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은 원작과 다른부분은 하나같이 별로더군요.
작화와 연출, 음향 등 정말 굉장히 잘 만들긴 했습니다만..원작과 다른 추가장면들이나 원작을 잘라버린 것들이 어째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네요.
가장 불만인건 역시 캐릭터들의 성품이 잘 살아나지 못했다는걸까요. 원작의 에렌의 어머니는 상당히 엄하고 매서운 스타일이어서 더 현실감이 있었는데 애니메이션에선 지나치게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성녀처럼 나와서 약간 괴리감이 느껴졌네요. 원작에서처럼 정말 평범한 성격의 주부이자 어머니로 나왔다면 어머니의 죽음이 좀 더 크게 와닿았을 것 같은데 안타깝습니다.
한지의 원작 캐릭터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애니메이션에선 그냥 광년이 포스밖에 강조되지 않더라구요. 원작대로 나갔다면 25화에서 엘빈과 리바이가 없는 상황에서 현명하고 침착하게 병단을 이끄는 모습이 나왔어야 하는데, 그걸 보여주긴 커녕 여성형거인보고 흥분해서 끼힣끼힣...;; 분노를 앞세우는 케이지를 막으며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모습도 참 좋았는데 그걸 쟝과 리바이로 바꿔먹었더라구요. 헐.
아르민은 캐릭터가 애니화로 인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예시가 아닐까 합니다. 성우분마저도 아르민은 이런 애가 아니라고 감독에게 말씀하셨다 들었으니..24화와 25화 오리지널의 아르민의 대사는 하나같이 얘가 지금 대체 뭔소리를 하는거야? 싶더군요. 원작을 읽으며 느낀 아르민의 캐릭터는 누구보다 냉정하고 현명한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마음대로 사용할 만큼 마음이 모질지 못하구나, 위기의 순간이 닥쳐 이성이 감성을 지배한 순간에는 비정하게 행동하지만 그 순간을 빠져나간 후 다시 감성과 이성이 평형을 되찾으면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 하더라도 그에 대해 괴로워하는 아이구나 싶었는데 애니메이션에선 이건 뭐...원작자도 일문일답에서 아르민은 음침한 계획을 잘 생각해내지만 실행을 못하는게 아르민다운거라 했는데 말이에요. 심지어 2회 오리지널에선 인류는 벽 안에서 살 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야 같이 바깥세상 여행하자며...벽 안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해 못하겠다며...
에렌도 알게모르게 캐릭터성이 굉장히 망가졌다고 생각합니다. 거대나무숲에서 여성형 거인에게 쫒길 때, 원작에서 에렌은 동료를 믿는 편이 유리하니까 동료를 믿었다는 독백을 하죠. 에렌이 스스로 괴물취급 당하는게 싫어서, 어찌보면 스스로를 구하기 위하여 동료를 믿었고 그 결과 동료를 잃었음을 보여주는 이 독백은 이후 동료를 구하기 위하여 거인화를 하며 스스로의 선택을 믿었고 결국 동료를 구해낸 차후의 에렌과 대비가 되며 에렌의 성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부분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부분이 애니메이션에선 그냥 겁나게 쫀 표정으로 튀는걸로 나오다니 정말 실망했습니다...심지어 얘 여성형거인한테 아르민과 미카사 둘 중 하나가 죽을수도 있는 위기인데도 거인화 못하고 버벅거리다 밟혀서 반죽음되더군요ㅡㅡ...이래놓고 불타는거인으로 각성해서 별 되도않는 오글거리는 멘트 날려봤자 하나도 안멋있습니다만..
안그래도 애니메 오리지널 장면들은 하나같이 없는분량 쭉쭉늘려 남은 시간 채우려고 집어넣은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장면들 뿐이라고 느껴졌는데 24화와 25화에서 원작 그딴거 쌈싸잡숴 히히히힣ㅎ힣!!!!으로 오리지널 크리티컬을 날려주니 애니메이션 버젼에 정이 뚝 떨어지네요. 그냥 원작 그대로 만드는게 훨씬 재밌었을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은 그냥 액션씬 보는 재미로 보는거지, 저는 아무래도 원작쪽이 표정이나 심리묘사며 대사가 절절하게 느껴져서 더 좋네요. 그래도 원작을 따라 만든 부분들은 정말 잘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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