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일단 배경을 설명하자면
우리 커플은 사귄지 4년이 됐고 철저한 인도어파라서
19금껒 하자마자 데이트장소는 무조건 모텔이었음.
잉야잉야 하자는게 아니라
어디 걸어다니고 나가서 사먹고 그런게 너무 귀찮아서..-_-;;;;
맨날 모텔가서 씻고 티비로 무한도전 재방보고
배고프면 분식 시켜서 먹고 그게 데이트...ㅋㅋㅋ
여튼 주로 대실이었고 외박 가능한 날은 숙박을 했는데
그날은 숙박을 한 날이었다능.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
작년 여름 8월 말쯤이었고 밤 10시가 넘은시간이었다며
나랑 남친은 티비를 보다가 채널;;문제로 서로 싸웠고
사소한게 크게 번질때가 있잖냐능 서로 소리지르기까지 하다가
결국 남친이 화가 나서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가버렸다능
근데 옷만 입었다 뿐 지 가방은 고대로 두고나갔길래
난 지가 나가봤자 어딜 가 하고 금방 올거라고 생각했다며
원래 싸우면 패턴이 그랬그등..
근데 남친이 꽤 화가 났는지 1시간이 넘어도 안오는겨.
난 이미 화가 풀린 상태에서 좀 걱정이 돼서
자존심을 접고 전화를 걸었다능.
남친 바지주머니에 핸드폰이 들어있었거든.
그리고
신호음이 가고 남친이 "여보세요?" 하는 순간
누가 방문을 노크하더라능.
난 누구지? 싶어서 남친하고 통화를 계속 하면서
한쪽 귀에 전화기를 댄 채로 현관으로 갔다능
그리고 누구세요? 하니까 문 밖에서 "나야..." 하는거야
왠 남자목소리가..
순간 딱 든 생각이 아 문밖에 이새끼가 지금
내남친 흉내를 내면서 날 해코지하려는구나 하고 딱 상황파악이 되더라
수화기너머에선 진짜 남친이 계속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고있고;
내가 대답을 안하고 굳어있으니까 문밖에 사람이
"많이 화났어? 화풀어라" 이러는거야
헐 그때 시발 소름이 쫙;;;;;
바로 체인하고 문 잠긴거 확인하고 문에서 저만치 떨어져서
남친한테 빨리 오라고, 빨리 오라고 그거외에 암말도 못하고
덜덜 떨고있었다능
남친은 모텔 건물 밑에서 담배피고있다가 올라왔는데
그남자는 그전에 내가 문 안열어 주니까 시발..인지 뭔지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가버리더라능.
나중에 남친하고 서로 말을 맞춰보니
나랑 싸우고나서 밖에 나와서 남친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그당시 모텔이 9층이었음) 그 모텔 청소하는 청소 카트있잖아
거기다가 수건을 잔뜩 싣고 어떤 청소부 남자 두명이 같이 서있더래
별 신경 안쓰고 기다리는데 남친 친구한테 전화가 온거야
그래서 남친한테 모하냐, 나와라 그랬대
남친이 나 지금 베이리랑 모텔와있는데 둘이 싸웠다구
홧김에 아 나 오늘 그냥 집에 가버릴까봐 막 이랬다는데
남친생각엔 그 청소하는 사람들이 그말을 들은거 아닐까 한대.
만약에 내가 계속 자존심세워서
남친한테 전화 안하고 버팅겼으면
진짜남친인줄알고 문열어줬을수도 있지 않았겠냐능;;
모텔와서 경찰에 신고하고 그러면 우리가 모텔 간게
부모님들께도 알려질수있고 별로 좋은일은 아닌거 같아서
신고까진 안하고 넘어갔지만
지금도 우리커플사이에서 간간이 회자되는 공포스릴러 이야기..
남친이 거기에서 '자존심을 작작 챙기자' 라는 교훈을 끌어내곤함ㅋㅋㅋ