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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신호등이 서있었어
playcast | L:39/A: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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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122 | 작성일 2021-02-08 1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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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신호등이 서있었어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할아버지가 있는 시골에 내려가서 근처 산에서 혼자 놀았을 적에 있었던 일이야.
처음에는 그닥 안쪽까진 안 가고 길 옆에서 곤충 같은 걸 찾고 있었던 것 같아.
좀 지나서 문득 숲 안쪽을 보니까 신호등이 서있는 게 보였어.
말 그대로 도시 도로에 있는 그 신호등.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
램프는 켜져있지 않았지만 쓰러진 게 아니라 분명하게 땅에 서있었어.

뭐지 저거?

숲 안쪽으로 가보려고 2, 3 걸음 내디딘 순간,
옆 수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움찔하고 반사적으로 그쪽을 보니까 정체를 알 수 없는 게 날 덮쳤어.
여기서 일단 기억이 날아가서 잘 설명은 못하겠는데…
찰나 보고 기억이 나는 건
검고 커다란 초승달을 옆으로 한 것 같은 물체? 였어.
그리고 다음에 제정신을 차렸을 때는 나는 할아버지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어.
그리고 그 길에서 묘하게 머리가 가려웠어.
집에 도착하자 엄마가 날 보더니 비명을 질렀어.

[너 머리 왜 그래!?]


어? 하고 얼굴과 머리를 만져보니 피가 잔뜩.
근데 전혀 안 아팠어.

이게 뭔 일인지 이해할 수 없는 채
일단 머리에 대라면서 젖은 수건을 받아서
그대로 마루에 앉아서 얼마 동안 밑을 보며 지혈을 했어.
몇 분쯤 지났을까, 무심코 고개를 들어보니
엄마, 아빠, 여동생, 할아버지, 할머니가 내 앞에 다 서서
다들 눈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이해됨?) 나를 보며 히죽거리고 있었어.
그때 또 기억이 날아갔어. 이건 아마 쇼크 때문에 기절한 것 같음. 깨어났을 때 나는 이불에 누워 있었어.
마침 할머니가 주스를 가져왔길래 얼굴을 보니
내가 알고 있는 평소와 다름없는 다정한 할머니였어.

[더우니까, 모자를 써야지. 일사병은 위험하단다.]

할머니는 이런 말을 했어.
나는 순간적으로 머리에 손을 댔는데 피는커녕 상처 흔적조차 없었어. 그리고 이다음 어떻게 됐냐면, 아무 일도 없었어. 물론 가족들 다 평소랑 같았어.
숲속에 있는 신호등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도,
머리에서 난 피도, 가족들의 기분 나쁜 웃음도 전부 수수께끼인 채 지금에 이르렀어.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혼자 혼란스러웠고
이런 일을 누구에게 설명할 수 있을 리도 없었어.

누가 이런 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알려줘.
그건 대체 뭐였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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