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초에게 정전이란?
흔들린다. 흔들린다. 흔들린다. 촛불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바람도 불지 않는데 멋대로 흔들린다. 물론, 내가 마음속으로 흔들라고 빌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초가 아주 단단한 것을 보니 그정도로 무너질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계속 쳐다보니 부끄러워서 그런 것 같다. 사람도 누가 계속 자신을 쳐다본다면 민망해서라도 꿈틀되는 것처럼 나의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반응을 보이는 것이 분명하다.
양옆으로 흔들고, 위 아래로 흔들고. 내가 보든 안보든 새침하게 남의 시선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이놈의 양초는 자신의 몸을 태워서 매력을 발산한다. 모름지기 마지막은 아름다운 법이다. 별이 질때 가장 큰 빛을 내며 죽는 것처럼, 매순간 마지막인 초를 바라보자면 어떤 여자 2호보다 아름다운 내 짝을 찾은 것만 같다. 물론 태풍으로 인해 전기가 끊긴 상황의 한가한 잡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