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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고독자 1권 2화 챕터 2까지.
종이 | L:37/A: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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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5,567 | 작성일 2014-06-21 16: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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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고독자 1권 2화 챕터 2까지.


전에 게시글 제목 '보시오.'를 보신 분들은 아래 절취선이 있으니 거기 밑부터 보시고, 처음보시는 분들은 처음부터 읽으시길 바랍니다. 절대적인 고독자 "절대적인 《고독》을 추구한다…… 그니까, 제 코즈네임은 《아이솔레이터》입니다." 01. Fragment 기억? 기억이라는 게 뭐야? 미노루의 질문에 누나 와카바는 간식인 푸딩을 뜨던 손을 멈추고, 조금 생각하고 말했다. "미-군, 어제의 간식, 뭐였는지 기억해?" "에 그러니까……" 바로 옆에 있는 와카바로부터, 부엌에서 콧노래를 부르면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어머니로 시선을 옮긴다. 토요일과 일요일의 간식은 반드시 어머니의 수제 요리로, 오후 3시가 되면 부엌에 인접한 식재고에서, 마법처럼 푸딩과 쿠키와 파이를 만들어 온다. 미노루와 와카바는 그곳을, 마마의 비밀의 방, 이라고 부르고 있다. 어제, 비밀의 방에서 나타난 것은……. "그러니까 말이지, 바루루와!" "응, 바바루아지." 와카바는 생긋하고 웃으며, 탁상의 냅킨으로 미노루의 입가에 묻어있던 캬라멜 소스를 닦아주며 말을 계속했다. "그럼, 미-군. 어제의 바바루아와, 오늘의 푸딩 중 어느 게 좋아?" 다시 묻자, 미노루는 눈 앞의, 이미 절반 줄어버린 카스텔라 푸딩을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푸딩은 정말 좋아한다. 시중에 팔고 있는 것과 달리 캬라멜이 전혀 쓰지 않고, 달걀 맛이 제대로 난다. 하지만 바바루아도 좋아한다. 특히 어제 먹었던 딸기 바바루아. 입 안에서 눈처럼 푹신푹신하게 녹아버린다. "……둘 다 좋은 걸……" 선택을 못하고 미노루가 울상이 되자, 와카바는 미소를 지으며 상냥히 머리를 쓰담어준다. "응, 누나도 둘 다 좋아. 있잖아 미-군 지금, 어제의 바바루아의 맛을 기억해냈어?" "기억났어! 딸기!" 금세 눈물을 잊고, 미노루는 기세좋게 외친다. 부엌의 어머니가 거실로 시선을 향해, 두 사람의 모습에 미소를 짓는다. "그래, 딸기였지. 지금 미-군이 딸기 바바루아의 맛을 기억해낸 것은 미-군의 안에 바바루아의 기억이 있었으까. 기억이라는 것은, 과거를 생각해낸다는 것이야. "흐음……" 미노루에겐 조금 어려웠지만 누나의 말의 의미를 열심히 생각해,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그럼, 나, 이제부터 간식을 전부 기억할래!" "왜?" "그야, 기억하면, 먹어버렸어도 상기시킬 수 있는걸! 푸딩도 바루루와도, 슈꾸림도, 전부 기억할래!" "그렇구나." 와카바는 미노루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한 번 더 미소지었다. "그럼, 천천히 음미하며 먹지않으면 안되겠네. 다 먹으면, 같이 푸딩을 그리자. 그러면, 분명, 언제까지나 기억할 수 있으니까." "나, 계속, 계-속 기억할게! 그리고 크면, 마마랑 와카 쨩한테 푸딩을 만들어 줄래!" "고마워, 기대하고 있을게. 약속이야." ── 그건, 미노루가 4살, 와카바가 7살 때의 기억. * * * 있잖아 와카 쨩. 기억이란, 뭐로 할 수 있는거야? 미노루의 질문에, 누나인 와카바는 초등학교의 숙제를 하는 손을 멈추고,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로 의아해했다. "……뭐라니, 뭐말이야?" "그러니까…… 기억이란, 머릿 속에 머물러 있는 거지. 그걸로, 놀이라든지, 노래든지 기억하면 무언가가 새롭게 늘어서, 잊어버리면 아이에 없어 지는 거지? 그 늘거나 없어지거나 하는 것은, 뭐야? 문자야?" "와아, 미-군도, 꽤 어려운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됐네." 와카바는 생긋하고 미소짓는다. 집과 유치원에서 아무리 많이 책을 읽고, 여라가지의 것을 기억해도, 세 살 연상의 누나의 지식에는 전혀 따라갈 수 없다. 미노루가 이상하게 생각한 것을 물으면, 대부분은 즉석으로 이해기 쉽게 알려준다. 하지만, 가끔은 와카바라도 즉답할 수 없는 것이 있어, 그럴 때 누나가 띠우는, 상냥함의 안에 아주 조금의 쓴웃음이 섞인, 어른스런 표정이 미노루는 엄청 좋다. "기억의 매체……인가. 으-음… 있잖아, 인간의 머릿속에는……." 천천히 말하면서, 와카바는 오른손을 뻗어, 미노루의 머리를 부스스하게 쓰담었다. "뇌가 들어있어. 뇌는 뉴런이라는 것으로 이루져 있어고, 그 뉴런은 시냅스로 이어져있어." "뉴-런…… 시스…냅…?" "'스냅스'야. 우리들의 기억은 그 시냅스의 안에 있다고 하는데, 왜 그러는 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어. 지금, 전세계의 학자가, 열심히 알아보고 있는 중이야." "흐움……. 시냅스……라는 건, 머릿속에 얼마나 있어?" 그러자 와카바는, 아까보다 더 크게 쓴웃음을 띠운다. "그러니까 말이지…… 미-군은, 숫자, 얼마나 셀 수 있으려나?" "100!" 최근 겨우 셀 수 있게 된 숫자를 기세좋게 외치자 와카바는 "장하네-"라며 한 번 더 머리를 쓰담아준다. "……있잖아, 뇌전체에서, 뉴런이 대체적으로 천억 개 있다고 해. 천억이라는 것은 십의, 백 배의, 백 배의, 백 배의, 백 배의, 그리고나서 백 배의 것이야." "백 배의…… 백 배의, 백 배……?" 애초에 《백 배》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미노루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파파의 방에 있는 책하고, 어느 쪽이 많은 거야?" 아버지의 서재는 벽의 일면이 조립식 책장으로 되어 있어, 신구(新舊)의 서적이 빈틈없이 늘어져있다. 