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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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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94 | 작성일 2020-12-23 0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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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절묘한 우연.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일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2월 즈음에 친구 2명과 경남 마산에 학꽁치 낚시를 갔습니다.
하지만 세차게 불어오는 차가운 바닷바람과 흩날리는 눈 때문에 낚시를 접고 떠나야 했습니다.

점점 거세지는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다가 때마침 오는 버스를 무조건 탔습니다. 하지만 마산역으로 가야 했는데, 밤늦게 버스가 도착한 곳은 진해역이었습니다.

밤이 깊었기에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진해 곳곳을 헤매다가 결국 숙소로 잡은 곳은 허름한 여인숙. 거기서 술을 마시다가 늦게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새벽녘 머리가 너무 아파서 잠에서 깼는데, 낯선 남자가 방에 앉아 우리가 마시던 술을 마시며 울고 있었습니다. 저와 눈이 마주친 남자는 대뜸 제 멱살을 잡으며 내 제삿장이 왜 이래? 하며 주먹으로 절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없이 손을 뿌리치는 순간, 전 잠에서 깨어나며 일어났는데, 순간적으로 쓰러졌습니다.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고 다리에는 온통 힘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왠지 이상한 냄새가 났습니다. 아마도 연탄가스 냄새 같았습니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하여 필사적으로 문을 열고 친구들을 깨웠습니다. 하지만 친구들도 비몽사몽.

고함을 질러 주인아저씨를 불렀고 이윽고 저희는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습니다. 다행히도 저희 모두 살았고 일주일 후 퇴원했습니다.

신기한 일은 입원 중에 여인숙 주인아저씨께 꿈에서 본 남자 이야기를 했는데, 주인아저씨께서 놀라시며 말씀해주셨습니다.

"1년 전에 해군하사가 그 방에서 자살했었지……. 그 사람이 너희를 살린 거야……."

저희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 후 많은 생각했습니다. 정말 우릴 살려고 나타난 건가. 결국 생각을 하다가 결론을 내린 건 해군에 지원입대였고 곧 실행으로 옮겼습니다.

병과학교 졸업 후 배치 된 곳은 진해. 경남함이라는 군함에서 군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한 번 더 일어났습니다. 배정받은 사물함을 열자 벽에 붙어있던 낡은 사진 속에 한 남녀. 남자는 꿈에서 본 그 남자였습니다.

그 후 군 생활을 그 남자의 자취가 남은 군함에서 끝까지 보내고 제대를 했습니다. 지금도 그 남자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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