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demonium 악마 혈전 2
1편은 시작이여서 좀 길었는데... 2편은 짧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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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녕.신지태."
그녀가 정말 해맑게 싱긋 웃고있었다. 웃을때 패이는 한쪽 보조개가 지금 모든 이 상황을 잊을 만큼 예쁜 여자였다. 처음 본 자신을 어떻게 아는 것일까?
입이 얼어 잘 떨어지지 않자 답답했는지 어쨌는지 멜디는 요목조목 대답했다.
"그냥 좀 알어...많이 알면 안돼."
그리고는 자리에 벌떡 일어나 춤을 추듯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돌았다. 하얀셔츠와 짧은 바지 사이를 갑자기 들춰내는 바람에 자신은 놀라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있었다. 멜디는 그런 지태의 모습을 보고서 조금 어색하게 웃어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 사이에서 무언가를 꺼내 자신에게 다가왔다.
" 지금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보다는 덜 하겠지. "
" 뭐,뭐하는... ! "
" 가만히 있어. 나를 믿는 편이 좋을거야. 자칫하다 팔이 날라갈 수 있거든. "
아까까지 웃고있던 얼굴이 웃지않고 무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하는 멜디에게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조금 더러워보이는 병 내부에 찰랑이는 액체가 자신의 몸을 향해 뿌려진 것이 분명했는데 젖어있지 않았다.
알고보니 그 액채는 허공에서 고체처럼 뭉쳐져있었다.이내 곧 조각조각 흝어졌다.
멜디는 끼고있던 가죽장갑을 빼내고 셔츠를 훌렁 벗어던졌다. 흰눈처럼 새하얀 피부가 짙은 검은색 머리와 잘 어울렸다.
그녀는 손등에서부터 팔 언저리까지 그려져있는 요상한 수식어와 비슷한 무늬를 가진 문신을 어루어만지더니 뭐라 중얼거렸다.
"창세기의 신이시여 자신을 보필하여 악을 행할지니 곧 파멸에 이르게하리다. "
그 순간 흝어진 조각들이 다시 뭉쳐져 색이 이상하게 변하더니 자신의 몸을 덮쳤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가 나질 않았다.
그리고 다시 흝어지더니 뭉쳐지고는 아기의 비명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들리면서 터졌다. 터지는 순간 검은색 물들이 흘러 바닥에 떨어져 내려갔다.
멜디는 그제서야 셔츠의 다시 걸치고 가죽장갑을 허겁지겁 꼈다.
지금까지의 이 경악스러운 사건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이제 엄살 그만하는게 좋을거야. 어서 일어나봐."
그녀의 말에 조금 의심이 갔지만 일단 몸이 아까보다 고통이 덜한 것 같았다. 실제로 몸을 움직였을때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맞기 전보다 가벼웠던 것이다.
경악을 금치 못하고 당황스러움에 덜덜 떨고 있는데 멜디가 입을 열었다.
" 외관상의 상처는 아무래도 시선이 있으니깐 적당히 해놨어. 아프지는 않을거야. "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입을 다물지 못하자 멜디가 푸훗 하고 또 웃었다. 해맑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담겨져 있었다.
" 너 정말 태연하다. "
" 어? "
" 그게 말야..... "
한참을 뜸을 들인 멜디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 순간 검은 눈이 핏빛처럼 빨갛게 변한 것 같았지만 착시현상이라고 치부했다. 그래야지 이 모든 상황이 판단이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긴...그래야지 자신의 목숨대신 악마상대로 세상을 내기에 건 남자답지. "
그녀의 말을 이해하는데 한참동안의 시간이 걸렸다.
내 목숨때문에 세상을 담보로 걸었다니? 아니,그보다 악마라니?
멜디는 그런 자신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신지태.악마들 상대로 장난을 걸었으니 그만한 가치를 보여줘. "
그녀는 이제 두 손에 낀 장갑을 벗어서 허공에 무언가가 있는 듯 낚아채 자신을 향해 무언가를 던졌다. 그것을 손바닥에 움켜질만한 크기였다. 그것을 본 순간 숨이 멎어버렸다. 마치 숨을 쉬지 못하는 사람처럼.
그것은 다름아닌 내가 살고있던 세상이었다. 즉, 지구 ─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