이전, 끝에서부터 세어보려고 한 적이 있었지만, 50까지 세었어도 아직 극히 일부로,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와카바는 피식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파파의 책, 잔득 있지. 천 권 정도이려나…… 그래도, 천억 쪽이 훨-씬, 훨-씬 많아. 그래서 말이지…… 스냅스는 천억 개의 뉴런의 하나 하나에 대체적으로 만 개씩 있는 것 같아." "………?" 누나가 말한 수의 거대함을 상상하는 것도 못하고 미노루는 억하고 입을 벌렸다. 그런 남동생을 끌어안으며, 와키바는 시선을 창문 밖의 푸른 하늘로 향했다. "천억 곱하기 만은, 천 조……. 우리들 은하수 은하에 있는 별의 수도 천억 개니까, 만 개의 은하를 합한 별과 같기만한 수의 시냅스가, 나랑 미-군 머릿속에 있어. 언젠가, 미-군에게도 셀 수 있는……아니, 상상할 수 있도록 될거야." 거기서 조금 말을 끊고, 미노루를 꽉 껴안으며, 와카바는 중얼거렸다. "그 때는, 나한테도 알려줘. 미-군이 천조 개의 시냅스로 무엇을 느꼈는지. ……약속이야?" 누나가 말한 말의, 마지막의 하나 만은 미노루에게도 이해되었다. 그러니 미노루는 누나의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기세좋게 끄덕였다. "응, 약속할게! 나,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천 조를 셀 수 있도록 될게!" 이건 미노루가 6살, 와카바가 9살 때의 기억. * * * 와카 쨩……. 무서워, 와카 쨩. 미노루는 가늘은 비명을, 마치 누군가에게도 들려주지 않겠다는 듯이 와카바는 남동생은 괴로울 정도로 껴안았다. 하지만 금방 팔을 풀고, 미노루를 웅크리게 한다. 다시 비명이 솟아오를 것 같이 되지만, 와카바가 입가에 손가락을 댓기 때문에 겨우겨우 참는다. 두 사람이 있는 곳은 《마마의 비밀의 방》-- 부엌에 접속하는, 작은 팬트리 속. 선반의 최하단에서 큰 양동이를 꺼낸 와카바는 그 밑에 숨어있는 마루 밑 수납고의 해치(*주방과 식당 사이에 음식이 드나드는 작은 창구)를 재빨리 연다. 안에는 10Kg의 쌀포대가 두 개 들어있었지만, 호리호리한 팔에서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가라고 생각들 정도의 기세로 두 개 다 끌어내, 대신 미노루를 안으로 넣는다. 일어나려고하는 누나의 손을 미노루는 필사적으로 잡았다. "와카 쨩, 어디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자, 와카바는, 굳었지만 상냥한 미소를 띠우며 대답한다. "누나는 경찰 아저씨를 부르러 갈테니까, 미-군은 거기서 가만히 있어." "싫어……와카 쨩도, 같이……!" 미노루의 목소리를 와카바는 확고한 의사로 가득찬 한 마디로 가로막았다.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미-군은, 내가 지킬테니까. 날 믿고, 그 안에서, 목소리를 내지말고, 숫자를 세고 있어. 천까지 세면, 푸딩을 만들어 줄께." "……정말? 약속?" 눈물을 글성이며 묻는 미노루에게, 와카바는 미소로, 확실히 고개를 끄덕인다. "응, 약속. 그니까, 절대 거기서 나오면 안돼." 머리 위로 해치가 닫혀져, 수납고는 어둠에 휩싸인다. 무거운 소리가 두 번 연속으로 울려퍼진다. 계속해서, 큰 물건을 끌어당기는 소리. 와카바가 두 개의 쌀포대를 양동이 안에 넣어, 그걸 해치 위에 되돌려놓은 것이다. 희미한 발소리가 멀어지고, 곧 들리지 않게 된다. 미노루는, 흐느껴 울며 그렇게 되는 것을 견디면서, 마음 속으로 열심히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어딘가 멀리서, 쿵, 쿵하고 무거운 소리가 울려버진다. 가족의 누군가도 아니다, 난폭하고 조잡한 발소리. 52, 53, 54, 55………. 발소리가 가까워져온다. 거실에서 무언가 큰 것이 깨져, 바닥에 떨어진다. 다이닝룸의 의자가 차례차례 쓰러진다. 정체모를 자는 부엌에 들어온다. 냉장고와 찬장의 문을 거칠게 열고 닫는 소리는 소리. 식기와 유리컵이 힘껏 때려 떨어져 산산히 부숴진다. 129, 130, 131, 132………. 발소리의 주인은 드디어 팬트리로 발을 디딘다. 어머니 자랑의 스페이스의 콜렉션이 뿔뿔이 낙하한다. 냄비와 프라이팬 류도 거기에 포함된다. 전혀 보이지 않는데, 미노루는 그 모습이 생생히 느껴진다. 쿵, 쿵. 발소리는, 마치 마루바닥을 확인하는 것처럼 몇 번이고 발구른다. 155, 156, 167……. 미노루의 바로 위에서 스스스슥하고 무거운 것이 스쳐진다. 20kg의 쌀포대가 담긴 양동이가 움직이는 소리 159, 160……. 하지만, 양동이는, 반정도 끌어당겨지는 것으로 멈춘다. 161, 162……. 발소리가 천천히 멀어진다. 부엌에서, 다이닝룸에서, 또 다시 파괴음이 울려퍼진다. 발소리가 사라진다. 길고, 긴 정적이 계속된다. 미노루는 숫자를 계속 센다. 누나가 말한대로, 한결같이 숫자만 센다. 이윽고 사이렌이 가까워진다. 집 바로 가까이에서 멈춘다. 수많은 발소리가 집에 들어온다. 긴장한 어른의 고함소리가 몇 갠가도 들려온다. 3617까지 셋을 때, 마침내 머리 바로 위의 양동이가 완전히 끌어내져, 수납고의 해치가 열린다. 눈부심에 눈을 가늘게 뜨고, 미노루는 위를 올려본다. 하지만 거기에 있는 건, 금색의 휘장을 단 모자와 암청색의 제복을 입은, 모르는 남자의 얼굴. 와카바가 아닌, 누군가의 얼굴. 미노루는 또 다시 작게 웅크려,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3618. 3619. 3620---. 이것은 미노루가 8살, 와카바가 11살 때의 기억. 세 개의 약속은, 이제 영원히 이루워질 일은 없다. 02 Fragment 2019년 7월. 달의 뒷편, 드라이덴 크레이터 내부에 건설된 대형전파망원경 《드라이덴 I》이, 미약하지만 중대한 의미를 가진 전파 버스트를 파악했다. 중님주파수 1420.406MHz의 극히짧은 시그널이, 작은 간격을 두고, 두 번, 세번, 다섯 번, 일곱 번, 열한 번, 열세 번, 열일곱 번으로 반복된 것이다. 2, 3, 5, 7, 11, 13, 17. 그것이 소수의 최초의 7개인 것은, 초등학생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뉴스는 전세계를 멤돌고, 모든 분야의 학자, 전문가, 그리고 매니아들이 시그널 그 자체의 해석에 힘썼다. 《일곱 개의 소수(세븐 프라임 넘버스)》의 이니셜에서 따와 《SPN시그널》이라고 명명된 신호는 단 일주일간 만에 모든 의미의 《우주로부터의 메시지》로 번역되, 인터넷 상에서 발표되었다. 하지만 그 어느 하나로서, 만인을 납득시킬 수 있는 논거를 준비하지 않았다. SPN시그널이, 어떤 재앙에 대한 경고였다는 것이 판명된 것은, 모든 것이 시작되고, 그리고 끝난 뒤의 일이었다. 2019년 9월 지구상의 몇 갠가의 고밀도 에너지 지역에 인류가 최초로 접촉하는 지구외 유기생명체가 복수 낙하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작고, 아직 지성이라고 불리는 것도 없기에, 접촉의 사실을 안 자는, 거의 당사자에 한정되었다. 