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아트 온라인 인피니티 워 (10)
쏴아아아아.
물소리는 무척이나 경쾌했다.
수압 좋은 물이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크리터는 머리를 떨구었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아무리 대적을 포기했다고는 하지만
키리토는 적이었다.
그 적이
눈 앞에서 무기도 들지 않고
모리 일등육좌와
그를 호위하는 하늘색 교복의 청년조차도
샤워장 밖에서 대기하게 해 놓고는
태연하게 샤워를 하고 있는데,
자신은
마치 집 지키는 개마냥 그 앞을 지키고 서 있다니.
뭔가 비참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매우 복잡한 심정이었다.
'저 소년은 미쳤어.'
물론 사람이라면
몸이 땀때문에 끕끕하다면 씻고 싶을 것이다.
그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니까.
하지만
욕구라는 것을
때와 장소에 가릴 줄 알기 때문에
인간인 것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신이
방금 전에
처참하게 망가트린
그 가브리엘 밀러의 비명 소리를
뒤로 하고는
태연하게 샤워를 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하..............."
크리터는
이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굳이 말하자면..........
'경외겠지.'
머릿속으로는 부정적인 생각만이 가득하지만,
이 감정에 대해 말하자면
그 말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힘이란 그런 것이다.
재력과 권력, 폭력.
그 모든 것을 통칭해서 힘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힘을 추구하는 이유?
그것을 지금 키리토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상식과 예의, 그리고 일반적으로 정해져 있는 룰과 규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벗어나도
누구도 그것을 지적하지 않는다.
아니 지적할 수 없다.
그것이 힘을 가진 이의 특권이니까.
그리고
키리토가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크리터는
마치 호텔리어처럼
키리토의 모든 시중을 들겠다는 듯한 모습으로
키리토를 바라보자
키리토는
"수건 없나요?"
"..........여기 있습니다."
크리터가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키리토에게 내밀었다.
'혀 깨물고 싶다.'
키리토를 적으로 규정해 놓고도
샤워실을 뒤져서
미리 수건을 꺼내 들고 있던 자신을
면도날로 난도질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크리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키리토는
크리터가 내민 수건을 받아 들고는
전신을 닦고 나서
마지막으로 머리를 털어낸 후에
크리터를 바라보자
크리터는
"샤워를 하시는 동안
구김이 가 있는
정복 윗도리와 바지 부분을 깨끗히 다시 다려놓고
와이셔츠 전체와 칼라 부분에
빳빳하게 풀까지 먹여 놓았습니다."
라고 말하자
키리토는 마음에 든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그 미소를 바라보던 크리터는
'내가 길을 잘못 들었네.'
해커 말고
호텔리어를 했으면
팁으로만 삼대는 먹고 살았을텐데..........
크리터는
자신에게 이런 재능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깨닫게 되었고
그런 두 사람을 보던
모리 일등육좌와 키리토를 호위하는 청년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키리토가 누구라는 것을 알게 된 크리터는
지금 자신의 깨닫지 못한 재능 때문에
그나마
자신의 가족들이 몰살을 당하는 비극을 당하지 않게 되었다는 안도감과
키리토의 무서움을
동시에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을 보면서
도저히 뭐라고 말을 할 수 없는 기분을 느끼게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