 그 사람은 50대 초반에 건장한 아저씨였음.
건강한 사람이 심장마비로 죽었대. 아무런 이유없이.
진짜 이 얘기 엄마한테서 듣고 나서 시밤 너무 무서워서 울었어.. 왜냐면 그 아파트 단지에서 죽는
사건이 유독 많았거든.
아파트 밑에 구멍가게 아줌마도 식초 다섯병 마시고 자살하고, 우리 윗층에 양계장하던 부부는 조
류독감 이후로 망해서 둘 다 목숨 끊고, 옆 집 이혼하고... 옆에 라인 사람 2명 투신자살하고 경비
아저씨 매일 바뀌고 그랬어
그런걸 보다 보니까 생각하게 된게 아마 산 위에 지은 아파트라 무덤같은걸 다 엎어버리고 지었을
거잖아 그래서 그런게 아닐까.....
자신들 있을 자리를 잃은 분노로 여기에 사는 사람들을 괴롭히는건 아닐까...
원래 범어사 있는 산 이름이 '청룡산' 이거든 파란색 용 같이 생겼다고
근데 여기에 아파트를 짓는건 용 허리에 말뚝을 박는거나 다름없다며 범어사 스님들이 막 시위하
고 그랬었대.. 뭐 결국 지어지긴 했지만
난 개인적으로 귀신을 마주친 적은 없는데
잘 때마다 부엌 쪽에서 식탁 의자 끄는 소리와
피아노 소리는 정말 매일매일 들었음
웃긴건 방문을 열면 그런 소리들이 감쪽같이 그쳐있는거
그래서 언니랑 항상 같이 잤지 서로 꼭 끌어안고
얼마 전에 대학 붙고 나서 그냥 추억도 되새길 겸(그래도 6년동안 살았던 곳이니까) 드라이브 겸
엄마랑 같이 가 봤는데 여전히 난 좀 무섭더라
햇빛 때문에 밝지만 어딘가 무서운........
아무리 범어사의 쫄깃하고 맛있는 오리고기가 날 유혹해도 다신 그 곳에 가기 싫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