우연이었던가. 아니면, 내 안에 무언가에 불려 들여진 것인가. 우츠기 미노루는, 《접촉》후, 몇 번이고 그렇게 생각했다. 진실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그 검은 구체는, 미노루의 바람을 오해했다. 미노루가 추구한 고독은, 구체에게 부여받은 초상(超常)의 힘을 가지고도,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다. 왜냐하면, 자기자신도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부터 줄곧 계속 찾고 있는, 궁극의, 완벽한, 절대적인 고독이, 도대체 어떤 것일까. 1 아침안개를 뚫고, 검은 아스팔트가 가늘게, 길게, 끝없이 이어져있다. 런닝 슈즈의 옅은 밑바닥으로 습찬 길바닥을 붙잡아, 찬다. 피치에 맞춰 코에서 두 번 공기를 마시고, 입에서 하얀 입김을 두 번 토해낸다. 심장이 리드미컬하게 뛰어, 전신에 혈액을 돌게한다. 근육의 수축과 호흡과 맥박. 그것만을 느끼면서, 미노루는 계속 달린다. 비만지수(BMI)는 평균치를 꽤나 밑돌고 있고, 고등학교에서 육상부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피트니스나 트레이닝이 목적이 아니다. 애초에 달리는 것의 호불호 여부도 잘 모른다. 미노루가 매일 아침 10Km의 달리기를 일과로 하고 있는 이유는, 달리고 있는 시간만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끝나기 때문. 그리고, 호흡과 혈류가, 불필요한 기억을 씻어내려주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은, 이른 아침이 아닌 심야에 뛰고 싶다. 하루의 끝에, 제방 위의 산책길을, 멀리 가로등과 달빛만을 의지해 달려, 낮중에 축적된 기억을 땀과 함께 흘려 다하고 싶다. 하지만 이전, 실제로 밤 10시경 달리려고 했더니, 의붓누나인 요시미즈 노리에에게 부드럽게, 거기에 교섭의 여지없이 금지되어버렸다. 확실히 밤중의 아라카와(사이타마 현을 발원으로, 도쿄도 중심부를 가로질러 남태평양으로 빠져나가는 큰 강.일본의 한강이라고 보면된다) 하천부지는 개조 스쿠터가 폭음을 울리고 있고, 생활의 모든 것을 노리에에게 의지하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의 몸으로는 반항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러기에 미노루는, 시작한 날로부터 벌써 5년이 된 매일 아침의 습관을, 오늘, 2019년 12월 3일도 계속하고 있다. 발로 찬다. 팔을 휘두른다. 숨을 쉰다. 숨을 내뱉는다. 12월의 이른 아침치고는 기온이 높고 지퍼를 반쯤 내린 바람마개의 가슴에 닿는 공기가 기분좋다. 일기예보에선 다음주부터 잠시 비가 내릴 것 같아, 가벼운 복장으로 달리는 것도 앞으로 며칠 안남았다. 레인자켓을 입고 한겨울의 비속 달리기는, 10Km의 코스를 거의 독점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긴 하지만, 등교 전에 체력과 정신력을 지나치게 소모해버린다. 물론 어느 정도의 부하(負荷)가 없으면 의미는 없는 것이지만, 학교에서 졸아서 교사에게 혼나버리면 본말전도다. 미노루가 달리는 것은 기억을 리셋시키기 위해서인데, 그런 날에 그런 일을 당하면, 잊는데 몇 주가 걸려버린다. 마지막으로 교사에게 질책받은 것은 2년 전, 중학교 2학년의 2학기. 미노루가 도시락으로 가져온 의붓누나의 수제 요리인 체리 파이가, 교칙으로 금지되어있는 《과자》에 해당되자 담임교사가 호출해, 몹시 혼난 끝에 파이도 몰수된 것이다. 그 때는, 교사가 의붓누나까지 나쁘게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반론하고 싶은 충동을 필사적으로 참았더니, 조금 눈물이 나와버렸다. 그걸 짓궂은 동급생에게 발견되어, 놀림받아, 이번이야말로 참지못하고…………. "…………!!" 이를 악물고, 달리는 페이스를 한 번에 올린다. 거의 프린트같은 기세로 코스를 질주하면서, 띄엄띄엄 말을 내뱉는다. "왜…… 생각이…… 나는거야……!" 잊어라. 잊지않을 수 없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포함한 모든 기억을. 왜냐하면, 그것들의 기억은 반드시 이어져가니까. 8년 전의, 그날. 미노루의 세계가 완전히 파괴된 그날---어두운 구멍의 안에서 오로지 숫자를 센 그날의 기억에. 아스팔트를 있는 힘껏 걷어찬다. 호흡은 거칠어지고, 맥박도 빨라진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좀더 좀더 괴로워지지 않으면 , 일단 검은 물같은 기억에 잠긴 머리는 리셋되지 않는다. 달린다. 달린다. 차란히, 이대로 심장이나 폐가 터질 때까지 계속달리면. 그렇게 하면, 모든 기억을 버리고 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 갈 수 있다……. 하지만, 몇 초 후, 아침안개의 저편에서 은색의 폴이 모습을 나타낸다. 런닝코스의 시점과 종점으로 하고 있는, 산책길의 차량 궤도 이탈방지 장치다. 자포자기의 충동을 억누르고, 조금씩 페이스를 떨어뜨려간다. 가슴을 차갑게하는 주행풍(* 달릴 때 공기의 저항으로 생기는 바람)이 약해지자마자, 바람마개의 아래에서 땀이 솓아난다. 호흡도, 맥박도, 점차 평상시처럼 돌아온다. 라스트 50m는 가볍게 뛴다. 폴의 사이를 빠져나오면서 미노루는 발을 멈췄다. 리스트밴드로 이마의 땀을 닦고나서, 왼쪽 손목에 끼운 스포츠 워치의 스톱 버튼을 누른다. 삐삑하고 전자음을 듣고나서, 쭈뼛쭈뼛 액정화면을 들여다본다. 표시되는 디지털 숫자를 보고, 무심결에 얼굴을 찌푸린다. 예상은 하고있었지만, 역시 오늘도---. "……너무 빨라……" 입에서 흘러나온 중얼거림을, 심호흡으로 불어날린다. 이른 아침의 10km달리기를 5년간 계속한 덕분에, 장거리 달리기에는 변변치않지만 자신감을 갖게되었다. 하지만, 그러기에 단언할 수 있다. 타임이라는 것은 그리 간단히 향상하는 것이 아니다. 몸상태와 날씨 등의 조건에 따라 나날 오르내리면서, 몇 개월이라는 기간으로 조금씩 빨라져간다-- 아니, 빨라졌다는 것은 나중에 깨닫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줄곧 그래왔다. 그럼에도, 지금 미노루의 손목시계에 표시되어있는 숫자는, 3개월 전의 그것과 비교해 3분 가깝게 단축되어져 있다. 마지막에 조금 스퍼트했다고 해도,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천천히 달린 셈인데. 