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시시각각 흘러간다. 이제 잠시 후면 타임 오버다.
가장 빠르고 신속하게 사가미를 체육관으로 데려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완력을 쓴다? 아니, 안 된다. 나와 하야마 둘뿐이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여자애들이 죽자사자 뜯어말릴 테지.
그 과정에서 시간만 허비하게 될 게 뻔하다.
게다가. 그것은 유키노시타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다.
유키노시타는 어디까지나 사가미 본인의 발로, 의지로 되돌아오기를 바라는 거니까.
유키노시타는 유키노시타의 방식으로 대응했다.
정면으로 부딫쳐 자신의 프라이드를 지키고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는 그녀만의 방식을 관철했다.
그렇다면 나는. 내 방식을 관철하는 수밖에 없겠지.
정정당당, 대놓고 비굴하고 띠질하고 음험하게.
어떻게 하면 사가미와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취할 수 있을까.
밑바닥 인생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는 방식은 두 가지 뿐이다.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거나, 서로를 공격하거나.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뿐이다.
-중략-
세 사람이 계단으로 사라진 후, 하야마가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 …… 어째서 늘 그런 식으로밖에 해결하지 못하는거지? "
하야마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그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옥상에 홀로 남겨진 나는 힘없이 벽에 등글 기댔다.
그리고는 그대로 주르륵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하늘이 높다.
하야마, 네가 정말로 멋지고 좋은 녀석이라 다행이다.
거기서 화를 내지 않으면 하야마 하야토가 아니다.
하야마, 네가 눈앞에서 남이 상처 입는 것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는 녀석이라 다행이다.
남을 상처입히는 인간을 용서하지 않는 녀석이라 다행이다.
보라고, 간단하잖아.ㅡ 그 누구도 상처 입지 않는 세계의 완성이다.
하야마의 말처럼 이런 방식은 잘못된 걸 테지. 그래도 지금의 나로서는 이게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나도 언젠가는 달라질 테지. 언제가는 반드시 달라진다. 바뀌어버리고 만다.
내 마음이야 어찌 됐든, 타인의 눈에 비치는 방식, 해석되는 방식, 평가되는 방식은 틀림없이 달라진다.
만물이 유전하고 세계가 끊임없이 변화해간다면, 주위가,환경이, 평가의 중심축
그 자체가 일그러지고 달라져 내 존재 형태도 바뀌어버리고 만다.
그러니, ㅡ 그러니 나는 달라지지 않는다.
여기죠.
남을 위해서 스스로 상처입히는 하치만의 모습.
감동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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