시계에 대고 있던 오른손을, 가슴 앞에 이동시킨다. 손끝으로. 흉골의 한 가운데 언저리를 가볍게 누른다. 통증도, 이물감도 없다. 하지만, 확실히 느껴진다. 심장의 바로 위에서 조용히 숨쉬는, 희미한 기척같은 것을. "……너 때문인가." 속사기며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정말, 그렇게 밖에 생각이 들지않는다. 3개월 전의 그것은, 꿈이 아니었던 거다. 하늘에서 떨어져온 무언가가, 미노루의 가슴에서 체내로 잠입, 사라졌다. 아니, 조직과 동화했다. 그 무언가의 탓에 런닝의 타임이 이상하게 늘었다. 그것뿐만 아니다. 청력(귀)와 시력(눈)도, 이전보다 좋아진 느낌이든다. ---있을 수 없다. 그런, 몰상식한 일. 마음속에서 부정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한 명의 자신이 중얼거린다. ---상식따위는, 그저 환상이다. 아무리 이상하고, 두렵고, 슬픈 일이라도, 일어날 일은 누가 뭐라해도 일어난다. 예를 들면, 4인 가족의 행복한 삶이, 어느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파괴된 것 같은 일이. ".........어찌됐든 상관없어." 오른팔을 내리고, 작은 목소리로 내뱉는다. 몸에 들어온 게 무엇이든지, 언젠가 10Km달리기의 타임을 늘리든지, 떨어뜨리든지, 어찌됐든 상관없다. 딱히, 대회에 나가기 위해 달리는 것도 아니니까. 바라는 것은, 그저 무색투명한 나날을 지내는 것. 쓸데 없는 기억을 늘리지않고, 누군가의 기억에도 남지 않고, 마치 유령과 같이 몰래 살아가는 것뿐. --그래, 지금의 나는 유령같은 자다. 실은, 그날, 아버지와, 어머니와...... 그리고 누나와 함께, 나도 죽었을 터였을 거니까. 소리를 내지않고 혼잣말을 하며, 미노루는 몸의 방향을 바꿨다. 조금 앞에 제방을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거기서부터 집까지는 약 1Km. 시간 측정 모드였던 시계를 시각표시 모드로 되돌리고, 등교시간까지 아직 충분히 여유가 있는 것을 확인한다. 얼굴을 들자, 붉은 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하늘이 보인다. 오늘도 또, 어제와 변함없는 하루가 시작된딘. 시간표를 머릿속으로 확인해가며, 계단을 향하려고할 때. 뒤에서부터, 리드미컬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같은 코스를 달린 러너가 쫓아온 것이다. 미노루는, 일단 산책길의 왼쪽 모퉁이까지 내려갔다. 이 장소는, 차량 궤도 이탈방지 탓에 코스의 한가운데 밖에 달릴  수 없기 때문에, 그곳을 막아버리면 빠져나가려고 하는 러너에게 방해가 된다. 혹여 혀라도 차버리면, 기껏 리셋시켜버린 머릿 속에 이미 좋지않은 기억을 쌓아버린다. 저편에서 한겨울의 아침해를 받아 반짝이는 사이타마 신도심의 고층 빌딩 무리를 바라보며, 러너가 지나가기를 기다리자---. 발소리는 조금씩 감속하고, 미노루의 바로 뒤에서 정지했다. '하아하아.'하고 거친 숨결이 귀에, 아련한 향기가 코이에 닿는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여성 러너겠지. 아무래도 미노루와 똑같이 이 포인트를 종점으로 하고 있던 것 같다. 그렇지않으면 계속 여기에 서있을 이유도 없다. 얼굴을 돌린 채, 계단으로 걸어가려고한 미노루는, 그런데 또다시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오른쪽 경사면 뒤쪽에서 갑자기 불러세운 것이다. '아, 기다려......우츠기 군......이지?" 호흡을 하며 한 말에, 흠칫하며 멈춰 서버린다. 들어본 적없는 목소리. 아는 사람이 이 코스를 이 시간에 달린다고하는 기억은 없다. 그렇다고 알고 있다면, 장소나 시간을 바꾸고 있다. 잠깐 한 순간, "아니에요."라고 뛰어 떠나려고 생각했지만,  그런 충동적인 또는 도피적인 반응은 결코 최상의 선택이 아니라고,  몇 갠가의 실패를 겪으며 배웠다. 이탈을 포기하고, 어색한 동작으로 뒤돌아본다. 2m정도 떨어진 장소에, 양쪽 무릎에  양손을 올린 자세로 한창 흰 입김을 내뱉고 있던 것은, 작은 체구의 여성---이라기보단 여자였다. 동급생아니면, 조금 아래겠지. 작은 체구에, 머리는 짧다. 언뜻보기엔 갸날프지만, 파스텔 그린의 런딩 웨어에서 뻗는 손발은 확실히 근육이 붙어, 일상적으로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역시, 고개를 살짝 숙여 이쪽을 올려다보는 얼굴은 기억에----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에에......그러니까......" 누구였더라? 라고는 말하지않고 말끝을 흐리자, 여자아이의 얼굴에 떠있던 미소가 사라지고, 입이 훌륭하게 '시옷'자(ㅅ字 *원문은 'へ'字)가 되었다. 드디어 호흡이 정리되었는지, 깊게 깊게 숨을 쉬면서 기세좋게 몸을 일으켜 양손을 허리 뒷쪽에 착하고 대고---. "미노와." "뭐, 뭐라고?" "미노와 토모미(箕輪 朋美). 요시키(吉城)고의 1학년 8반." "......그, 그래......" 어떤 반응을 해야하나 정하기 어려워, 일단 미묘한 각도로 끄덕인다. 사이타마 현립 요시키 고교는 확실히 미노루가 다니고 있는 학교로, 학년도 같지만, 반이 틀리다. 미노루는 교사(校舎)의 반대측에 있는 1반이고, 입학하고 나서 슬슬 8개월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미노와 토모미라고 이름을 대는 여학생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라고, 거기까지 생각하던 참에, 토모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하치 중학교 때는, 2학년 2반." ".........그, 그래......" 이번에는 아까보다도 조금 깊히 목을 움직인다. 하치오 중학교도, 미노루가 다니던 학교다. 게다가 2학년 때는 2반이었던 기억이 있다. 즉, 눈 앞의 여학생은, 고작 2년 전----아니, 정확히는 1년하고 9개월 전까지 미노루의 클래스메이트였던 셈이다. 사람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특기가 아니다. 대회중에도 상대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않으니까 정말이냐고 말하면 정말이지만, 그건 그렇고 1년이나 같은 반에서 공부하고 있으면 한 번이나 두 번은 얘기한 적이 있을 터이다. 그런데 이렇게 기억이 안나는 것은, 매일하는《기억 리셋 트레이닝》에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라는 둥 생각하고 있자, 갑자기 눈 앞의 뾰로통한 얼굴에 어렴풋이 옛모습이 겹쳐졌다. 미간을 찌푸려, 열심히 옛 기억을 되살린다. "에 그러니까...... 미노와 양....... 미노와 양...... ---어라..... 옛날에는 머리가 길어었던 같은데......" 미노루가 중얼거리자, 토모미의 언짢은 얼굴이, 순식간에 미소로 되돌아왔다. 쇼트 헤어를 기세좋게 흔들며 끄덕인다. "정답!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싹뚝 짤랐어." "......흐음......" 이건 싹뚝 자른 이유를 물을 상황인지 아닌지. 라고 고민할 필요는, 다행히 없었다. 토모미가, 어깨 위로 3cm정도에 있는 머리끝을 잡으면서 시원하게 이유를 말했기 때문이다. "우리 육상부, 1학년은 긴 머리 금지라서말이지. 중학생 때는 묶으면 OK였는데 말이지." "그렇구나." 라고 우난한 맞장구를 친다. 부활동의 규칙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면, 개선을 호소하던가, 그만두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해버리는 게 미노루지만, 입 밖으로는 내뱉지않는다. 클럽 활동, 특히 운동부는 그렇게 간단히 그만둘 수 있는 게 아닌듯 하다. 1학년 부원이 선배의 결정에 불만 따위를 말하면, 그건 그걸로 귀찮은 일이 되버린다고 한다.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단순히, 이 미노와 토모미라는 여학생은, 육상이...... 달리는 것이 좋은 거겠지. 그 때문이라면, 머리를 싹뚝 잘라버리는 것쯤이야. 그 사고(思考)가, 또다시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 전교 아침 조례의 단상에서 교장으로부터 표창상을 건내받아 꾸벅하고 인사하는 여학생. 그 뒷통수에서 건강하게 흔들리는 포니테일 . "아아...... 미노와 양은, 설마, 중3 때 전국대회에 나갔던......" "기억해내는게 느려!" 불만스런 얼굴로 그렇게 외치고나서, 토모미는 곧 한껏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사람의 부활동 이야기라는건 그런거지. 게다가, 전국 중학교대회에 나갔다고 말해도 10위였고...... 올해는 현 예선 탈락이었고......" "아, 아니, 대단하다고 생각해. 전국에서 열 번째라니, 꽤 이루기 어려운거야." 허둥이며 격려할 셈이었지만, 왜인지 토모미는 입술을 삐쭉였다. "......그렇게 말하는 우츠기 군한테, 나, 전혀 뒤쫓지 못했는데." "에?" "하네쿠라 다리 부근에서 발견했을 때부터 뒤쫓았는데, 여기까지 전-혀 쫓지 못했는데요!" "......누, 눈치못했네......" "보아하니, 별로 땀도 안흘렸고." "......오, 오늘은 엄청 추우니까......" 라는 중 변명하면서도 내심으로 크게 허둥댄다. 달리고 있는 것을 같은 학교의 학생에게 발견되고, 뒤쫓기고 있었다니,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게다가, 자신의 주행 페이스가 거기까지--- 여자 상부의 전국 대회 경험자와 같은 레벨까지 상승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는 미노루를, 토모미는 갈색의 큰 눈동자로 빤히 쳐다본다. "우츠기 군은,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육상 안했지?" "......응." "매일 여기 달리는 거야? 언제쯤부터? 거리는?" "그러니까......" 뭔가를 얼버무리려해도 과대 신고할 것인지 과소 신고할 것인지 잘 모르겠기에, 솔직하게 대답한다. "......5년 전부터, 10Km정도." "헤----엣!" 미노루의 대답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토모미는 큰 소리를 내고나서, 또 다시 미소를 보였다. "대단하네, 우리 부원에서도 매일 아침 그렇게 자주적으로 연습하는 사람 좀처럼 없어." 계속해서, 미노루가 우려하고 있던 말을, 시원하게 말한다. "그렇게 빠르니까, 들어오면 좋을텐데, 육상부에!" "에......그러니까......" 이것 만은 '응'이라고 대답할 수 없다. 육상부에 그치지않고, 클럽에 소속하면 불필요한 기억을 지금보다 몇 배나 쌓아버려버리고, 애초에 토모미의 관심을 끌은 미노루의 스피드는, 5년간의 달리기으로 얻은 것이 아니다. 3개월 전, 몸 안에 들어온 《무언가》의 영향이라고 밖에 생각들지 않는다. 그런, 말하자면 차용의 힘으로, 진지하게 힘내고 있는 육상부원들과 겨루어서 좋을 리가 없고, 힘을 얻었을 때와 같이 갑자기 빠름을 잃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권유받은 채로 육상부에 들어가고 나서, 갑자기 발이 느려져 버려져 버리거나 해버리면......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식은 땀이 흐른다. "......그게......" ---나는, 빨라지고 싶어서 달리고 있는게 아니야. 라는 것을, 원만하게 전하기에는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미노루는 잠시 고려했다. 하지만, 뭔가 말하기 보다 먼저. ".........!" 최근 매우 예민해졌다는 느낌이 드는 귀가, 샤앗하고 가벼운 소리를 파악했다. 반사적으로 오른쪽을 보자, 짙은 아침안개의 저편에서, 급속히 가까워지는 그림자가 보였다. 자전거----로드 레이서다. 차량 궤도 이탈방지 장치의 틈에 스피드를 떨어뜨리지 않고 돌진한다. 그리고 그 진로상에는 미노와 토모미가 서 있다. 자전거 측이 전방에 사람의 모습을 인식하고 있는지 어쩐지는 확실치는 않지만, 토모미는 확실히 알아채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3초도 지나지않아 접촉, 아니 충돌한다. 시속 30km정도 속력을 내고 있는 것 같은 자전거에 충돌하면, 찰과상으로 끝나지 않는딘. 드디어 토모미를 발견한 듯한 자전거를 탄 사람이, "어이!"하고 큰 소리를 질렀다. 그 목소리를 계기로, 드디어 미노루도 움직였다. 한 보 앞으로 나가면서 오른손을 뻗어, 토모미의 등에 돌려, 힘껏 좌측으로 민다. 로드 레이서의 폭좁은 타이어가 급브레이크로 락(Lock)하고, 아침 안개로 젖은 노면에 미끄러진다. 미노루가 밀친 토모미가, 자전거의 진로에서 빗겨난다. 반동으로, 미노루는 앞쪽으로 고꾸라진다. 우측에서, 정지하지 못한 자전거가 다가온다. 부딪힌다. 미노루는 숨을 죽였다. 쿵, 하고 심장이 크게 고동친다. 그 때---. 《무언가》가 일어났다. 온가지의 소리가 소멸한다. 시계(視界)전체가 희미하게 푸른빛을 띤다. 신발 밑창이 도로면에서 벗어나, 몸이 몇 센치 떠오른다. 로드 레이서의 핸들에서 뿔같이 튀어나온 브레이크바가, 미노루의 오른팔에 접족했다. 그랬을 터이다. 하지만 미노루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다. 고통도, 충격도, 무언가가 닿았다는 감각조차없었다. 자전거는 튕겨진 것처럼 진로를 오른쪽으로 비켜나고, 크게 휘청거리긴 했지만, 간신히 밸런스를 회복해서, 산책로의 중앙으로 돌아왔다. 거의 동시에, 미노루에게 찾아온 《무언가》가 사라졌다. 세계의 색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떠올라있던 양발이 도로면에 닿는다. 이상한 정적도 사라지고, 여러가지의 환경의 소리가 밀려온다. "조심해!" 라고하는 고함소리는, 자전거수의 목소리였다. 서행하면서 뒤돌아보고, 선글라스 너머로 미노루와 토모미를 째려보면서, 스피드를 올려 북쪽으로 달려서 사라져간다. 큰 사고가 되지않아 다행이다, 라고 생각할 여유는, 미노루에게 없었다. ----뭐야, 방금 그건!? 불안정한 자세를 유지한 채, 날카롭게 숨을 들이마신다. 경직된 오른손을 움직여, 눈 앞으로 옮긴다. 자전거는, 분명 이 손에 접촉했을 터이다. 스쳤다. 정도가 아니다. 자전거의 진로가 바뀔 정도의 충돌이었기에, 이쪽도 몸채로 튕겨 날아가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피멍 하나 정도도 생기지 않으면 이상하다. 하지만 오른손을 아무리 돌려가며 바라보아도, 타박상도 찢어진 상처도 발견되지 않는다. 물론 통증도 일절느껴지지 않는다. "우......우츠기 군! 괜찮아!?" 스쳐지나간 목소리에, 미노루는 오른손을 내리고, 얼굴을 왼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양손을 가슴 앞에 모아 쥐고 있던 미노와 토모미가, 요즘 여자아이치고는 뚜렷한 눈썹을 훌륭하게 여덟 팔(八)로 고정하고, 두 눈을 떨어뜨릴 듯이 펴고, 입을 카마보코(*어묵의 일종. 보통 반달 돌칼모양이며 색은 겉면은 분홍색이고 속은 흰색이다. 흔히 우동에 데코로 나오는 체리 문양이 새겨진 어묵)모양으로 경직되어 있었다. 그, 너무 풍요한 표정을 바라보는 동안----. 미노루는, 가볍게 뿜어버렸다. 허둥거리며 입을 막고, 사과한다. "미, 미안 미노와 양이, 굉장한 얼굴을 해서......" 그러자 토모미는 멀뚱거리며 눈을 깜빡거리고, 이윽고 뺨을 붉게 물들였다. "뭐...... 뭐야, 걱정해주는데! 감정이 얼굴에 너무 잘들어나는 건 옛날부터 그랬거든! 그것보단, 상처는!? 방금, 자전거하고 부딪혔지!?" "......응, 그래도......" 미노루는 표정을 고치며, 토모미에게 자신의 오른손을 보여줬다. "괜찮은 것 같아. 아무 곳도 상처입지 않았어." "저, 정말? ............다행이다............" 더나위 할 것 없이 안심한 표정을 보이고나서, 토모미는 가볍게 입술을 물고, 갑자기 깊게 머리를 숙였다. "멍-때려서 미안해! 그리고, 구해줘서 고마워!" "아, 아니...... 그쪽도, 상처입지 않아서 다행이야." 미노루가 그맇게 응해도, 작은 체구의 육상부원은 5초 가깝게 머리를 숙였지만,  이윽고 쭈뼛쭈뼛 얼굴을 들었다. "......나, 전에도 이 길에서 자전거에 부딪힐 뻔한 적이 있었어. 그니까, 로드 연습은 계속 아키카세에서 해왔는데......" 토모미가 말한 지명은, 사이타마 현(埼玉県) 사이타마 시(さいたま市) 사쿠라 구(桜区) 남서부의, 아라카와의 본류와 제방의 사이에 만들어진 커다란 공원을 말하는 것이다. 조깅하는 사람에게는 인기의 포트지만, 미노루는 별로 발을 옮기지않는다.                         -------------  여기서 부터 ------------ 아키카세 뿐만 아니라, 대형 공원에 들어가면 계속 계속 옛날 기억을 자극되기 때문이다. "......이 길은, 자전거가 스피드를 내니까말이지. 그래도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야." 생각을 그만두고, 한 번 더 미노루가 아무 일도 없어 다행이라고 말하자 토모미는 겨우 미소를 보였다. "응, 정말 고마워, 우츠기 군. 곧 있으면 합동합숙이니까, 다쳤으면 큰일날 뻔 했어. 역시, 우츠기 군, 옛날부터......" 거기서 말이 멈춰서, 미노누는 가볍게 목을 갸웃거렸다. 그러자 토모미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은 후,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있잖아......, 중2 때, 교실에서 우츠기 군이 보기 드물게 큰 소리 지른 적 있잖아? 나, 잘 기억하고 있어. 그 때, 우츠기 군이 화난거, 선생님이 누나를 나쁘게 말해서 그렇지. 나도 엄청 화가 나서, 선생님한테 말대꾸하고 싶었는데, 무서워서 못했어. 그 때 생각했어. 우츠기 군, 용기있다고......그리고, 상냥한 사람이라고, 말이지......" 토모미의, 그 말을---. 도중부터, 미노루는 거의 듣지 않았다. 숨이 막힌다. 몸 속이 확하고 달아오르고, 그런데 손발은 얼음처럼 차가워진다. 잊지않으면 안되는---- 잊었을 터인 기억이었을 턴데.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이젠 누구 한 명도 기억하고 있지 않을 터인 기억이었을 텐데. 깊게 웅크린다. 양손을 고되게 꽉 쥔다. 턱하니 막힌 목에서 어떻게든 공기를 마시고, 내뱉은딘. ".........우츠기 군.........?" 의아해하는 듯이 부르는 토모미의 얼굴을 보지않고, 미노루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스.....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학교 지각할 것 같으니까. 그럼........ 나중에." 그리고 미노루는 몸의 방향을 바꾸고, 조금 앞에 있는 계단으로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도망치면, 미노와 토모미가 이상하게 생각한다. 정확히는, 이상하게 생각하다는, 간단히 사라지지 않은 기억을 안겨 버린다. 그랗게 알고 있으면서도, 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공기처럼 있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어째서 사람은 나를 기억하는 건가. 어째서, 날 혼자있게 해주지 않는 걸까. 고독. 고독해지고 싶다.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않고,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그런 공백의 세계에서 웅크리고 싶다. 콘크리트의 계단을 뛰어 내려, 주택가에 들어서도, 미노루는 열심히 계속 달렸다. 조금전, 자신을 덮친--- 혹은 지킨 이상한 현상에 대한 건, 이미 거의 잊고 있었다. 2 글러먹었어. 완전히 글러먹었어. 요리의 이름에 걸맞지 않은 쓰레기다. 라는 내심의 욕설을 완벽히 감추면서, 타카에스 히카루는 나이프와 포크를 놓고, 냅킨으로 입주변을 닦았다. 와인 글래스를 들고, 입술에 갖다며, 입가심으로 이 딱딱하며 매끄러운 무기물을 씹어으깨 식사를 마치고 싶다----라는 충동이 끓어오르지만, 물론 실행으로는 옮길 수는 없다. 화이트 와인을 한 모금 머금고, 이로 무는 듯이 맛보고나서 삼킨다. 소믈리에가 오버하며 추천한 것 치고는 맛도 향도 뭔가 부족하지만, 요리에 비하면 낫다. 글래스를 오른손으로 든 채, 접시에 아직 잔득 남아 있는 파스타를 내려다본다. 수타 페투치네는 가게의 간판 메뉴라고 들었지만 이 정도의 완성도라면 건면을 쓴 쪽을 더 맛있게 먹겠지. 건면과 달리 살짝 익히지 않고 남기는 것으로 알덴테(*파스타 따위를 씹는 맛이 나고 쫄깃쫄깃하게 요리한 정도)로 완성하지 않은 생 파스타는, 소재와 반죽 제작과 삶는 정도를 세심히 주의를 하지않으면, 파스타의 생명인 씹는 맛을 간단히 잃어버린다. 이 가게의 페투치네가, 실로 그렇다. 밀가루가 나쁘고, 반죽하는 방법이 나쁘고, 삶는 방법이 나쁘다. 결과, 씹어도 전혀 씹는 맛이 없고, 질겅질겅 끈적끈적하고 엉겨붙기만 하는 녀석으로 전락해버려져 있다. 씹는 맛. 타가에스가 주로 평론하고 있는 이탈리안 뿐만 아니라, 온갖 요리에서 가장 중요시하고 있는 요소는, 맛도 향도 양도 아닌 씹는 맛----식감이다. 물어 뜯고, 찢고, 물어 부수고, 갈아 으깨버린다. 그 행위가 인간의 원시적인 본능을 활성화시켜, 식사에 충족감을 안겨준다. 누구나, 쿠로게 와규(* 검은 일본소) 스테이크를 푸드 프로세서(* 전동 모터의 힘으로 재료를 고속으로 썰거나 갈거나 반죽하거나 하는 조리기구)로 걸쭉하게 만든 액체보단, 300엔짜리 규동(* 쇠불고기 덮밥)의 질긴 수입육 쪽이 맛있다고 느껴질 터이다. 식감을 살리는 센스가 없는 요리사는, 결국 그것 이외의 능력도 낮다.  이 정도면 다음에 나오는 고기 요리(세컨드 피아트; 이탈리아 요리의 전체 요리)도 기대에 어긋나겠지. 차란히 자리를 뜨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이곳의 단골이라던가 말한 매스컴 관계자의 소개로 방문한 것으로, 그것 나름으로 이 가게를 치켜세우는 기사를 쓰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억지로 포크를 손에 쥐고, 개 사료 이하의 페투치네를 어떻게든 한 입 더 삼키려던 참, 주방에서 요리사 옷을 입은 남자가 걸어 나왔다. 청결감없는 수염이 있는 얼굴에 큰 미소를 띠고 있는 남자는, 분명 이 가게의 오너 셰프다. "어서오세요, 타카에스 선생님! 지금까지 음식은 어떻습니까!" 큰 소리로 불려, 겉으로만 미소로 답한다. "정말,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이야, 그거 기쁘네요-. 이후에도 솜씨를 발휘한 요리를 대령하겠습니다, 아차, 이건 가게에서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다음 요리에 딱 어울립니다!" 라고 말하며 셰프가 테이블에 놓은 것은 붉은 발포 와인(스푸만테 로소)가 따라진 플루트 글래스다. 와인을, 게다가 스파클링을, 와인병도 보여주지 않고 손님이 보지않는 뒤에서 따르다니 무슨 센스인가. 또 다시 짜증이 치밀어 오르지만, 셰프는 눈치채는 모습도 없고, 왜인지 이 타이밍에 악수를 청해온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싱글거리며 오른손을 마주잡으며----. ............깨물어 버릴까. 내심으로, 중얼거린다. 굉장히 요리사의 오른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거칠고, 조잡하고, 담배의 진까지 쩌든 손가락을 들어올려---- 서서히 깨문다. 앞니로 피부와 고기를 찢고, 중절골에 도달하고, 천천히 힘을 넣어간다. 그러자 먼저 외골막이 으적하고 부서지고, 치밀질이 짝하고 끊어져, 하버스관이 펄떡거린 씹는 맛을 겉들인다. 그리고 내골막이 최후의 저항감을 연출한다. 꽉 물어 끊자, 물기 가득한 골수가 튄다. 알덴테. 알덴테. 이가 기분좋다(코모도 알덴테). "......선생님?" 조금 당혹감이 나타난 목소리로 불려 타카에스는 눈을 깜빡였다. 자신이 셰프의 오른손을 쥔 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미소를 띠운 채 손을 핀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이 오른손이 오늘밤 멋진 요리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니, 감격해버렸습니다." 그러자 셰프는, 왼손으로 오른손을 어루만지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뇨, 하하. 이쪽이야 말로, 선생님 정도나 되는 분에게 그런 말을 들어 감격입니다." 조금 멋쩍은 것은, 타카에스와 5초 정도 손을 잡고 있서서가 아닌, 요리의 대부분을 자신이 만든게 아니니까 그렇겠지. 다만, 거기에 불만을 말한 생각은 없다. 담배 쩐내나는 손으로 반죽한 생파스타 따위를 먹여진 날에는, 인간관계를 하나, 둘 잃어도, 잡지에서 철저히 깎아내리지 않을 수 없다. 허둥지둥 주방에 돌아가는 셰프를 지켜보며, 타카에스는 오더 슈트의 옷깃언저리를 정돈하고, 의자에 앉았다. 스푸만테를 한 입 모금고, 아랫턱의 연조직에서 쑤시는 《그것》을 식힌다. 욱신. 욱신. 아프고 간지로운 것 같은, 불쾌하기도하며 기분 좋기도한 감각의 원천은 직경 2센치의 응어리. 병원에는 가지않았지만, 종양 종류는 아닌 것은 확신하고 있다. 왜냐하면, 마치 생물의 눈알과 같은 붉은 구체는, 타카에스의 체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눈알은, 어딘가 《바깥》에서 온 것이다. 도쿄...... 일본...... 어쩌면 지구 외부에서. 그리고 3개월 전인 밤, 타카에스 아랫턱에 숨어들고, 두 가지의 것을 부여했다. 하나는 물고 싶다, 라고하는 충동. 다른 하나는,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능력. 그 후, 그것--- 이젠 체내에 있는 것이니까 《이것》이라고 불러야만 할지도 모르지만-----은, 끊임없이 타카에스를 유혹하고 있다. 물도록, 씹어 끊도록, 그리고 저작(咀嚼)하도록, 이라고. 너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다. 도시의 밑바닥을 유유히 해엄쳐, 사냥감을 사냥하는 포식자니까, 라고. 하지만 타카에스도, 명색이나마 미식평론가의 이름을 대고 있는 이상, 씹을 가  치없는 것을 입에 넣을 생각은 없다. 예를 들면, 아까 전의 오너 셰프의, 담배 쩐내나는 손가락과 같은 것은. ......앞으로 조금만, 참아라. 입 안에서 눈알에게 속사귀자, 쑤심이 서서히 얕어져 간다. 하지만, 그리 길게는 가만히 있지 않겠지. 전에 뼈를 씹고 나서, 오늘로 일주일이나 경과하고 있다. 7일 전의, 유열에 가득찬 향연을 생각해낼 것처럼 됐을 때. 간신히 웨이터(카메리에레; 이탈리아어: 음식점에서 시중을 드는 남자 종업원)가 주채 요리(세컨드피아트)를 가져온다. 담겨져 있는 것은, 무슨 오리지널리티도 없는 송아지 살팀보카. 한 눈에 보는 것만으로 맛을 상상할 수 있다. 게다가 불이 스쳐지나갔다. 적어도 고기에 뼈가 붙어있었으면......아니, 설령 그렇다고 해도, 손으로 움켜쥐고 통째로 아작아작 씹을 수도 없지만. 한숨을 쉬는 대신에, 기대로 참을 수 없다고 하는 듯이 억지 미소를 띠우면서, 타카에스는 나이프에 손을 뻗었다. 가게를 나가자마자, 이런 이런(원문 やれやれ;야레야레)이라는 듯이 머리를 흔들고 나서, 타카에스는 애차를 세운 코인 주차장으로 걷기 시작했다. 길은 넓지만, 저녁 6시치고는 사람이 적다. 머리 위로 솟은 고층 빌딩도, 대부분의 창문이 어두워져 있다. 사이타마 신도심 이름은 위세가 좋지만, 여기가 신쥬쿠를 대인하는 날이 과연 올까. 적어도, 그 때까지 등 뒤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폐업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 가게의 선두 기사를 쓰지않으면 안되는 자신에게도 화가난다. 질겅질겅거린 생파스타의 식감이, 아직 입 안에 남아있다. 재빨리 애차에 돌아가서, 어찌됐든 이를 닦고 싶다. 글로브 박스에는 미네랄 워터가 담긴 페트병과, 여행용 양치도구 세트가 상비되어 있다. 페이스트를 잔득 묻힌 칫솔로 있는 힘껏, 싹싹 씻겨 없애면 조금은 기분이 좋아지겠지. 싹싹, 싹싹. 현재 타카에스의 이는, 몇 시간을 계속 닦아도, 전혀 아파하지 않으니까다. 옛날과 달리. 도쿄에 돌아가면, 다음의 뼈를 손를 손에 넣어서, 깨끗해진 이로, 흡족해질 때까지 씹는다. 타겟은 네 개 정도 골라 잡아놨다. 계획은 저번 이상으로 신중히 짤 필요가 있지만, 만찬의 메뉴를 이것저것 생각할 시간도 또한 즐거움이다. 맞춤 구두(비스포크)의 뒷꿈치를 소리높게 울리면서, 사이타마 슈퍼아리아 옆 길을 수십 미터 걸어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입구에서 잠시 멈춰서, 안쪽 경계에 주차된 다크 블루의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를 바라본다. 역동감이 흘러넘치는 글래머러스한 바디. 어금니같이 빛나는 긴 오벌 그릴. 물고기의 아가미를 연상시키는 삼련의 에어 아웃렛. 이 차는 상어다. 더군다나, 모든 상어종 중에서 가장 빨리 헤임치는 청상아리. 타카에스가 네 번째로 좋아하는 상어. 콕피스에 담아, 근처의 입구에서 고속도로에 올라 스로틀을 밟으면, 기분도 조금은 좋아지겠지. 그 전에, 일단은 양치질 타임이다. 애차에 걸어 다가가, 도어록을 해제하려고한----그 때. 타카에스는, 딱 움직임을 멈췄다. 좋은 냄새. 킁, 킁, 하고 코를 꿈뜰거린다. 12월의 뼈 사무치게 추운 공기의 안에, 아련하게 달콤한 냄새가 담겨있다. 꽃도, 더구나 향수도 아니다. 건강하고, 적당히 단련된, 제대로 잡힌, 근육과 뼈의 냄새. 취각에 이어 예민한 청각이, 탁탁하고 경쾌한 발소리를 포착한다. 커다란 애차에 기대어 서서, 가까워지는 발소리의 주인을 기다린다. 이윽고 시계에 나타난 것은, 보조를 조깅하는, 저지 모습의 젊은 여자였다. 중학생아니면, 고등학생. 짧은 머리는 물들이지 않았고, 화장품 그 외의 화학물질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 땀에 젖는 피부부터는, 건강적인, 우유를 연상시키는 체취 뿐이 방산되고 있다. 굉장히, 좋은 냄새. 눈을 감고, 발소리에 의식을 집중한다. 슈즈가 아스팔트를 두드리는 마른 소리 안에, 뼈의 울림을 듣는다. 타카에스가 매우 좋아하는 정강이의 뼈--- 구김살 없이 평안한 정강이뼈와 부드러운 종아리뼈가 연주하는 하모니를. 훌륭하다. 뼈의 외층을 만드는 치밀질이, 그 이름대로 치밀하게 잡혀있다. 어릴 적부터 양질의 칼슘과 비타민을 질득 섭취해왔겠지. 단련한 근육의 깊은 곳에 진주와 같이 빛나는 외골막이 눈에 훤하다. 발소리가 주차장 앞을 지나자, 타카에스는 눈을 뜨고, 할짝 혀로 입술을 핥았다. 욱신, 욱신. 아랫턱 중앙에서, 붉은 눈알이 욱신거린다. 물자! 물자!하고 꼬드겨온다. "......그렇게 성급해하지마, 파트너(콤파뇨)." 속사기며 대답하고, 조금 기다리고 나서 주차장을 나갔다. 소녀의 뒷모습은 꽤나 작아져 있다. 하지만 타카에스의, 상어와 같이 곤두세운 취각을 활용하면, 완전히 놓혀도 뒤를 쫓는 것 따위는 손쉬운 일이다. 코트의 깃을 세워, 그 음영에서 옅게 미소미으며, 타카에스는 걷기 시작했다. 아... 이탈리아어 박살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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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37/A:221]
종이
오타나 이해가 안되서 주석을 달았으면 하는 부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2014-06-21 16:51:53
추천0
[L:69/A:387]
도미니언
고생하셨습니다.
2014-06-21 19:02:39
추천0
[L:44/A:494]
그라파이트
우선 텍본으로 만들어서 읽고 이해안되는거있으면 댓글달거나 쪽지드리겠습니다.

게시글로읽으려니 눈에 안들어오네요
2014-06-21 20:31:21
추천0
[L:37/A:221]
종이
부탁드리겠습니다
2014-06-21 21:09:39
추천0
[L:60/A:329]
안방극장
눈아파서 못읽겟음 ㅠㅠ 정발이나 기달려야징
2014-06-21 21:24:57
추천0
[L:37/A:221]
종이
정발은 조-금 오래걸릴 듯합니다.
아무래도 회사와 회사(한일간 기업), 기업과 개인(레키와 한.일기업)의 채결이라는 과정, 김완 씨... 혹은 다른 분의 번역시간도 있으니까요
2014-06-21 21:36:31
추천0
[L:51/A:503]
소푸
감사합니다
감상은 다되면 몰아볼께요ㅋㅋ
2014-06-21 22:57:35
추천0
라쎄린드
수고하십니다 ㅎ 재밌네요
2014-06-21 23:55:13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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